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70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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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

“대통령의 말은 국가에너지 시책이 아니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일시중지 결정으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독주(獨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보수 성향 변호사 250여명으로 구성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은 지난 7월 1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지 결정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한변 측은 지난 7월 14일 경북 경주의 스위트호텔에서 비밀리에 열린 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지 결정의 절차적 문제를 거론하며 “이사회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8월 19일쯤이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행보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화우 소속으로 한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훈 변호사는 “영구중지가 아니라 일시중지라고 해서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은연중에 탈원전 쪽으로 여론 형성을 해가고 있는데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 8월 7일 만난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수원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절차적 문제와 실체적 문제가 있다. 행정절차에는 헌법상 적법 절차의 원칙이 필요하다. 한전이나 한수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공공기관과 공기업 역시 적법절차의 원칙을 적용하거나 준용(準用)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얼마나 많나. 신고리 5·6호기 인근 지역주민을 비롯해 한수원 사원, 노조, 나아가 국민 전체가 모두 이해관계자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과 운영을 위해 세워진 공기업이다. 정관에 반해 원전을 안 짓겠다는 것이 말이 되나.”
   
   - 이사회 개최 전 ‘사전예고’가 안 됐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사전예고가 전혀 없었다. 외부 호텔이 아닌 한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 해도 반드시 사전예고를 해야 한다. 적어도 회사 게시판에 붙여서 이해관계자들이 이사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절차다. 7월 7일, 7월 13일 이사회 개최가 연거푸 무산되자 한수원은 ‘당분간 논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7월 14일 아침 8시30분 외부 호텔에서 비밀리에 이사회를 열어 공사 일시중지를 결정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린 사안을 도둑과 같이 회사 밖에서 군사작전하듯 이사회를 열어 일시중지를 결정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
   
   - 실체적 문제는 무엇인가. “공법(公法)과 사법(私法)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에너지 관련 최상위 국가전략인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모두 반영돼 있다. 각각 ‘에너지기본법(현 에너지법)’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계획이다. 2013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까지 계속 반영돼왔다. 국무회의를 비롯해 청문회, 공청회 등을 거쳐 만든 계획이다. 국가적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나.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건설허가를 받고 착공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지하려면 이들 상위계획의 변경이 우선돼야 한다. 상위계획 변경 없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
   
   - 사법(私法)상 문제는 무엇인가. “사법이란 개인 간의 계약을 말한다. 이미 1조6000억원이 집행돼 공정률이 29.5%에 달하는 상태에서 공기업이 시공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기업이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사기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서야 되겠느냐. 몇조원이 걸려 있느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공법과 사법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 공기업인 한수원은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6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20분간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29일 ‘협조공문’ 한 통을 한수원에 내려보냈다. 에너지법에 ‘에너지공급자는 국가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제4조)이 있다. 한수원이 공사 일지중지의 근거로 삼는 문구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사중지는 ‘국가에너지 시책’이 된 적이 없다. 한수원이 협조해야 할 국가에너지 시책은 오히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를 짓는 것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아직 바뀌지 않았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나 대선공약은 ‘국가에너지 시책’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왕의 말 한마디에 바뀌는 것과 같다.”
   
   - ‘공론화위원회’와 ‘공론화시민대표참여단(시민배심원단)’은 법적 근거가 있나. “다른 단체에서 공론화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들었다. 공론화위원회는 설립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스스로 성격을 ‘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라고 규정함으로써 법적으로 교묘하게 피해 나갔다. ‘최종 결정기구’라고 하면 문제가 있지만 스스로 ‘자문기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나.”
   
   - 한변이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나. “한변이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어 한전 주주 2명을 대리해 소송에 나섰다. 물론 변호사비는 없다. 변호사 개개인의 돈과 시간을 써가며 소송에 임하고 있다. 소송대리인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권성 변호사와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 등이 맡고 있다. 석동현 변호사가 자유한국당 부산지역(해운대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한변 소속 변호사로 나섰을 뿐 자유한국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출범한 변호사 모임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한변은 2013년 9월, 북한 인권 개선을 목적으로 출범한 변호사 단체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 이용우 전 대법관, 김종빈 전 검찰총장, 천기흥·하창우 전 대한변협회장, 오세빈 전 서울고등법원장,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회원으로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을 목표로 활동폭을 넓혀왔는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먼저 뿌리내려야 북한 인권 개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안보와 직접 연계된다. 문재인 정부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신고리 5·6호기 공사중지 결정을 지켜보면서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우려를 갖게 됐다. 원전은 국가에너지 100년 대계,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사드(THAAD) 못지않게 중요하다.”
   
   - 지난 5월에는 ‘사드’에 관해서도 성명서를 냈는데.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은 필요한 절차를 생략한 것이 문제지만, 사드는 필요없는 절차를 추가한 것이 문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특정무기 체계를 들여오는 것은 국회 동의 사안이 아니다. 그렇게 한 전례도 없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 정작 절차가 필요한 것은 절차를 생략하면서, 절차가 필요 없는 것은 절차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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