지난 7월 17일 합동참모본부를 초도순시한 송영무 국방장관(오른쪽). ⓒphoto 연합
지난 7월 17일 합동참모본부를 초도순시한 송영무 국방장관(오른쪽). ⓒphoto 연합

“현재 군은 몸집만 거대하고 행동이 느린 공룡입니다. 국방개혁을 통해 날렵하고 무서운 표범으로 변해야 합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 후 국방부 간부들과의 회의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전쟁의 패러다임과 전장, 무기체계가 바뀌는데 우리 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고 한다.

‘날렵하고 무서운 표범’은 송 장관이 구상하는 국방개혁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병력감축과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군의 군살을 빼고 전투력은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 세미나 발표 등을 통해 국방개혁 과제를 크게 6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①부모들이 자식을 군에 보내고 싶고 본인들도 가고 싶어하는 군 문화 창조 ②국방개혁을 넘어 새로운 국군 건설 ③한·미동맹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 ④여군 확대모집 및 근무여건 보장 ⑤자주국방과 먹거리를 위한 방위산업 육성 ⑥국가재난 극복을 위한 포괄적 안보체계 구축 등이다.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해선 국정기획자문위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일부 포함돼 있다. 병 복무기간 단축과 병 봉급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국정기획위는 ‘전투력 손실 방지 대책 강구’ 등을 전제로 병사 복무기간을 현재의 21개월(육군·해병대 기준)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기를 ‘임기 내’로 못 박지 않아 전투력 손실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가 끝난 뒤인 2022년 이후로 늦춰질 수 있도록 했다. 국정기획위는 또 병 봉급을 2022년까지 최저임금의 5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면 병장 봉급은 80만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군의 군살빼기와 관련해선 병력 및 장성 감축, 상부 지휘구조 개편, 전투부사관 증원 등이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병력을 52만2000명으로 감축하기로 했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2만2000명을 추가 감축, 50만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개편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이명박 정부 등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추진됐었지만 통합군 추진으로 받아들이는 해·공군의 강력한 반발 등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장성 감축 규모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없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장성 60여명 감축이 추진되다 유야무야된 적이 있어 현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는 장성 감축 규모를 MB정부 때보다 많은 최소 80명 이상으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행정업무 또는 경계근무에 종사하는 부사관이나 병사들을 전투 임무로 전환하는 것도 송 장관의 역점 개혁 사안이다. 현재 국방부 청사 등 도심지역 부대 경계근무도 병사들이 서고 있는데 이 임무를 미군처럼 외부 용역에 맡기고 병사들은 훈련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후방지역 부대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부사관들을 전방지역 전투 부사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병 복무기간 단축과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복무기간을 줄이려면 전투력 손실을 막기 위해 부사관 등 숙련된 간부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부사관 증원이 군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때문에 기존 부사관의 일부 전환을 통해 전투 부사관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이른바 3축 체계 조기구축과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도 역점 추진과제다. 국정기획위도 지난 7월 19일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 전작권 조속히 전환’을 국방 분야 국정운영 과제로 제시했다. 당초 국정기획위가 발표할 초안에는 문 대통령 공약과 같이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으로 명기됐다가 최종 발표를 앞두고 수정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로 바뀐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양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작권의 한국군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양 정상 간 합의한 조건이 있는데 그게 이행되면 임기 내든 임기 후든 전작권 환원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작권 전환을 임기 내, 즉 오는 2022년까지로 못 박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재평가, ‘킬 체인(Kill Chain)’을 비롯한 3축 체계 등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적인 능력 등을 꼽고 있다. 송 장관은 소극적 방어보다 적극적 공세를 중시하는 성향이어서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보다는 선제타격 등 킬 체인과 KMPR(대량응징보복전략)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아 한반도 안보정세가 더 악화되거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등이 늦어져 5년 내 이들 조건의 충족이 어려울 경우 정부와 군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기획위는 3축 체계를 전담할 전략사령부의 임기 내 창설을 적극 검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합참에 편성된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센터’를 ‘핵·WMD 대응작전본부’로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전작권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012년 4월 전환’으로 합의됐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2015년 12월, 2020년 중반(사실상 무기연기)으로 각각 늦춰졌었다.

군내에선 임명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은 송 장관의 국방개혁을 평가하는 첫 가늠자는 군 수뇌부 인사를 포함한 인사개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에 있었던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맥 등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문민화 차원에서 국방정책실장 등 육사 출신들이 맡아오던 실장급(1급) 4개 자리 대부분을 고시 출신 일반 공무원으로 채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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