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잇따라 ‘정치학교’를 개설하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 교섭단체들은 이를 통해 정치신인을 발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 정당의 홍보 전략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9대선을 거치며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치학교 홍보와 인재육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통보수 세력의 확장을 위해, 바른당은 젊은 보수 정치인 육성에 방점을 찍고 정치학교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두 정당이 경쟁적으로 정치학교를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집권당인 민주당에 비해 정당 지지율이 크게 뒤지는 점을 만회해 보려는 심리도 담겨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월 21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52.3%로 1위에 오른 반면 한국당은 16.9%, 바른정당 6.4% 수준에 그쳤다.

자유한국당은 2001년 한나라당 시절부터 운영해온 ‘정치대학원’생 모집에 나서면서 “정치대학원을 이수한 지방선거 출마자의 경우 공천 신청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특전을 내세웠다. 7월 18일부터 1개월간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총 331명이 지원해 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 정원은 150명이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정치대학원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당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지난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은 신생정당답게 청년층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청년정치학교’를 개설했다. 지난 7월 18일부터 1개월간 지원서 접수를 받은 결과 바른정당 정치학교 지원자는 330명에 달했다. 정원이 50명인 점을 감안하면 6.6 대 1의 경쟁률이다. 바른정당 측은 청년정치학교의 경우 지원자 연령대를 만 39세 이하로 제한했음에도 지원자가 몰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당이 정치학교를 통한 신인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자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정치학교 홍보전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더민주정치대학’ 1기생을 모집해 지난 8월 23일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국민의당도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했는데 내년 지방선거 출마의사가 있는 지원자의 경우 ‘단체장반’에, 지방자치의원에 출마를 희망하는 경우 ‘의원반’에 등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치학교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지원자를 모집하는 공통점이 있다. 각 정당은 정치학교 이수자에게 공히 내년 지방선거 공천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우선 고려한다는 특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정당의 지지율, 정치 이념 그리고 정당의 운영 방향에 따라 모집요강은 적지 않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90만원, 바른정당 24만원

우선 비용 측면에서 여론 지지율이 높은 정당은 상대적으로 교육 기간은 짧지만 수강료는 비쌌다. 정당 지지율 1위의 민주당은 5주 동안 진행되는 정치학교 수강료로 90만원을 받았다. 정당 지지율이 높을 경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시 당선 가능성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타(他) 정당에 비해 수강료가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주 1회, 5주 과정으로 진행하는 정치학교 수강료치곤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 수에 비례해 국가로부터 정당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원내교섭단체가 ‘돈벌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교육연수국 김경미 차장은 “지방선거 출마자 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는데, 향후 몇 차례를 더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더민주정치대학’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유한국당 정치학교 지원자는 10주 교육에 50만원을 낸다. 단, 35세 이하 지원자의 경우 수강료가 30만원으로 낮아진다. 국민의당이 운영하는 국민정치아카데미의 경우 4주 과정을 이수하려면 단체장반은 35만원, 의원반은 25만원을 내야 한다. 바른정당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긴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6개월 과정으로 진행하는 청년정치학교 수강료는 24만원이다. 수강인원은 자유한국당이 150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정당은 30~50명의 소수 정예로 구성된다. 바른정당 정책연구소 권호준 연구원은 “청년정치학교의 경우 가장 긴 기간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개인 부담을 24만원으로 최소화했다. 나머지는 정당과 연구소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우리는 정치학교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인맥풀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진 구성을 보면 여당인 더민주정치대학에 눈길을 끌 만한 인사가 많이 포진해 있다. 더민주정치대학 개강 첫날 강의는 요즘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용할 정도로 바쁘다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맡았다. 그는 지난 8월 23일 더민주정치대학 개강 특강에 나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 특히 소득주도성장론을 적극 홍보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이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정치학교’서 강연한 靑 정책실장

자유한국당 강사진에는 홍준표 당대표를 비롯 권영진 대구시장,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바른정당은 민주당·자유한국당과 달리 정치인 위주의 강사진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 유명인사를 추가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이 ‘보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하고 이후 강원택 서울대 교수, 오준 전 유엔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순차적으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국민정치아카데미의 강사진은 비(非)정치인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요 강사진에는 유창선 정치평론가, 오승용 전남대 교수, 홍성민 동아대 교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등이 있다.

각 정당의 강사진 구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내실 있는 교육보다 일반인이 유력 정치인과 만나는 일회성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의도연구원 산하 여의도정치아카데미 이달희 소장은 그러나 “한국당은 17년 동안 18기의 정치대학원생을 배출했고 이 중에는 함진규·김성원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과 20여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 다른 정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 전통과 교육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정치신인을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이 앞다퉈 정치학교를 개설하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벤트성 정치학교가 실제 정치신인을 배출하는 효과보다 정당의 보여주기식 홍보전략으로 전락해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공채 출신의 한 보좌관은 이와 관련 “정치학교를 내세워 신인 발굴을 선전해온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온전히 정치학교를 통해 배출된 정치신인은 매우 드물었다. 각 당이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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