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이 오간 새로운 이메일 계정이 발견돼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4일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박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이 오간 새로운 이메일 계정이 발견돼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4일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박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의 사용자로 추정되어온 김휘종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실 행정관이 문제의 태블릿PC에서 사용한 이메일 계정이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서 새로 발견됐다. 특히 이 이메일 계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이 오간 ‘흔적’도 발견돼 지금까지의 보도대로 최순실씨가 이 태블릿PC로 드레스덴 연설문을 이메일로 받아서 수정했는지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태블릿PC’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선 캠프의 SNS팀 간사였던 신혜원씨는 얼마 전 이 태블릿PC를 자신이 사용하다 김휘종씨에게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씨는 문제의 태블릿PC를 “폐기했다” “소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순실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한 JTBC와 이 태블릿PC를 포렌식 감정한 검찰은, 신혜원씨가 사용하던 태블릿PC와 ‘최순실 태블릿PC’는 서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서 새로 찾아낸 이메일 계정은 kimpa2014@gmail.com으로, 보고서 429쪽 표에 기록돼 있다. 표에는 이 이메일과 이메일을 열어본 시각, 이메일 내용이 정리돼 있다. ‘2014-03-27 PM 07:32:19’ 열어본 것으로 돼 있다. 이메일 내용은 이렇게 정리돼 있다. “저는 남북간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3대 원칙을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첫째 인도주의 원칙입니다.” 이 내용은 드레스덴 연설문의 일부분이 분명해 보인다. 이 표 하단에는 ‘최종’이라며 동일한 계정의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고, 시간은 ‘2014-03-27 PM 09:37:34’라고 적시돼 있다. 누군가 2시간여에 걸쳐 연설문을 수정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포렌식 보고서에 등장한 이메일은 JTBC가 보도했던 greatpark1819@gmail.com과 zixi9876@gmail.com 두 가지뿐이었는데 기자가 포렌식 보고서를 다시 꼼꼼히 훑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메일 계정을 찾아낸 것이다.

포렌식 보고서에서 새로 찾아낸 이메일 계정

기자는 포렌식 보고서에서 새로 찾아낸 이메일 계정이 누가 사용하던 것인지를 추적하던 중, 이 이메일 계정이 김휘종씨가 사용하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관여했던 변호인 A씨로부터 입수한 김휘종씨의 검찰 진술조서 일부(증거기록 2책 중 3395~3396쪽)를 입수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태블릿PC에서는 ▩을 통해 ▩계정으로 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데 ▩계정으로 메일은 진술인이 사용하는 계정 아닌가요”라고 묻는 대목이 있다.(원문 그대로 옮김) 이에 김씨는 “제가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이 맞습니다”라고 답한다. 여기서 ▩ 부분은 이메일이나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곳을 검찰이 지운 것이다. 보통 모자이크 비슷한 형태로 지우기 때문에 삭제된 곳 일부가 노출되기도 한다. ▩ 부분 중 한 군데를 자세히 보면 알파벳 ‘pa’가 보인다. 변호인 A씨는 이를 근거로 지워진 이메일 계정이 kimpa2014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확인한 김씨의 네이버 이메일에도 알파벳 ‘pa’가 들어 있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3년 청와대 입성 후에도 김휘종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2012년 대선 직후 태블릿PC를 김휘종에게 넘겼다”는 신씨의 주장과 “폐기했다” “소각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서로 상반되었다. 그로 인해 2012년 대선 후부터 2015년경까지 태블릿PC가 누구 손에 가 있었는지는 미궁에 빠져 있었다. kimpa2014 이메일 계정을 실제 김휘종씨가 사용했다면 김씨가 태블릿PC 사용자 중 한 명이란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라는 드레스덴 연설문이 오고 간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의 존재를 김휘종의 진술, 포렌식 보고서 등을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유의미하게 다루지 않았다.

kimpa2014 계정의 존재가 드러남으로써 JTBC 보도에도 의문이 생긴다. 작년 10월 JTBC는 최순실씨가 문제의 태블릿PC로 드레스덴 연설문을 이메일로 받아 수정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었다. 김휘종씨가 사용하던 kimpa2014 이메일 계정에서 드레스덴 연설문 흔적이 발견됐다는 건, 드레스덴 연설문이 작성되던 시기(2014년 3월 말경) 김씨가 이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최순실씨는 김씨가 가지고 있던 동일한 태블릿PC로 드레스덴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미인데 이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누가 드레스덴에 갔나?

이와 관련 변호인 A씨는 김휘종씨가 대통령을 수행해 드레스덴에 갔고, 그 문제의 태블릿PC를 가져갔을 수 있다는 추정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드레스덴을 방문했을 당시, 최순실씨가 따라갔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지만 김씨가 따라갔을 개연성은 있다. 검찰 수사기록에는 정호성씨(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가 누군가에게 “김팀과 한팀장이 순방 수행기를 보내왔습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있다. 여기서 ‘김팀’은 김휘종, ‘한팀장’은 문제의 태블릿PC를 처음 개통했던 김한수씨(당시 청와대 뉴미디어정책비서관실 행정관)라는 게 변호인 A씨의 설명이다. 순방 수행기 작성에 김휘종씨와 태블릿PC의 최초 개통자인 김한수씨까지 관여했다면 이메일 계정 사용자인 김휘종씨가 태블릿PC를 가지고 드레스덴에 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김휘종씨 카카오스토리 계정(2014년 3월 28일자)에는 박 전 대통령이 독일 대통령과 함께 부대를 사열하는 사진도 올라와 있다. 드레스덴 연설이 있던 그 시점이다. 태블릿PC에서 2013년 박 전 대통령의 저도 휴가 사진이 발견된 것도 당시 김씨의 직책, 업무 등을 고려했을 때 김휘종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검찰은 kimpa2014 이메일 계정을 ‘공용 게시판’ 성격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휘종씨 외에 다른 사람도 이 이메일 계정을 사용했다고 본 것이다. 이메일을 공용으로 사용한 게 맞다면,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람(또는 수정)했을 수 있는 사람 중에는 김씨는 물론 최순실씨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김휘종씨가 태블릿PC를 갖고 독일에 간 상황에서 최순실씨가 kimpa2014 이메일 계정으로 연설문을 받아서 수정했다면 최씨는 문제의 태블릿PC가 아닌 다른 PC를 사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최씨는 “태블릿PC 사용법을 모른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문제의 태블릿PC로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어 보거나 수정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순실 변호인 측도 “최순실이 kimpa2014 이메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impa2014 계정이 실제 공용 이메일이 맞다면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만으로는 연설문을 실제 누가 수정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한 IT기기 전문가는 “파일 열람 시간뿐 아니라 열람 지역까지 알 수 있는 로그 파일 분석이 이뤄진다면 연설문을 누가 수정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김휘종씨 주장대로 신혜원씨가 말한 태블릿PC와 문제의 태블릿PC가 서로 다른 것일 수 있다. 또 문제의 태블릿PC가 김씨의 손을 거쳐 최순실씨에게 갔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의혹을 풀 열쇠를 쥔 김휘종씨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키워드

#뉴스 인 뉴스
조성호 수습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