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75호] 2017.09.18

‘강철수’서 ‘막철수’로… 고민에 빠진 국민의당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vaidale@chosun.com 

▲ 지난 9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 창당위원회 기자간담회를 가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photo 연합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연일 여권에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은 5% 안팎으로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라 안 대표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 주변에서는 “이미 바닥이기 때문에 선명한 야당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호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얼마 남지 않은 기존 지지층마저 떠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캐스팅보트의 위력
   
   지난 9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부결됐다. 민주당은 찬성,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은 반대 당론을 정한 상태에서 자율투표를 하기로 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이었다. 결과는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 국민의당 의원 절반 이상이 반대 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많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 대부분이 찬성 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김 후보자가 호남 출신인 데다가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김 후보자의 동성애 관련 입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의당 내에서 기독교계 표심을 의식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당권을 잡게 된 이후, 여당을 연일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데 치중했던 점 또한 이번 표결에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존재감을 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과 안 대표에 대해 거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안 대표는 그러자 더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표결 이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금도를 넘었다”며 “청와대의 도를 넘은 국회 공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안 대표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회 의결을 두고 청와대가 입에 담기 힘든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여당에 북한을 압박하랬더니, 국회와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데, 국회의 헌법적 권위를 흔드는 공격은 삼권분립과 민주적 헌정 질서를 흔드는 일”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했다. “2013년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향해 ‘레이저빔’을 쏘며 비난한 일이 떠오른다”며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권력의 민낯이자 없어져야 할 적폐”라고 했다. 안 대표는 또 “청와대가 신호를 보내니 민주당은 대야 강경투쟁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며 “안보위기에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하더니, 이제는 여당이 강경투쟁을 하는 양극단의 행태에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어 “여당 자신의 무능을 정쟁으로 덮으려고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 아이들도 그렇게 분풀이하지는 않는다”며 “문 대통령은 대결이 아닌 성찰과 변화의 길을 택하길 바란다”고 했다.
   
   
   호남 의원들의 걱정
   
   여권은 이런 국민의당과 안 대표를 상대로 역시 강공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라는 큰 산이 남아 있어 고민이 큰 상태다. 이번에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당론 반대 표결 입장을 정했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의원들도 이런 부분에서 고민이 있다. 김이수 헌재소장 표결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는 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까지 부결시킬 경우, 기존 지지층이 더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지역적 기반은 호남.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일부 호남 의원들은 지역정서의 반감이 심상치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표결 또한 자율투표로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금처럼 국민의당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또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이번에도 부결시킬 경우,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미 여당으로부터도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대응 수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그래도 공개적으로는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강성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9월 14일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이 일찍이 자유투표 원칙을 천명한 것을 뻔히 알면서, 우리에게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을 떠넘기는 건 적반하장을 넘어 비겁하기 짝이 없는 책임전가의 전형”이라며 “부결의 책임은 내부 단속, 표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이어 “부결 책임론은 어처구니가 없다. 부결이 악이고 가결이 선인가”라며 “그러면 처음부터 표결은 왜 했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향해서도 “부결에 대한 모든 책임을 국민의당 탓으로 돌리며 땡깡이니, 골목대장질이니,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며 “더 이상 형제정당이 아니라고 하는데 언제 형제 대우 한번 해준 적 있나. 오만해도 이런 오만이 없다”고 했다.
   
   안 대표의 대여 공세는 초강경 일변도다. 대선 당시보다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당 또한 이런 안 대표의 변화에 발맞춰가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는 국회 운영 과정에서 민주당에 상당히 협조적이었지만 지금은 기조가 180도 바뀐 것이다.
   
   국민의당 한 비례대표 의원은 “안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은 집권여당에 강하게 맞서 선명한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당의 존립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며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시작일 뿐이고 향후 예산, 쟁점법안 등에 있어서 민주당에 쉽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외교, 안보, 인사 등에 있어서 문재인 정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안 대표가 앞으로 더욱 강한 비판을 거듭할 것”이라며 “우리가 여당에 협조적으로 행동한다고 당 지지율이 오르는 게 아니다”고 했다. 안 대표 개인도 ‘소주폭탄주’를 마시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과거 약점으로 지적됐던 ‘스킨십’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우려도 여전하다. 호남 의원들로서는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자신들의 지역구 민심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당면하고 있는 안보 위기 속에 안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대북유화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당 지지율이 바닥이고 여권이 우리 당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여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시기와 상황에 따라 대여 관계를 조율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호남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반대표를 던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가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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