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77호] 2017.10.09

핵무장에 반대하는 35%는 누구인가?

조성호  수습기자 chosh760@chosun.com 

▲ 원자폭탄 폭발 시 나타나는 ‘버섯 모양(mushroom-shaped)’의 핵구름. photo 미국 후버연구소(hoover.org)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는 각각 지난 9월 첫째 주(2017년 9월 5~7일)와 둘째 주(2017년 9월 13일)에 ‘한국의 핵무기 보유(자체 핵무장)’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한국갤럽은 ‘찬성’이 60%, ‘반대’가 35%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찬성’ 53.5%, ‘반대’ 35.1%였다. 대한민국 국민을 5000만명이라고 했을 때, 약 1500만명이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두 기관의 조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 등 북핵(北核)으로 인한 안보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실시되었다. 그럼에도 국민 상당수가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35%’에 속한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여론조사 결과를 세밀히 분석해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19~30대, 화이트칼라·학생 두드러져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핵무장에 반대하는 직업군이다. 화이트칼라·학생층의 반대가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은 화이트칼라의 49%가 반대(찬성 47%), 학생은 70%가 반대(찬성 29%)하는 입장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19~29세의 반대 비율이 높았다. 이 연령층에서 찬성은 38%, 반대는 57%로 19%포인트 차가 났다. 30대의 반대 비율도 찬성 비율보다 높았다. 찬성이 45%, 반대가 50%였다. 40~60대 이상의 찬성 비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남성의 62%가 찬성, 여성의 58%가 찬성 입장을 보여 남성의 찬성 비율이 여성보다 4%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여당의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은 찬성 63%, 반대 30%로, 찬성 여론이 두 배 이상 높은 게 눈에 띄었다. 서울은 찬성 50%, 반대 44%였고, 인천·경기는 찬성 58%, 반대 38%였다. 대전·세종·충청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반대 여론이 34%로 동일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도 핵무장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민주당 지지자 중 52%(반대 43%)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반면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47%가 찬성, 48%가 반대 입장을 보여 팽팽히 맞서는 양상을 보였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정의당 지지자 중에선 57%가 핵무장에 반대해 찬성(40%)보다 더 높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정리하면, 핵무장에 반대하는 35% 중에는 ‘19~30세, 화이트칼라나 학생, 정의당 지지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부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몇 가지 의미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장 부장은 “핵무장 이슈는 개인의 이념 성향과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젊은층, 화이트칼라가 핵무장에 반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장덕현 부장은 “남성보다 여성이 핵무장에 반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지향성이 크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다.
   
   장 부장은 “수도권에서 핵무장 찬성 여론이 높은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이 북한과 가까운 접적(接敵) 지역이기 때문에 (수도권 거주자들이) 북한의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TBS 의뢰)에서 두드러지는 지역은 광주·전라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이 지역의 찬성 비율이 반대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지만, 리얼미터 조사에선 그 반대 양상을 띠었다. 이 지역은 핵무장 찬성 42.7%, 반대 47.0%로, 반대가 찬성보다 4.3%포인트 높았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찬성 비율이 반대 비율보다 높았다. 서울은 찬성 49.1%, 반대 41.0%, 경기·인천은 찬성 55.4%, 반대 36.0%로 나타났다. 대전·충청·세종은 찬성 59.8%, 반대 29.1%였다.
   
   
   20·40대, 호남 거주자 반대 높아
   
   연령별로는 20대와 40대의 반대 비율이 높았다. 20대는 찬성 34.1%, 반대 49.8%로 반대가 15.7%포인트나 높았다. 40대는 찬성 40.2%, 반대 55.4%로 반대 비율이 15.2%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30대는 찬성 53.3%, 반대 38.4%로 찬성 비율이 14.9%포인트나 높았다.
   
   지지정당별로는 정의당 지지층의 반대가 월등히 우세했다. 찬성 25.5%, 반대 65.2%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찬성 37.3%, 반대 51.5%였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지자들은 핵무장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신을 ‘중도’라고 여기는 사람의 경우 찬성이 49.3%, 반대 37.8%였으며,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의 경우 찬성 37.9%, 반대 54.3%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핵무장에 반대하는 35.1% 중에는 ‘20대 혹은 40대, 호남 거주자, 정의당 지지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두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는 핵무장에 반대하는 35.1%가 실제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핵무장에 반대하는 35.1%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 다시 말해 진보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30대도 특별히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20·30·40대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핵무장) 반대 비율이 50%가 훨씬 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와 비교했을 때 호남의 핵무장 찬반 비율이 엇갈린 이유에 대해 그는 “여론조사 시점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갤럽이 핵무장 여론조사를 한 시점이 9월 5~7일인데, 이때는 북한이 6차 핵실험(9월 3일)을 한 직후란 것이다. 권 실장은 “갤럽 조사 당시는 안보 이슈가 한창 달아오를 때라 호남인 다수가 핵무장에 찬성 입장을 보인 것 같다. 우리(리얼미터) 조사는 9월 13일 이뤄져 (갤럽 조사 때보다) 안보 이슈가 조금 누그러졌을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도층의 변화에 주목했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서 중도층도 보수층과 비슷한 색깔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보수층만으론 핵무장 찬성 여론이 50~60%가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중도층이 핵무장 찬성 쪽으로 옮겨가 핵무장 찬성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홍영림 조선일보 기자도 “핵무장 여론조사는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홍 기자는 “젊은층이나 진보층이 핵무장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메시지(핵무장 반대)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기자도 “중요한 건 중도층이 핵무장 찬성에 쏠렸다는 거다. 과반수를 넘는 핵무장 찬성 여론이 조성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호남의 핵무장 찬반 여론이 서로 엇갈리게 나온 이유에 대해 그는 “안보 이슈는 주로 연령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예컨대 호남의 고연령층이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다 지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홍영림 기자는 “여성이 안전에 대해 관심이 큰 건 사실이지만, 핵무장에 찬성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핵무장에 반대하는 35%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핵무장에 반대해왔던 이 중 한 명이다. 그는 35%에 대해 “북한에 대한 기본 인식이 결여돼 있는 이른바 안보불감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그들에겐 ‘설마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를 쏘겠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체제 수호 수단으로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35%”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일은 처음부터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핵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핵무장 찬성론자인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은 “35%는 자체 핵무장을 북한에 부담을 주는 정책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화이트칼라와 학생 등 고학력층의 반대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는 북한이 주는 위협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안정된 현실을 추구하려는 경향도 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한 것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 역시 핵무장 반대 비율이 높은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가 (미·북 간의 다툼에) 왜 말려들어야 하나’란 인식을 35%의 사람들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핵무장 반대 35% 구조가 타파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그는 “북한이 우리에게 수모를 줄수록 젊은층의 (핵무장) 찬성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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