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안철수.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왼쪽부터) 안철수.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국민의당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5% 안팎으로 떨어진 당 지지율이 안철수 대표의 전면 등장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자, 내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향후 국민의당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 지방선거기획단준비위원회는 지난 10월 10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어 지방선거 기본전략 수립, 공천룰 및 후보자 선출 제도 정비, 시도당 선거준비 조직 활성화 등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 통합 문제로 논란을 거듭하는 사이 지방선거 준비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승용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사활을 걸고 개혁공천을 통해 훌륭한 후보를 국민에 선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며 “아직 국민의당에 희망이 있고, 또 국민의당이 잘해서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니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이 많다”고 했다. 주 의원은 “청와대, 집권여당은 경제를 해결하고 안보를 굳건히 해 국민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해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여당과 협력할 부분을 확실히 하고, 지적할 부분은 지적하는 무서운 야당이 돼 확실히 견제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당은 다른 당들보다 먼저 공천 작업을 마무리 짓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 의원은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조기 공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지역적 기반은 호남이다. 당 소속 의원 40명 중 23명이 호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당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의원들이 구축해놓은 지역 조직들이 와해되면서 민주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일부 중진 의원들은 광역자치단체장 출마 여부를 두고 주변과 상의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9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 승리하지 않으면 존폐가 의심스럽다”며 “안철수, 손학규,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등 당 대표급 인사들이 전면에서 뛰는 것이 좋은데, 저도 한번 이끌고 가자는 마음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천정배 전 대표는 경기지사에 나가는 게 바람직하고 정동영 의원은 전북지사에 도전하는 게 필요하며 이런 상황이라면 저는 전남지사에 나가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실상 전남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뿐 아니라 전남 지역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났다. 이를 두고 전남지사 출마설이 돌기 시작했었다. 박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전남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연휴 동안 전남은 물론 광주·전북 일부를, 특히 전남은 샅샅이 다녀봤다”고 했다. 출마 선언에 관한 질문에는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롭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이미 전남지사 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라며 “호남에서도 집권 초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영향으로 인해 당세가 어려워지고 있어 본인이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기획단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승용 의원을 비롯해 황주홍 의원 등도 전남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선에 출마했었던 정동영 의원은 전북지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는 광주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조직을 상당히 구축해놨고 중도를 중시하는 안철수 대표와 비교해 좀 더 선명한 진보 노선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호남 민심에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의 출마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역시 당 지지율이다. 지방선거 전에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 민주당 후보에 맞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야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지만 다른 중진 의원들은 연말까지 정치적 환경을 두루 살펴본 뒤, 최종적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안철수의 선택지는

안철수 대표의 출마 여부는 당 안팎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안 대표가 다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다면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에 출마해 다른 당 후보들을 꺾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선봉에 나서겠다”며 “서울시장을 비롯한 어떤 것이라도 당과 당원의 부름이 있다면 기꺼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위축되면 당과 다당제가 소멸하고 다시 거대 양당 체제로 돌아가 싸우는 척 적당히 나눠 먹는 시대가 돌아오고 민주 시대도 후퇴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도전하게 된다면 2011년 안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직 양보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고 팽팽한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안 대표가 실제로 서울시장에 출마할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당내 여론이 안 대표의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모이면 가능성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아직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전당대회 당시에는 당과 당원의 요구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따르겠다는 원론적 차원의 이야기였다”고 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안 대표가 고향인 부산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가장 큰 승부처이지만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지역 구도 타파의 상징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에게 자신의 고향이고 성장지이자 우리 국민의당의 불모지인 부산시장에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최근 부산을 찾아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인재를 영입해서 내년 지방선거 진용을 갖추는 일인데 ‘셀프 공천’을 하면 어떤 인재가 오겠느냐”며 “그런 이야기는 언론의 호기심 차원이 아니겠냐”고 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다만 광역자치단체장에 출마하기로 결심을 한다면 부산시장보다는 서울시장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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