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야당(野黨) 패싱’ 논란에 대해 내놓은 두 가지 해명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조선은 지난 9월 15일자로 발간한 2475호(‘야당 패싱 공정위 TF 논란’ 기사)에서 공정위가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만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 김상조 위원장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공정위는 야당을 상대로 한 설명회는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정무위 간사 의원실은 이와 관련 “공정위가 TF에 관한 사전 설명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양당 간사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7월 공정위가 여당 보좌진을 위한 설명회를 한 뒤 불쑥 찾아와 TF를 구성하려 하니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지난 9월 17일 주간조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야 3당 정무위원회 각 간사 의원실에 설명하고 (TF 위원) 추천을 요청한 바 있다. 따라서 법집행체계 개선 TF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야당을 패싱’했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해명은 다음날인 9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정무위원회 바른정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은 이날 “공정위가 TF 구성과 관련 각 정당 간사들과 협의했다고 하는데, (나는)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도 “김 위원장이 여당 보좌관을 상대로만 정책간담회를 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기관장이 정식으로 상대해야 할 대상은 국회의원”이라며 김 위원장을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실 보좌진은 “정부가 TF를 꾸리는데 국회에서 위원을 추천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 위원장이 오고 나서 공정위 업무가 급진적이고 좌충우돌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투수가 방어율이 좋아도 그라운드 밖에서 구설수가 나오면 평가가 좋지 않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주의를 줬다.

공정위의 또 다른 해명은 이랬다. “지난 2월 정무위 주관 전속고발제 관련 공청회 시 발제자들을 TF 민간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이들이 법률이나 경제학 전문가이며,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인사인 점을 감안하여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TF를 주도하기 위해 공정위 업무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TF 민간위원으로 구성하였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TF 민간위원은 모두 10명이다. 이 가운데 경제학 전공자는 오동윤 부산대 교수가 유일한데, 그의 연구 분야는 동북아 경제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법조계 인사로 분류된다. TF 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김상조 위원장이 활동했던 참여연대에서 집행위원장으로 있던 인사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 출신이다. 이동우 변호사는 여당 변재일 의원실 비서관을 지낸 민변 소속 법조인이다. 일부 위원은 채권추심이나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법을 다룰 전문성과 공정성이 충분하다는 공정위 주장에 공감하기 어려운 인적구성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무위 업무보고 당시 “TF에 참여한 인사들이 특정이념에 편향된 시민단체 출신이 많고 공정위 업무와 관련 없는 변호사도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또 “전속고발권 공청회 때 발제자로 온 분들이 공정위 업무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의원님을 찾아온 적은 있다. 그러나 TF 위원 추천은 상식적이지 않아 (추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체제 이후 권한을 다 내주게 생긴 공정위 직원들이 TF에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았을 거고 김 위원장은 알면서도 내버려둔 것 같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여당 보좌관들에게 제공한 TF 관련 문건과 야당에 준 문건이 다르다는 ‘이중 문건’ 논란에 대해 주간조선 보도를 반박하지 못했다. 고병희 경쟁정책과장은 “실무진이 야당 간사 의원실에 가서 설명한 것으로 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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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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