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2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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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의 여의도 人사이드] 이간계(離間計)

“며칠 전 출장 준비로 바쁜 와중에 감사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주민등록초본과 5년간 거주지 증명서 같은 서류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까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차원이라고 했다. 모든 직원들을 상대로 ‘혹시나 있을지 모를’ 비리를 찾겠다고 이렇게 기관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해서야 되겠습니까.”
   
   11월 초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고위급 인사는 정부의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대해 이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이 윗선에서 내려온 전수조사 준비에 연연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권이 바뀌면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전체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직원채용 과정을 모두 점검하겠다고 했다. 대상기관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330개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 그리고 1089개 공직 유관단체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종사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조사단의 기관 방문에 앞서 준비작업도 해야 한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 전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직원채용 문제가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불거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2012~2013년에 총 518명의 교육생을 채용했는데 이 가운데 95%에 해당하는 493명이 정치인과 유력인사의 부정청탁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의뢰한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도 결국 최흥식 금감원장의 공식사과까지 이어지며 파장을 낳았다.
   
   정부는 채용비리를 찾아내기 위해 각 부처 또는 국무총리실 홈페이지를 통해 비위 제보를 받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문제점을 내부 고발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채용비리를 명분으로 공공기관 물갈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다. 익명의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채용비리를 조사한답시고 제보와 투서를 받는다는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런 방식은 직원들을 서로 이간질시키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이 조사를 통해 보수성향이 강하거나 지난 정부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을 걸러내려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공공기관 가운데 현 정부 들어 입김이 강해진 고용노동부 산하기관과 다른 부처 공공기관은 이번 전수조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고용부가 아닌 부처의 공공기관에서는 “정권 바뀌고 나서 숨 쉬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하소연한다.
   
   공공기관은 사실 연중 감사에 노출되어 있다. 내부 감사와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임직원의 경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그리고 사정기관의 상시 감찰 대상이다. 이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공공기관의 감시 시스템을 제쳐두고 다시 전수조사라는 ‘전시성’ 수단을 꺼내든 정부의 목적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채용비리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 중 하나로 지난 대선 기간 불거진 아들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특혜 의혹을 손꼽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아들 관련 사안 때문에 채용비리 문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고용정보원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준용씨의 특혜취업 의혹 고소·고발 사건은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디자인을 전공한 유력인사의 자제가 어느 날 고용정보원이라는 낯선 기관에 원서를 내고 채용된다는 건 (내가 보기에) 일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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