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1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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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차이나 워치] 양제츠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photo 중국 국무원
지난 10월 18일부터 일주일간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그리고 10월 25일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은 새로운 5년 임기의 당 총서기에 재선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에는 내년 3월 초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재선될 예정이다.
   
   시진핑은 19차 당대회와 19기 1중전회를 통해 그동안 중국공산당의 최고 리더십을 결정해온 두 개의 중대한 인사 원칙 가운데 ‘격대지정(隔代指定)’은 무너뜨렸으나 ‘칠상팔하(七上八下)’는 무너뜨리지 못했다. ‘격대지정’이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권력 승계 안정화를 위해 자신의 권력을 넘겨주는 후임자에게 그 다음의 권력 승계자를 미리 지정해주는 독특한 방식의 권력 이양 시스템을 말한다.
   
   덩샤오핑은 1989년 6월 천안문사태라는 정치동란을 겪으면서 자신이 후계자로 키워온 후야오방(胡耀邦)과 자오쯔양(趙紫陽)을 팔순 원로들의 공격으로 잃고 당시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를 맡고 있던 장쩌민(江澤民)을 후임 총서기로 발탁했다. 당시 총리를 맡고 있던 리펑(李鵬)이나 천시퉁(陳希同) 베이징시 당 서기 등 빠른 경제발전을 우려하던 보수파들을 제치고 대외개방적일 수밖에 없는 상하이시 서기를 총서기로 발탁했다. 덩샤오핑은 장쩌민 이후에도 중국이 t錦濤)로 미리 내정하라”는 당부를 했고, 장쩌민은 13년 동안 권좌에 있다가 덩샤오핑과의 약속을 지키고 2002년 당 총서기직을 후진타오에게 넘겨주었다.
   
   장쩌민 역시 당 총서기직을 후진타오에게 넘겨주면서 “그대의 후임자는 시진핑”이라고 못 박아 두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가 약속을 지킨 덕분에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가부주석을 거쳐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올랐다. 그동안 중국 안팎에서는 후진타오 역시 자신의 권력을 시진핑에게 물려주면서 “귀하의 후임자는 후춘화(胡春華)로 하라”고 다짐을 받아두었다는 말이 나왔다. 2012년의 약속대로라면 이번 제19차 당대회와 1중전회를 통해 시진핑은 올해 54세인 약관의 후춘화를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에 포함시켜야 했다. 그래야 5년 뒤인 2022년 제20차 당대회 때 후춘화가 당 총서기에 오를 포지셔닝을 갖추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번에 후춘화를 정치국에 머물게 하고 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발탁하지 않음으로써 ‘격대지정’의 원칙을 거부해버렸다. 이로써 후진타오가 시진핑의 후계자로 낙점한 후춘화는 5년 뒤 20차 당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의 벽을 뛰어넘어 당 총서기로 점프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이번에 중국공산당의 핵심 집단지도체계를 이루는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에는 왕양(汪洋·62), 왕후닝(王滬寧·62), 자오러지(趙樂際·60) 세 사람만이 5년 뒤인 20차 당대회 때 67세 미만이 되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재선될 수 있는 연령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5년 뒤 당대회에서 새로운 10년 임기의 당 총서기로는 선출될 수 없는 연령이어서 현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에는 시진핑의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은 이번에 지난 5년 동안 자신을 도와 반부패운동을 이끌어온 왕치산(王岐山·69)을 유임시키려 했으나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전임자의 반대에 부딪혀 ‘7상8하’의 인사원칙을 깨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7상8하의 원칙에 따르면 5년 뒤의 당대회에서 10년 임기의 당 총서기에 선출될 수 있는 인물은 후춘화와 천민얼(陳敏爾·57) 두 사람뿐이다. 이들 가운데 후춘화는 그동안 맡고 있던 광둥(廣東)성 서기직에서 면직됐는데 내년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담당 부총리로 발탁될지의 여부가 관심을 끌 전망이다. 시진핑이 새로운 충칭(重慶)시 서기로 발탁한 천민얼 역시 이번에 정치국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들어가 시진핑의 후계 대열에 설 수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진핑 자신도 5년 뒤 20차 당대회 때는 69세에 이르러 이번 당대회를 통해서도 살아남은 7상8하의 원칙 때문에 3연임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중국공산당 고위 인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교부장을 지낸 양제츠(楊潔箎·67)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25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발탁되고, 왕이(王毅·64) 현 외교부장이 376명의 중앙위원 중 한 사람으로 남은 점이다. 양제츠는 주미 대사 출신으로 대미(對美)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반면, 아주국장과 주일 대사 출신의 왕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일본과 북한 등 아시아 외교를 총괄해왔다.
   
   이번에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가 끝난 뒤 1주일 만에 중국이 사드 문제를 포함한 한·중 관계를 새로 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 집안과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양제츠가 정치국원으로 당내 지위가 높아짐으로써 중국이 사드 문제로 더 이상 미국, 한국과 갈등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미국통을 정치국원으로, 일본통을 중앙위원으로 자리매김한 시진핑의 의중 또한 앞으로 대미 관계를 보다 부드럽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전망된다.
   
   특히 양제츠는 이번에 중앙외사공작 영도소조의 판공실 주임과 해양권익보호공작 영도소조의 판공실 주임을 맡아 중국이 북한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하는 상황을 줄여갈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양제츠는 온화한 성격의 상하이(上海) 출신 외교관으로, 비교적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베이징(北京) 출신 왕이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대외정책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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