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7월 28일 밤 11시41분 화성-14형 ICBM의 2차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photo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지난 7월 28일 밤 11시41분 화성-14형 ICBM의 2차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photo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7월 28일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지난 7월 4일 처음 발사한 이래 두 번째 발사다. 7월 28일 발사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고도 3724.9㎞,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 1차 발사보다 900여㎞를 더 상승했고, 무려 8분이나 더 비행했다. 1차 발사 때는 사거리가 7000~8000㎞ 정도로 평가되었는데, 2차 발사 때는 1만1000㎞까지도 평가된다.

왜 비행거리가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1차 발사 당시 북한은 “새로 개발한 대형중량핵탄두”를 탑재했다고 했다. 아마도 6차 핵실험에 사용될 핵탄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 발사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없다. 결국 신형 대형탄두가 아니라 가벼운 탄두를 썼다는 말로, 아마도 김정은이 2016년 3월에 공개하고 지난 5차 핵실험 때 기폭시켰던 파괴력 10~20kt의 탄두를 가리킬 것이다. 북한은 이번 시험을 두고 ‘최대사거리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얼마만큼 멀리 나가느냐를 보여주는 게 이번 시험의 목적이라는 말이다. 그 결과 미사일의 사거리는 미국 본토까지 가능하다고 입증했다.

사거리 말고도 북한은 입증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재진입 능력이다. 북한은 1차 시험발사 당시 “전투부(탄두) 첨두 내부온도는 25~45℃의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고 평가했다. 대기권 재진입 시의 엄청난 온도와 압력, 그리고 진동을 재진입체가 버텨낼 수 있겠냐는 의문이 한·미 양국으로부터 제기되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12일 국회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ICBM의 핵심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우리 측이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을 명백히 보여주기 위해서 야간에 발사했다. 원래 ICBM의 낙하는 고열로 인하여 주간에도 잘 보이지만 야간에는 화염덩어리가 떨어지므로 더욱 확연히 보인다.

이 영상을 두고 해석의 논란이 생겼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먼 선임연구원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통해서 화성-14형의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영상 분석 결과 재진입체가 고도 6∼8㎞ 상공에서 최고 섬광을 낸 뒤 3∼4㎞ 상공에서 빛을 잃고 빠르게 사라졌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진입체가 최대 부하를 받는 시점에서 (여러 조각으로) 분해되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시험 결과를 두고 “핵탄두 폭발장치가 정상작동하였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부러 터뜨렸다는 말이다. 공중폭발을 시킨 데는 대략 3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탄두가 의도대로 정상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공중 폭발로 입증할 수 있다. 둘째 적정고도에서의 폭발은 핵탄두의 위력을 배가시키므로 핵무기로서의 완성도를 입증할 수 있다. 셋째 공중폭발을 시키지 않으면 만의 하나 부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탄착지점은 일본 EEZ 내이기에 불필요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중폭발은 필수였을 것이다.

미약해 보이는 한·미 연합의 대응

북한이 ICBM 도발로 긴장의 강도를 한껏 높였지만, 우리의 대응은 매뉴얼화되어 있어 보인다. 여전히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 핵심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이다. 1차 발사 때는 4일 후에 B-1B 폭격기 편대가 날아와 육상의 필승사격장에 LJDAM 폭탄을 떨구고 갔다. 여차하면 충분히 김정은 머리 위에 폭탄을 떨구어주겠다는 위협이다. 2차 발사 후에는 30시간 만에 B-1 편대가 도착하였지만, 이번에는 폭탄을 떨구지 않고 돌아갔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비행에는 2시간이 걸리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마자 도착하는 경우는 없었다. 가장 빠른 대응시간은 5시간이었는데, 이는 사전에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맞아서였다. 그래서 30시간 만의 출동도 빠른 대응이었다는 평가이다. 실제 전쟁 상황이 되면 우리에겐 30시간의 여유가 없다.

화성-14형이 등장하자 우리 정부의 대응은 강경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4일 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경고성명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라면서 우리 군도 미사일 사격훈련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7월 5일 한·미 연합군은 동해안에서 주한미군의 ATACMS(에이타킴스)와 우리 군의 현무-2 지대지탄도미사일의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과거 보수정부에서는 경고성명만 있었을 뿐 실제 미사일로 대응하는 훈련은 없었기에 새 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전향적 조치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에는 한·미 연합군은 똑같은 훈련을 6시간 만에 실시하여 대응시간이 더욱 빨라졌다. 이러한 한·미 대응훈련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욱 대응속도가 빨라야만 한다. 북한이 밤 11시41분에 발사했다면 우리는 늦어도 11시42분에는 대응사격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정황을 수일 전부터 지켜봤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사거리 300㎞ 이상의 미사일을 굳이 동해안으로까지 이동시키지 않고, 사전에 해상에 안전구역을 설정하고 곧바로 사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과거 냉전시절에는 소련이 ICBM의 시험발사를 하면 그 탄도가 지상에 떨어지기도 전에 미국은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ICBM을 발사하면서 소련보다도 빨리 공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우리 군도 이러한 냉전의 교훈을 되새겨, 북한에 우리가 더 빨리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해야 한다. 핵을 가진 적에게 비핵수단밖에 없는 우리가 대응하려면 적어도 시간만큼은 더 빨라야 억제가 통한다.

그러나 설사 즉각적인 대응훈련을 실시하더라도 현무-2와 에이타킴스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자탄형식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여 북한은 발사차량을 장갑화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형 3축체계가 북한에 충분한 공포와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작권 전환도 전면 재검토 필요

3축체계 가운데 미사일 발사대를 선제타격하는 킬체인과,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는 엄밀히 말하면 미사일 방어작전의 공세적 측면과 방어적 측면이다. 한마디로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억제에 불과하다. 반면에 3축체계의 마지막 축인 KMPR(대량응징보복)은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버림으로써 북한 지도부를 붕괴시키겠다는 매우 공세적이고 다분히 응징적인 억제이다. 현재 우리의 국방예산으로 현 정권 내에 3축체계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답은 KMPR이다.

그러나 KMPR 능력은 정권의 의지가 시발점일지언정 의지만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지는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의 정권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자산으로는 사거리 1500㎞의 현무-3 순항미사일과 F-15K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미사일(사거리 500㎞)이 있다. 현무-2 탄도미사일도 KMPR 전력으로 쓰일 수 있지만 주로 고폭탄보다는 킬체인을 위한 자탄형식이 많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형 ‘번개’ 미사일은 벙커버스터 기능을 갖춰 강화된 적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지만 사거리 1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현무-2 미사일에 벙커버스터 기능까지 결합하여 실질적인 파괴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탄두의 무게 증가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사거리 800㎞에 탄두중량을 500㎏으로 제한한 한·미미사일지침은 반드시 개정해야만 한다. 기존에 얘기가 나오는 것은 탄두중량을 1t으로 높이는 것이지만, 아예 탄두중량의 제한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충분한 벙커버스터 기능을 가질 수 없다. 미국은 지하 200m에 위치한 북한군 벙커를 파괴하기 위하여 무게 14t짜리 수퍼벙커버스터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적어도 이러한 능력이 있어야 북한이 겁을 먹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 군도 수퍼벙커버스터 같은 북한이 두려워할 비대칭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북핵의 위협이 커진 상황이라면 전작권 전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이 갖춰지면 우리 군의 능력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충분한 억제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인한다. 하지만 우리 군의 3축체계는 비핵능력에 기반한다. 인류 역사상 비핵으로 핵을 막을 수 있는 군사전략은 아직 없다. 핵은 핵으로 대적하는 게 기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즉 핵우산이야말로 북핵에 대응하는 기반전력이다. 냉전시절이라면 한반도에 전술핵이 있었지만, 현재는 핵우산 전력이 한반도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핵우산을 보장하는 것은 역시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 4성 장군의 존재이다. 지역사령관에게 전쟁의 판단을 위임하는 미국의 의사결정구조를 본다면 4성 장군의 존재야말로 확장억제의 중핵(中核)이다. 주일 미군사령관은 3성이지만 주한 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4성이다. 전작권 전환의 의도는 좋지만, 한·미연합사는 한국과 미국의 지분이 50:50으로 섞인 구조이다.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거나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이 되어 미군의 4성 장군 자리가 없어지면 우리는 확장억제의 가장 유효한 수단을 잃게 된다.

현 정부가 말하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국방’은 이해할 만하다. 주한 미군의 존재로 인하여 우리 군은 전쟁을 스스로 기획하고 대처하는 독자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사실이다. 기댈 곳이 없어야 열심히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꼭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를 지킬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육군 현무-2·3 미사일이나 공군의 F-15K 전투기와 타우러스미사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해군의 구축함·잠수함 전력 등 우리 군의 ‘전략자산’을 모아서 합참 휘하에 합동전략사령부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재래전력은 연합사에 그대로 두고, 독자대응이 가능한 전략군 기능만을 우리 군이 보유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목표는 현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북한과의 대화다. 동맹의 능력을 보존하면서도 우리 스스로의 국방력을 통하여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다면 최상의 전략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국방개혁의 방향도 결국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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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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