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69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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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J 케인스냐 슘페터냐 노믹스의 충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J노믹스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재정, 즉 정부가 돈을 더 써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자는 이른바 케인스식 모델이다. 가계에 돈이 유입되면 소비가 늘게 되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에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슘페터식 모델이다. 재정투입이 단기적 경기부양책이라면, 슘페터식 공급혁신은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다는 논리다. 아이폰,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새로운 혁신이 결국 국가 경제를 성장으로 이끈다는 것.
   
   문 정부는 집권 초 재정지출을 늘리는 케인스식 경제성장 모델에 기초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펴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인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반면 정부 내 공식직함은 없지만 공급혁신을 주창하는 이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변양균씨와 경제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 포진해 있다. 두 축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문 대통령의 바람이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케인스식과 슘페터식의 양립(兩立)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변양균 전 실장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초반 경제정책이 임기 내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과 변양균씨의 관계는, 학생과 경제교사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아랫사람을 하대(下待)하지 않는다. 반대로 고향 선배라는 이유로 무작정 따르지도 않는다. 문 대통령이 하대하는 대표적 인물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라면 존경심을 갖고 대하는 선배의 한 사람이 바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변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문 대통령에게 경제관을 심어준 일종의 ‘경제 과외교사’였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그가 건네준 경제 관련 보고서를 꼼꼼히 챙겨 봤다. 변씨가 지난 6월에 펴낸 책 ‘경제철학의 전환’에 담긴 내용은 지난 대선 때 이미 문 대통령에게 제공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정에 필요한 경제정책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책이라, 집권하면 정책의 큰 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경남고를 졸업한 문 대통령은 부산고를 나온 변씨보다 3년 후배다. 교류가 없던 두 사람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을 지냈다. 당시 문 비서실장은 변 실장의 해박한 경제지식을, 변 실장은 문 비서실장의 인간성에 호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모든 경제 사안을 그와 상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변씨가 문 대통령의 경제관에 큰 영향을 심어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변씨가 주장하는 슘페터식이 아닌 케인스식으로 기울어졌을까.
   
   
   장·차관 질타하는 ‘실세’ 보좌관
   
   문재인 정부가 현 경제정책 기조를 임기 말까지 유지할지, 아니면 임기 중반에 경제정책의 방향을 슘페터식으로 바꾸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J노믹스 안에 케인스와 슘페터로 대변되는 경제 전문가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양측의 줄다리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학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이미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을 들어보자.
   
   “이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혼선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때 공급혁신을 얘기했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부 기조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 안정에 기초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시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인사들이 현 정부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다.”
   
   J노믹스의 사령탑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그와 함께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핵심 축을 이룬다. 문 대통령과 소통하는 측면에서 보면 김 보좌관이 최측근 경제참모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지난 8월 2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보좌관은 산업부 장·차관을 향해 “문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을 제대로 서포트하지 못한다”는 질타성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했다고 한다. 김현철 보좌관이 ‘실세’임을 보여준 대목이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로 있다가 ‘저성장시대 기적의 생존전략’을 모색한 책이 경영인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영입된 바 있다.
   
   그런데 장하성 실장과 김현철 보좌관은 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인사다. 경제사령탑으로서 거시경제적 관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학계에서는 주로 재벌개혁과 금융를 다뤄왔다. 이들은 전통적 경제학자라기보다 소액주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재벌개혁 등에 방점을 찍고 시민사회운동을 해온 이력이 더 눈에 띈다. 장하성·김현철·김상조 세 사람은 저성장, 소득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정과 분배에 중점을 둔다. 고려대 동문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도 문 정부에서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밖에도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에서 활동한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등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교수를 신뢰하고 있다고 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립한 나름의 경제관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경제정책의 준비 부족을 꼽았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가계 수입을 늘리면 수요가 늘어나고, 기업은 이 수요에 발맞춰 투자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변형된 케인스식 성장이론이다.
   
   

   케인스식 경제철학 기반한 J노믹스
   
   J노믹스는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 일자리가 늘어야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고 결국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최근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투입한 게 대표적이다. 또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공직자는 이와 관련 이렇게 예측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저성장 기조를 빠르게 탈피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본다. 다만, 만약 가정에서 증가한 소득으로 소비를 하지 않고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한다면 정부가 원하는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 가계소득 증대정책을 펼쳤으나 다수 국민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저축을 선택하는 바람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변씨는 이와 같은 정부 정책과 다른 입장을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추고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추경을 편성했지만 경제 살리기에 실패했다”면서 “금융·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저성장 추세에 대응이 어렵다. 경제와 사회 전 부문에 걸친 과감한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변 전 실장이 말하는 슘페터식 경영철학의 핵심은 공급자인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국가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 확대가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케인스식과 달리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486컴퓨터를 더 팔기보다 586을 만들어 공급하면 새 수요가 생긴다는 식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애플을 창업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모델은 슘페터식 경제에서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변씨는 책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노동, 토지, 자본의 자유로운 결합을 통해 기업이 ‘창조적 파괴’를 일궈낼 수 있도록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슘페터식 경제성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2005년 변씨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있을 때 김 부총리는 전략기획관으로 일했다. ‘예산통’인 김 부총리는 당시 중장기 복지정책인 ‘비전2030’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현 정부에서 변씨와 가까운 인사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등이 있다. 홍남기 실장은 변씨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할 때 정책보좌관으로 재직했다. 이정도 비서관은 변씨가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부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까지 그의 비서관을 지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 자리는 양정철 전 비서관 등 최측근 친문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정도 비서관이 선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를 변씨가 추천했다는 말도 나온다.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낸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고형권 기재부 1차관도 변 전 실장과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공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에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단기간에는 정규직이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이 비용지출을 감안, 추가 채용 등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서나 운전기사와 같은 일자리는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자리와 추경, 증세 등은 모두 청와대 정책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변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있어서도 문 정부의 기조와 다르다. 그는 저서에서 ‘정규직 고용 경직성 완화를 위한 법 개정’과 ‘비정규직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무작정 비정규직을 활성화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택, 교육, 보육, 의료, 안전 등 기본 수요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기본적 삶의 질이 좋아지면 평생 경력의 개념으로 일자리를 바꾸는 게 자연스러워진다는 논리다. 이럴 경우 기업이 원하는 노동의 유연성과 노동자의 선택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변씨의 논리다.
   
   정부는 증세카드도 꺼내 들었다. 문 정부는 지난 7월 25일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경제정책의 4대 원칙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매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7%까지 늘리겠다고도 했다. 재정지출 재원의 일부는 증세를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앞서 6월 7일 인사청문회 당시 증세와 관련 신중론을 폈다. 변씨는 부자증세가 아니라 기업에 지원하고 있는 세제혜택을 없애는 방식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매년 2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 R&D 개발을 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고 있다.
   
   지난 8월 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에 대해서도 변씨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책에서 언급했다. 2015년 기준 유럽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프랑스 17%, 영국 18%, 스웨덴 18%, 오스트리아 23%, 네덜란드 32% 등이다. 현재 우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비율은 5.8%에 불과하다. 이를 25%까지 높인다면 국민들이 집값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슘페터식 경제성장론은 문재인 정부에서 뒤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청와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 김 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에 의해 체면을 구기는 일까지 당했다. 그는 지난 6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세, 법인세 인상은 없다”고 말했으나 불과 한 달여 만에 집권여당이 밀어붙인 증세안이 확정된 바 있다.
   
   
   장기 집권을 위한 경제정책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김동연 부총리가 임명되고 나서 청와대의 일방적 경제운영에 브레이크 역할을 기대했는데, 막상 부총리가 되고 나서는 청와대만 바라보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부총리가 아니라 예산실장 같다는 말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변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J노믹스의 케인스식 정책 방향이 정권 중반기 이후 슘페터식 공급혁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정부 초기에는 아무래도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표를 준 세력을 위해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촛불 주도세력에는 공정·분배를 중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정책 방향이 중반기가 되면 원래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도 출발은 왼쪽으로 했지만 점점 가운데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내수보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하에서 혁신은 불가피하다. 골프로 치자면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꺾여 돌아오는 페이드샷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변씨가 책에서 언급한 슘페터식 공급혁신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경제 전문가들도 있다. 정부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10~20년을 내다본 장기 정책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반론이다. 실제 슘페터식 공급혁신은 창조적 파괴, 구조개혁 등을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케인스냐 슘페터냐의 문제는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책이라는 것은 크게 보고 방향을 얘기하는 거고, 정부 정책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서 평면적으로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해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기초를 만든 뒤 공급혁신의 장기 전략으로 나아가는 이상적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경제철학이 다른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를 동시에 기용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해석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J노믹스를 케인스와 슘페터의 경쟁구도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 정권의 핵심세력은 초반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면 장기 정책에 시동을 걸 것이다. 그들은 문재인 정권 이후 정권을 연장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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