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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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3 전당대회에서 의석 107석의 제1 야당 키를 잡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두 달여 동안 그야말로 좌충우돌해왔다. 밖으로는 “좌파 포퓰리즘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해온 문재인 정권과 사방에서 부딪혔고, 안으로는 당 혁신을 추진하면서 구(舊) 여권 기득권 세력인 친박(親朴)들과 충돌해왔다. 최근에는 “5000만 국민이 핵 인질이 됐다”며 북핵과 맞서기 위한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동분서주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다소 주춤했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여전히 세 배 이상 뛰어넘고 있고 당 혁신위에서 자진 출당을 권유한 친박 좌장들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한 홍 대표에게 ‘정치적 패륜아’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임기 2년의 홍 대표가 당 혁신을 이뤄내고 지난 대선에서 지리멸렬해진 보수의 재건에 성공할지는 일단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따라붙은 ‘막말 정치인’이라는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그가 여권의 실점(失點)에만 기대지 않고 보수정치를 재건해낼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을까. 지난 9월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로 그를 찾아갔다.

- 최근 역점을 두는 이슈가 전술핵 재배치인데 자유한국당 미국 방문단이 전술핵 논의를 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왔다는 비판이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이제 동북아 핵질서 전체를 뒤흔드는 화두가 됐다. 이 정부도 못하고 있는 세계적 화두를 우리 야당 외교 의원단이 2박4일 동안 얘기했다고 뭔가 가지고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나. 방문단 취지 자체가 미국 조야(朝野)에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한국민의 의식이 변했다’는 걸 알리기 위함이었다. 가장 친정부적인 여론조사기관들도 전술핵 재배치 찬성 의견이 60%, 심지어 68%가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조야에선 이런 내용 자체를 모른다. 어느 상원의원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 이번 미국 방문단이랑 만난 상원의원 얘기인가. “그렇다. 그리고 나도 10월 말 미국을 간다. 국무부 고위 관료를 만나기로 했는데 나 역시 미국 조야에 한국의 기류 변화를 설명하러 가는 것이다. 미국의 고위 관료가 야당 대표가 왔다고 확답을 줄 리가 있나. 그런 것은 기대하면 안 된다.”

-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나. “지금은 이야기할 게재가 아니다. 잠정적으로 합의된 것은 헤리티지재단하고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이 전술핵 재배치 관련 공동 세미나를 연다는 정도다. 그 세미나에서 내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 워싱턴에서 전술핵 세미나가 열리나. “그렇다. 미국은 여론이 지배하는 사회여서 여론을 움직이면 정부는 따라온다. 그게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로는 독일 슈미트 전 총리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다. 슈미트 총리가 1970년대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을 때도 미국은 핵우산을 핑계로 처음엔 거절했지만 ‘핵우산을 믿을 수 있느냐’며 집요하게 요구해 미국의 결단을 얻어냈다. 내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에 가서 슈미트의 결단을 벤치마킹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술핵 재배치를 하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근거가 사라진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과거 한반도 북핵 외교를 담당했던 일부 전문가들의 그런 인터뷰를 봤는데 어처구니없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처럼 사태를 악화시킨 장본인들이다. 외교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역대 대통령마다 외교로 해결하려는 제스처만 취해왔다. 그런데 석고대죄해야 할 사람들이 언론에 나와 ‘전술핵이 괌에 있으나 우리나라에 있으나 상관없다’ 어떻게 그런 얘길 하나. 그게 우리나라에 있으면 의사결정하는 데 1분이 걸리지만 괌에 있으면 25~30분 걸린다고 한다. 그게 차이가 없나.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해 보고 안 되면 자체 핵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미국의 핵우산이 정상적인지 찢어진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 자체 핵무장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불가피한데 그로 인한 피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우려도 많다. “핵개발을 하면 경제제재와 보복이 두렵다? 파키스탄이, 인도가 경제제재가 두려워서 핵개발을 안 했나? 중국이 핵개발을 하니 인도가 했고, 인도가 하니까 같은 경제권인 파키스탄이 했다. 경제제재가 두려워서 5000만이 핵 인질이 되어도 좋다는 건가? 죽고사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먹고사는 문제는 2차적이다.”

- 북핵이 북한 정권의 체제 보장용이고 미·북 수교의 수단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것이 좌파정부의 사고방식이다. 북한 스스로 남침용이라고, 남북통일용이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한다. 핵이 체제 보장용이라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할 필요가 뭐가 있나. ICBM까지 개발한 것은 미국을 인질로 잡겠다는 것이다. ‘LA나 워싱턴, 뉴욕이 잿더미가 될 걸 각오하고 참전할 수 있겠느냐’면서 미국을 인질로 잡으면 핵을 가진 나라와 갖지 못한 나라의 대결에서 게임이 되나. 군사력 증강한다고 문 대통령이 얘기하는 것을 보고 내가 ‘공기총 아무리 성능 개량해도 대포를 당할 수 없다’고 했다.”

- 과거 노무현 정부 때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핵 폐기에 합의했던 전례를 들어 결국 이번에도 미·북 수교가 문제 해결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그때 북한이 냉각탑 폭파하는 생쇼도 했지만 그 이튿날부터 핵개발을 계속했다. 그 위장전술에 속아서 대한민국 외교하는 사람들, 대통령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또 좌파들 주장을 따라갈 수 있나.”

- 미국도 여론이 달라지면 전술핵 배치에 대해 입장이 변할 것이라고 보나.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같은 사람도 전술핵 재배치 찬성으로 입장이 달라졌다. 그 정도 영향력 있는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건 미국 조야에서도 정보에 정통한 사람들은 전술핵 재배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안보관에 대해 보수층이 불안해 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보수층이 아니고, 국민 대다수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에 북한이 핵실험 한 번 하고 미사일 발사를 열 번 했다. 폭죽놀이 하듯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의미 없는 유엔 제재를 계속해본들 북한이 멈추겠는가. 이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한다고 한다. 잠수함에서 쏘아 올리면 미국도 통제불능이다. 미국 근처 해안까지 가서 쏘아 올리면 미국 방공망이 의미가 없다. 지금 SLBM도 2년 내에 개발한다는 것 아닌가. 그리되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나.”

- 본인이 대통령이었다면 이 위기에 어떤 식으로 대처했을 것 같나. “내가 집권했다면 무조건 전술핵 재배치한다. 지난 대선 때 공약 사항이다. 재배치 요구해서 안 들어주면 핵개발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핵개발 기술도 있고, 전문가들도 있고, 플루토늄도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다. 전문가들 말에 의하면 핵 재처리만 하면 우리나라도 6개월 내에 핵탄두 100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데. “기본적으로 친북(親北)정권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색깔론이니 그럴 텐데, 내가 얘기하는 건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다. 이 정권의 본질이 친북정권이다.”

- 어느 정도가 친북인가. “국제사회가 전부 제재 국면으로 나가는데 800만달러 지원하겠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명확하지 않나.”

-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데. “전쟁이라는 건 힘의 균형이 있으면 절대 안 일어난다. 최근에 중국과 인도의 국경수비대끼리 투석전(投石戰)을 했다. 이게 무슨 3000년 전의 전쟁도 아니고…. 왜 투석전을 했겠나. 서로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발을 못하는 것이다.”

- 지난 대선 때 그리스의 예를 들며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면 포퓰리즘으로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현재 그렇게 가고 있지 않나.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걸 보니 이 정부의 공무원 채용계획대로 하면 앞으로 약 300조가량 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걸 지금 청년들이 장년 넘어 노년될 때까지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명령한 것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다. 그게 무슨 법적 근거가 있나. 연말이 되면 아마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 어떤 대란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기업에서 사람을 안 뽑을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지, 법인세 올린다고 하지, 원전 폐지하면 산업용 전깃값 오르지…. 장기적으로 경제가 망하는 건 자명한 이치다. 지금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608만명인데 그 사람들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 자영업을 포기할 것이다. 금년 예산안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액 상당 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걸로 돼 있는데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금년에만 보조금이 6조원가량 되고 내년, 내후년엔 10조원 이상 될 것이다. 결국 임금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니까 공산주의 배급정책이랑 똑같은 것이다.”

- 그래도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보다 3배 이상 높다. “이 정권의 실체를 아직 국민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종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워낙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뒤에 새 정부가 들어왔으니 ‘잘해달라’는 요구다. 여론조사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지금 여론조사에 응하는 계층은 광적인 지지계층 아니면 반대계층이다.”

-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을 관철하려면 야당에서 협조해줘야 하는데 흔쾌히 협조해줄 정책이 있나. “좌파냐 우파냐가 아니라 국익이 판단 기준이다. 내가 24년을 정치했는데 그동안 국적법, 반값 아파트법,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 좌파 정책도 추진했다. 이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중에서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응한다.”

- 그런 정책이 뭐가 있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기국회가 시작됐으니까 각종 정책이나 예산안이 들어오면 그중에서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안 되는 것은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 자유한국당이 헌재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인준을 반대하는 걸 두고 여권에선 ‘사법부 수장 자리를 공석으로 만드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는데.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 정부가 들어와 대법관 8명을 전부 좌파인사로 채운 결과 차베스 집권기에 4만5000건의 대법원 판결 중 단 한 건도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판결이 없었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지금 망해서 국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미국이 부패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대법관 8명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기도 했다. 법관은 가치중립적인 판결을 해야 한다. 좌파 성향에 동성애 합법화에까지 동조하는 대법원장을 앉히면 안 된다. 지금 김명수 후보가 대법원장이 되면 임기 6년 동안 10명의 대법관과 3명의 헌재 심판관을 지명하는데 그러면 한국 사법부 전체가 ‘코드화’ 된다.”

인터뷰 다음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출석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 이 정부 들어 7명의 고위 공직자 후보가 낙마했는데 왜 이런 난맥상이 벌어졌다고 보나. “코드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재 전부를 풀(pool)에 넣지 않고 자기하고 선거 때 인연이 있거나 코드에 맞는 사람 위주로 선발하다 보니 편중 인사를 하는 것이다. 흠 있는 사람도 그 사람들 눈에는 흠이 안 보인다.”

- 박근혜 정부도 인사 난맥상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이 정부와 비교하면 어떤가. “(이 정부가) 더 심하다.”

- 당 혁신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좌장들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건 당헌·당규대로 한다.”

-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출당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나는 10월 중순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사람들은 사실심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것이다. 우리랑 같이 엮어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니까. 아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영장을 발부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상황으로 가고 있다.”

- 왜 그런가. “언론보도를 보니까 10월 10일에 증인신문 날짜를 잡았다. 그러면 구속만기일인 10월 17일까지 1심 판결을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석방하겠나. 구속영장을 재발부할 것이다. 그럼 6개월 더 사실심을 가져갈 수 있다. 내년 4월까지 1심을, 결국 지방선거까지 재판을 끌고 갈 것이라고 이미 한 달 전에 예상했다.”

- 박 전 대통령 재판 일정에 정략이 개입됐다는 말인가. “나는 그렇게 본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 당헌·당규에 따라 구(舊)체제와 단절해야 한다. 일부 친박들이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일로 예상됐던 10월 중순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기 때문에 10월 중순까지는 기다려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출당은 사법적 책임이 아니고 정치적 책임이기 때문에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할 것이다.”

- 구체제와 단절하지 않으면 같이 다 죽을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구체제와 단절해야 자유한국당이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다.”

- 지금 친박 중 자진 탈당 대상은 서청원·최경환 두 사람인가. “혁신위 요구가 두 사람이다.”

- 자진 탈당을 거부할 때 어떤 요건을 갖추면 출당이 결정되는가. “나는 자진 탈당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 안 하고 버티면? “정치적으로 이미 사망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출당은 명예롭지 못하다. 나는 그런 사태까지는 안 오리라고 본다.”

- 친박들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출당 조치를 ‘정치적 패륜’이라고 주장하던데. “패륜? 어이없는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대선에서 망했는데 무슨 박근혜를 이용해서 대선을 했다고 하나. 내가 대선 때 ‘집권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겠다’ 이 정도 이야기밖에 더 했나. 박근혜 때문이었다면 우리는 10%도 못 받았을 것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때문에 (나를) 찍은 게 아니라 보수정당의 재기 기틀을 마련하라며 24%를 준 것이다.”

- 친박과 절연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보나. “국민들이 자동 통합을 해줄 것이라고 본다.”

- 별다른 정치적 노력 없이 통합될 것이라는 말인가. “정치적으로 하려면 ‘공작’이라고 저항이 들어올 것이다. 나는 바른정당 의원들 중 돌아올 의원들이 10명 이상 있는 것으로 안다. 명분이 되면 돌아오겠다고 의사 표명한 분들이 그 정도인 것으로 안다.”

- 굳이 당대당 통합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말인가. “큰 배가 고장나자 침몰할까 싶어 먼저 구명정 타고 도망간 사람들이 한참 저어가다 뒤돌아보니 배가 다 수리되어 정상운행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돌아오지 않고 망망대해를 떠돌면 태풍을 견뎌내겠는가. 굳이 당대당 통합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 당이 정상적으로 리모델링되면 바른정당은 자연적으로 소멸할 정당이다.”

- 당을 혁신하는 데 이른바 ‘친박 정리’ 말고 또 뭐가 중요한가. “가치 재정립하고, 의원들 이념무장하고, 소위 보수의 가장 큰 적폐로 알려져 있는 기득권·특권을 없애야 한다. 그 다음에 계파공천 등 전횡을 못하도록 제도화한 후 청년과 여성을 대거 발탁할 것이다. 그러면 당이 달라진다. 영국 보수당도 이런 과정을 거친 뒤 달라졌다.”

-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쉬운 거였으면 나한테 정당을 맡겼겠나.(웃음)”

- ‘당에 전사가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던데 어떤 의미인가. “내가 이 당에서 24년째인데 이 당의 마지막 전사가 홍준표, 이재오, 정형근, 김문수였다. 그 이후로 전사는 없어졌다. 이 당은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가 부상 입고 돌아오면 돌봐주지 않는다. 버리기까지 한다. 묘하게 바른정당으로 간 소장 개혁파 몇몇을 보면 대여(對與) 전선에서 싸워서 큰 사람들이 아니라 내부 총질로만 큰 사람들이다. 대여전선에는 겁이 나서 못 나가는 사람들이 출세하는 정당이니까 전사가 없다. 야당을 제대로 하려면 전사를 키워야 한다.”

- 지금 107명의 의원 중 야당 경험해 본 의원이 몇 명쯤 되나. “한 10명쯤 될까. 그중에도 전사는 없다.”

- ‘협치의 시대’에 왜 전사가 왜 필요한가. “협치는 시대의 구호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협치하자고 해놓고 하는 게 뭔가. 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치보복을 가하고 야당 국회의원 신상 털기를 하고 있다. 1998년 DJ 정권 때 야당 의원들 신상 털고 겁을 줘서 36명을 여당으로 빼갔는데 지금 똑같은 방식이다. 내가 청와대 5자회담에 안 가는 것도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 손엔 몽둥이 들고 한 손엔 사탕 들고 비열한 정치를 하는데 어떻게 내가 청와대 가서 밥 먹고 앉아 있겠는가. 지금 협치는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

- 의원들이 신상 털기를 피부로 느끼나. “다 느낀다. 최근 불거진 강원랜드 취업 특혜사건을 보자. 강원랜드에 ‘폐광특별법’이라고 있다. 폐광 지대 주민들은 그 자제들을 포함해 우선취업 조항이 있다. 거기 주민들이 자녀 취업시켜달라고 국회의원에게 부탁하고 그걸 받아주는 건 국회의원의 직무다. 취업시켜주면서 돈을 받으면 나쁜 행동이지만 자기 지역 민원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걸 마치 범죄인 양 몰아가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국정원이 저지른 일 때문에 고소를 당하고 사법처리의 표적이 되는 분위기인데. “MB 때 뇌물사건을 수사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나.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MB라고 보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댓글, 댓글하는데 이 정부는 ‘댓글정부’다. 국정원 댓글로 2012년 대선에서 패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 정부는 댓글로 촛불(시위) 하지 않았나. 지난 대선 때는 댓글부대 없었나. 나중에 우리가 집권했을 때 이 정부 조사하면 그땐 뭐가 나오겠는가. 댓글 보고 투표할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리석지 않다.”

- 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도 ‘맹견을 푼다’고 비판했던데 검찰의 독립성 강화는 필요한 것 아닌가. “공수처는 대통령 휘하에 새로운 검찰청, 직속 검찰청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푸들도 있는데 무슨 맹견까지 푸나’라고 비판했다. 검찰더러 푸들이라고 해서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역대 정권 때마다 꼬리 치지 않았나. 정권이 넘어갈 때쯤 또 다른 정권에 꼬리 치고. 공수처는 절대 합의해줄 수 없다. 대신 검찰 견제장치는 필요하다. 새로운 기구는 안 된다.”

- 내년 지방선거에 승산이 있다고 보나. “탄핵 상황에서 최악의 선거를 치른 지난 대선보다는 나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광역단체장이 5개다. 내가 했던 경남지사까지 포함하면 6개다. 6개 이상만 확보하면 현상 유지, 6개 넘어가면 선전하는 것이다. 염두에 둔 서울시장, 경기지사 후보도 있다.”

홍 대표는 “우리가 잘한 것이 없고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대표 취임 후 인터뷰를 사양해왔는데 지금은 잘한 것 잘못한 것 떠나서 문재인 정권의 현 상황이, 나라 전체가 위중하다고 판단했다”며 인터뷰에 응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그는 전술핵 문제를 얘기할 때는 몸을 의자 앞쪽으로 당기면서까지 열변을 토했다. 자신의 말대로 보수당의 ‘마지막 전사’가 받아들 9개월 후의 성적표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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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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