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1호] 2017.11.06

책으로 본 ‘내로남불’ 홍종학의 생각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photo 연합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종학 후보자를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의 초점은 그의 행동의 위법성 여부가 아니다. 그의 ‘언행 불일치’와 남은 하면 안 되고 자신은 해도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엘리트 교육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당시 그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입시기관이 돼버린 특목고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홍 후보자의 딸이 청심국제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이중성이 비판을 받고 있다. 청심국제중은 특목고·자사고·과학고 등의 진학률이 80%를 넘는 사립 특성화중학교다. 이 학교는 1년 학비가 1500만원에 달하며 귀족학교라 불린다. 홍 후보자를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국회의원이던 그는 세대를 건너뛴 상속·증여에 대해 ‘현행 세법의 빈틈’ ‘부유층의 합법적 절세 창구’라고 비판하며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 그의 재산 불리기 과정은 증여의 연속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 등에 따르면 홍 후보자의 재산은 2012년 21억7000만원에서 올해 55억7000만원으로 5년 만에 30억원이 넘게 늘었다. 홍 후보자는 2013년 장모로부터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를 부인과 절반씩 증여받았다. 2015년에는 그의 장모가 보유한 서울 중구 충무로 상가의 8억6000만원 상당의 지분을 부인과 딸이 각각 4분의 1씩 증여받았다. 홍 후보자 가족의 재산 불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6년 홍 후보자 아내는 어머니 소유의 경기도 평택 상가 9억2000만원 상당의 지분 절반을 증여받았다. 그가 ‘쪼개기 증여’라는 꼼수를 이용해 증여세를 줄이려 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당 10억원이 넘는 증여의 경우 증여세를 40% 내야 하는데 홍 후보자 가족이 이를 피하고자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와 관련된 ‘내로남불’의 언행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양상이다. 그가 저술한 책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홍 후보자가 저술하거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5권의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살펴봤다. 그가 집필한 책의 제목은 각각 달랐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책의 내용은 주로 진보·좌파진영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4권의 책은 홍 후보자가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출간한 책들이다. 책 5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학벌주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비판, 재벌 비판 3가지였다. 그가 집필한 책의 내용을 논란이 되는 주제별로 나눠 정리했다.
   
   1998년 홍 후보자가 발간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미래와 사람들)를 읽어 보면 그가 학벌주의에 심각하게 빠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서울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 따르고 다시 물질적 풍요는 성적 순으로 배분된다는 생각이다.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니라는 것은 하얀 거짓말이다.”
   
   인천 출생의 홍 후보자는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으로 유학,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현재 경기도 성남의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다. 이 책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서 부적절한 발언도 담겨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사람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왜곡된 학벌주의를 용인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서울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가 바뀔 가능성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빌 게이츠의 성공담 역시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 출신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운동선수와 같이 한 분야만 파고들어 성공한 삶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농구공만 던지면서 스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며, 대부분의 경우 ‘거렁뱅이’가 되기 십상이다.”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저술하거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권”
   
   2007년 11월 그가 김상조·유종일과 함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한국경제 새판 짜기’(미들하우스)에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그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가 노무현 정부를 향해 이 책에서 쓴 말이다.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은데, 참여정부가 성공하겠다는 무슨 비책이 있는가? 아마 당신들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빨리 백서를 만들어라.”
   
   그는 노무현 정부는 인사와 경제 정책이 모두 실패한 정부라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제일 안타까운 점은 지금 참여정부의 경제 관료들이 과거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개혁의 의지가 있었다면 그렇게 전혀 차이가 없는 관료들을 핵심에 등용했겠느냐. 출범 초창기부터 김진표 장관을 임명하고, 그 다음에 이헌재 장관을 임명하고, 그 다음에는 김진표 장관과 함께 현재의 권오규 부총리가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들어갔지 않은가. 과연 이 그룹이 어떤 개혁의지를 갖추고 있겠는가.”(‘한국경제 새판 짜기’ 145쪽)
   
   홍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개혁의지가 부족한 참여정부의 정책을 과도한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데서는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관련한 공범들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는 조만간 끝나지만 이 공범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후 2011년 홍 후보자는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폴리테이아)라는 책에 공동저자로 참여하며 김대중 정권의 실패 요인도 분석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실패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체제의 전환을 이룩하기에는 진보진영의 내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더 근원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신자유주의라는 강력한 이념이 전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에 미국이나 IMF의 도움이 절실했으며, 진보적 토대가 부실한 한국에서 진보적 이상을 펼쳐 보이기는 불가능했다.”(‘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181쪽)
   
   그는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라는 한계로 인해 재벌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 초기 각료의 임명을 분석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진보적 인사들의 역량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절차적 민주화 이후 경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모두 실패한 정부라는 입장이다.
   
   홍 후보자는 일관되게 한국 재벌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그가 2001년에 낸 ‘한국은 망한다’(이슈투데이)를 펼쳐 보자. 그는 이 책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에 부패방지를 위해 남긴 성과는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책에서 그는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재벌은 평상시에는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며 불공정 경쟁을 일삼아 많은 중소기업을 몰락하게 만드는 반면, (중략) 중소기업과 달리 쉽사리 퇴출되지 않는 부실한 재벌기업은 바로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아 전체 경제의 조화를 깨는 것이 문제가 되는 암세포와 같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에 대해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나 교육을 잘 모르는 이해찬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교육계의 상층부에 있는 반여당 성향의 인사들을 몰아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중략) 그는 정치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 교육에 기여하기보다는 큰 피해를 준 장관이었다고 생각한다.”(‘한국은 망한다’178~180쪽)
   
   2008년 홍 후보자는 학술논문 ‘친기업주의와 한국경제’에서 1987년 이전 한국의 경제 체제를 독일의 나치즘과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와 유사한 국가사회주의 체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을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 체제와 비슷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사실은 이미 언론 보도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아직까지 그 어떤 해명이나 사과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진보·좌파진영의 정부에 일관되게 비판 입장을 보여온 홍 후보자는 2012년을 기점으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은 그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해다. 당시 대표는 한명숙씨였다. 이때부터 그는 진보·좌파진영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는 2013년 발간된 ‘경제민주화 멘토 14인에게 묻다’라는 책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에는 그의 변화된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나라 보수는 유럽에서 보면 극우 쪽에 가 있다. 그럼 전 세계가 8 대 2 정도로 진보로 가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했으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20조원 이상은 돌아갔을 것이다. (중략) 민주통합당이 제시했던 방향대로 간다면 오히려 재벌기업이 존경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경제민주화 멘토 14인에게 묻다’ 72~73쪽)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재벌과 특권층에 각종 지원을 했지만 소위 혜택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낙수효과는 없었고 양극화만 심화됐다.”
   
   홍종학 후보자의 축재 과정과 과거 언행으로 인해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의 발언은 결코 단순 실수가 아니다. 그가 저술한 책마다 일관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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