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76호] 2017.09.25

사분오열 바른정당 11월 전당대회 열 수 있나

양승식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yangsshik@chosun.com 

▲ 지난 9월 4일 열린 바른정당 의원총회. 오른쪽부터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 김용태 의원, 홍철호 의원. photo 뉴시스
이혜훈 전 대표 사퇴 이후 격화됐던 바른정당 내 자강파(自强派)와 통합파의 내분 사태가 소강 국면에 돌입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양측의 물밑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1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함으로써 두 달의 유예기간이 생겼지만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는 한국당·바른정당 통합 사전 정지작업에,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자강파는 이런 통합 움직임을 저지하는 수 싸움에 돌입했다.
   
   
   “당장 탈당할 의원 13~14명 된다”
   
   통합파는 바른정당 소속 20명의 의원 중 상당수가 한국당과의 통합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세연·이혜훈 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한국당과의 통합을 원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통합파로 분류된 한 의원은 “지금 당장에라도 탈당할 수 있는 의원이 13~14명은 된다”고 했다. 이들 통합파는 이른바 한국당 소속 ‘복당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성태·김학용·홍문표·박성중 의원 등 대선 직전 ‘보수 통합’을 기치로 한국당에 복당했던 의원들은 김무성 의원과도 수시로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9월 20일 김 의원의 생일을 맞아 대규모 회동을 가졌는데, 한 참석자는 “마치 한 당인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통합파는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親朴) 청산을 양당 통합의 계기로 보고 있다. 이미 한국당 혁신위가 지난 9월 13일 이들에 대한 자진 탈당을 권고했고, 이에 따라 10월 중으로 홍준표 대표가 결단을 내리면 한국당과의 통합 명분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한 통합파 의원은 “홍 대표가 10월 중 결단을 내리면서 기존에 혁신위가 권고했던 서청원·최경환 의원 외에 더 많은 친박계 의원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가 한국당에 들어갈 확실한 명분이 생긴다”고 했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라 특정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에 합류하면 의총에서 친박은 소수파로 전락하고, 이에 따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친박 축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홍 대표가 과연 10월에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당초 10월이 유력했던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연말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판결이 미뤄지면 홍 대표도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당 관계자는 “그래도 지방선거 전에 통합을 해야 하는데, 마냥 미룰 수는 없다”며 “10월 중엔 결단을 내려야 하긴 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는 “탈당까지 할 수 있는 강성 통합파는 7~8명 수준”이라고 하고 있다. 다만 자신들이 통합파와의 싸움에서 수세적 입장이 됐음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대로 분열이 지속되면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들고 나온 카드가 바로 ‘자강 대 통합 프레임 깨기’다. 유 의원 측은 이를 “현재 바른정당 내분 사태는 자강 대 통합의 대결이 아닌, 개혁보수 대 수구의 대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엄밀히 말해 바른정당 내 자강파 또한 보수 통합을 바라고 있고 유 의원도 마찬가지”라며 “통합파와는 단순히 보수 통합의 시기와 방법을 두고 이견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통합파는 올해 안의 빠른 통합을, 자강파는 통합의 시기를 조금 더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바른정당이 개혁보수의 기치를 들고 탄생한 정당이니만큼, 바로 깃발을 내리고 한국당에 고개를 숙이는 건 명분이 없다는 입장도 내세운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한국당이 이제 와서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또 친박 몇 명을 청산한다 한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또 친박 청산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자강파는 통합파의 실질적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유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유승민 비대위를 거부하고 11월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한 게 통합파이니만큼, 이들이 그전에 한국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보이거나 집단 탈당을 할 명분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자신들이 정말 탈당하겠다면 그런 명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11월 전대 이전에 바른정당이 분열돼 전대 자체를 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은 지분 싸움?
   
   이에 따라 유 의원 측은 11월 전대에 김무성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직접 앞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해 전대 전 탈당·통합 움직임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현이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당장 김 의원이 수차례 “전대 출마는 없다”고 하고 있고, 김 의원이 나설 이유도 없다는 게 통합파의 생각이다. 원외(院外)당협위원장들이 유 의원을 지지하는 주요 세력이지만 실질적 힘은 없다. 여기에 유 의원을 지지했던 남경필 경기지사마저 아들 문제로 사실상 중앙 정치 무대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유 의원의 우군(友軍)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른정당 관계자들은 이런 자강파 대 통합파의 대결이 결국은 한국당과의 향후 통합 지분 싸움과 관련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우리가 헐값에 팔려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모델이다. 당시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의원 측과 민주당은 ‘1 대 1’ 지분으로 합당하기로 합의했는데 민주당은 국회의원 126석의 거대 야당이었지만, 안철수 측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합당’에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힘을 합치는 게 아니라 지방선거 전후로 바른정당이 한국당에 흡수되는 것”이라는 말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당도 바른정당이 합당을 제안하면 지분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많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현재 원외위원장들이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향후 합당 과정에서 유 의원을 내세워야 당의 몸값을 조금 더 불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고 했다.
   
   지난 9월 20일 출범한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의 정책 연대인 ‘국민통합포럼’도 변수다. 지난 대선 때부터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연대는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구체화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포럼을 계기로 중도 연대의 플랫폼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그동안의 자강파·통합파 내분은 한국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 논의였다”며 “하지만 국민통합포럼이 실제로 활동하면서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면 바른정당에서 힘을 잃은 국민의당과의 연대 목소리가 부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통합파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이미 한참 물 건너간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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