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 8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연합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 8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연합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사드에 대해서 그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또한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지난 정부의 입장을 뒤집었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고 경북 성주를 사드 부지로 정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사드 임시배치, 발사대 4기 추가배치 결정을 내렸다. 기존 입장이 북한의 도발로 인해 뒤바뀐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도 혼란이 일었다.

당 지도부는 일단 문 대통령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추미애 대표가 여름 휴가를 간 가운데 당을 이끌고 있는 우원식 원내대표는 사드 임시배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민 사이에서 견해 차이가 있지만, 지금은 북한의 도발로 안보 위협이 매우 심각해지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동맹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임시배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 “청와대의 대응에 이견을 말하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기보다는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 역시 서면 브리핑에서 “사드 잔여발사대 추가배치는 매우 합당한 대응”이라고 평가했고, 백혜련 대변인도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합당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임시라고 해도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홍익표 수석부의장은 “대통령 뜻이라고 다 따라갈 필요는 없는데 개인적으로 사드 임시배치에는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는 국회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다음에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도 “개인적으로 이번 사드 임시배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계속 저런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답답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북한이 계속 사거리가 늘어나는 ICBM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걸 못 본 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정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일단 침묵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니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본다”며 “기존 당 입장과 다르기는 하지만 북한이 저렇게 나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남북 문제에서는 옳고 그름이나 정답과 오답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오던 당 사드대책특위는 난감해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갑자기 사드 임시배치에 나서자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아직 회의를 하지 않아서 특위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사드대책특위는 지난 7월 6일에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사드가 ICBM의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당시 김영호 의원은 특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특위에서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다”면서도 “하지만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관련해서는 ICBM의 대책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었다. 김 의원은 또 “사드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충실히 이뤄져야 하고, 그 내용도 국민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환경영향평가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했었다.

청와대·親文도 “북한이 가장 큰 고민”

민주당 내에서는 이와 다르게 북한에 대해 ‘강압외교’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초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외교·안보 분야 ‘브레인’ 역할을 했던 이수혁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2일 여러 방송 인터뷰에서 “신정부 들어서 패러다임을 대화 쪽으로 많이 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강압외교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대화냐 제재냐, 대화와 제재의 균형·병행 등의 문제에 관해서 설왕설래나 비판적 또는 불가피성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면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빼고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굉장히 위협적이고 불안한 북한이 ICBM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은 우리가 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기존 여권의 ‘대화 우선’ 기조와 상반된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 의원은 ‘코리아 패싱’(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는 여권을 향해 야당들이 펼치고 있는 공격이다. “한국 안보뿐만 아니라 미국 안보에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보이는 것보다 미국 안보가 더 크게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소외됐다고 하는 감정을 우리가 느낄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이 남한을 주 타깃이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운전석’에 앉을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북핵 문제의 해법에 관해서는 6자회담의 국지적·다자적 협상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담이 열리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당내 친문(親文) 진영도 북한 문제로 인해 고심이 깊다. 중국과의 관계, 기존 지지층의 입장 등을 고려해 북핵 위협이 증대하는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에 관해 환경영향평가라는 완충적 방안을 마련했는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인해 상황이 더욱 꼬였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정은의 예측할 수 없는 행태로 인해 고민이 많다”며 “북한 문제가 국내 정치 상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7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섣부른 예측이 안 될 뿐더러 국민들에게 다가오는 심리적 위협감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은 “대선이 끝난 직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좋게 봐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문제는 결국 북한인데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도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심각해져서 대북 정책의 틀에 대해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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