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2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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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머핸 제독 인도·태평양서 부활?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모디 인도 총리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photo 인도 총리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미국 전략가이자 역사학회 회장, 해군대학 교장 등을 역임한 앨프리드 머핸 제독(Alfred Mahan·1840〜1914)의 명언이다. 머핸 제독은 1890년 출간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해양력(sea power)’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하면서 미국이 20세기 해상 패권을 장악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머핸 제독은 해양력을 해상을 통해 각국과 교역할 수 있는 경제능력과 교역로를 보호할 수 있는 해군력이라고 정의하면서 강대국이 되려면 해양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핸 제독은 이 책에서 1660년부터 1783년까지 벌어진 7번의 전쟁과 30여차례 해전을 비교하면서 영국이 해양력을 통해 제국이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머핸 제독은 미국도 대양해군 육성, 해외 해군기지 확보, 파나마운하의 건설, 하와이의 식민지화 등 4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핸 제독의 이런 제안은 당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모두 실현됐다. 해군부 차관 시절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재임 1901~1909)은 하와이·필리핀·괌 등을 차지했고 대양해군을 적극 육성했다. 당시 대서양 국가이던 미국은 태평양 국가가 됐다.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머핸 제독의 전략을 그대로 추진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세계의 패권국가가 됐다. 또 수에즈운하·파나마운하·말라카해협 등 전 세계의 중요한 해상 길목을 지키면서 세계경제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20세기에 초강대국이 된 것은 막강한 해양력 덕분인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 머핸 제독이 19세기에 내놓은 전략을 21세기에 추진하면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이 해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을 사실상 벤치마킹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전략은 ‘중화 머해니즘(chinese mahanism)’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은 항공모함 1척을 보유하는 등 대양해군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모함 2척을 추가 건조하고 있는 중국 해군은 최신예 함정과 잠수함 등을 앞세워 인도양은 물론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은 또 해외의 해군기지들을 늘리고 있다. 진주목걸이 전략을 통해 중국은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지역들에 해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부티에서 군사기지를 건설했고,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미얀마 시트웨,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 콜롬보와 함반토다 등에 항구를 건설해주고 군함이 사용할 수 있게 항구 이용권을 확보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니카라과운하를 건설하고 있고, 말라카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태국의 크라운하 건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무려 7개나 건설해 사실상 자국 영토로 만들었다. 21세기판 식민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 공산당이 제19차 당대회에서 당장에 포함시키면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 일로(一路)인 해상 실크로드 구축은 말 그대로 바다의 교역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앞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군사력을 강화해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중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도전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해군력을 대폭 투입하는 등 미국의 해상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맞서 머핸 제독의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머핸 제독은 1900년 발간한 저서 ‘아시아의 문제(The Problem of Asia)’에서 대륙세력인 제정러시아가 군사력을 팽창시켜 해양으로 적극 진출할 경우 미국은 영국·독일·일본 등과 힘을 합쳐 동맹관계를 맺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핸 제독은 또 앞으로 대륙세력인 중국도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핸 제독은 미국의 경쟁국이 될 중국을 견제하려면 러시아처럼 동맹국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머핸 제독은 이미 1세기 전에 중국의 부상을 간파한 것이다.
   
▲ 앨프리드 머핸 미국 해군 제독 photo 미의회 도서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Indo-Pacific)’을 구축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6일 아시아 순방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미국·일본·인도·호주와의 동맹과 연대를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머핸 제독의 전략에서 독일을 인도와 대체한 것이다. 호주는 영연방 국가이기 때문에 영국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동북아에서 동남아, 호주 및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기존의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인도·태평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의도는 이 지역이 중국의 뒷마당과 동아시아 호랑이 경제권(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을 훨씬 넘어서는 지역이라고 강조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미국의 영향력이 뻗치는 범위를 동북아를 비롯한 중국의 주변국들에 제한하지 않고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인도와 호주까지 협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월 3일 아시아 순방에 앞서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태평양사령부는 태평양은 물론 인도양을 관할하고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자 조지타운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세력 균형을 위해 인도를 무장시켜 이 지역에 끌어들이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다”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이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 정책에서 새로운 캐치프레이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더 교수는 “미국의 이런 정책에는 전략적·경제적 의도가 있다”면서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애초 아베 총리가 집권 1기 때인 2007년 8월 인도를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안보 대화를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4개국 안보 대화는 중국이 파키스탄·미얀마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면서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려는 진주목걸이 전략에 대한 대항 차원이었다. 당시 아베 총리가 1년 만에 전격 사퇴하는 바람에 4개국 안보 대화 제의는 흐지부지됐다. 이후 아베 총리는 집권 2기 내각 출범 다음 날인 2012년 12월 27일 “태평양에서의 평화, 안정, 항행의 자유는 인도양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일본·인도·호주·미국(하와이)을 연결하는 안보 협력체를 구축하자고 제의했다. 이들 4개국을 서로 선을 그으면 마름모꼴이 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이 붙었다. 하지만 인도와 호주에서 집권세력이 교체되는 바람에 아베 총리의 구상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아베 총리도 더 이상 다이아몬드 동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4년 취임한 이후 아베 총리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두 정상은 그동안 수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신뢰를 쌓아갔다. 두 정상은 또 중국을 견제하는 데 협력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초부터 중국의 인도양 진출과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동진 전략인 ‘액트이스트(Act East)’를 적극 추진해왔다. 액트이스트는 동남아 국가들을 비롯해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말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인도·태평양 구상을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또 지난 5월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 일본의 자본과 기술, 인도의 인력과 경험을 결합해 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 협력하는 이른바 아시아·아프리카 성장회랑(AAGC·Asia-Africa Growth Corridor)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나 4개국의 연대와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체화하자고 합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총리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은 과거부터 머핸 제독의 전략을 깊이 연구해왔다. 1905년 5월 러일전쟁 당시 쓰시마해전에서 러시아 함대를 격파했던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참모인 아키야마 사네유키 중령에게 미국으로 건너가 머핸 제독의 해군전략을 세세하게 배워 오도록 했다. 머핸 제독의 책은 일본어로 번역돼 당시 일본 군사·해군 교육기관의 교과서로 채택됐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 간부학교에서도 머핸 제독의 전략에 관한 강의가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 관리들은 해양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으로 머핸 제독의 전략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아베 총리의 측근이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은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수시로 만나면서 머핸 제독의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구체적으로 작업해온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브라이언 훅 국무부 정책기획관도 일본 관리들로부터 머핸 제독의 전략에 나온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미국·인도·일본(왼쪽부터) 군함들이 인도양에서 연합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미해군

   트럼프 정부는 출범 때부터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을 방문한 모디 총리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제너럴아토믹사의 무인기 MQ-9B 기종 22대를 인도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인도는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비회원국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해당 기종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게 됐다. 이 무인기는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인도양 지역에서 정찰 감시 작전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인도의 원자력공급국그룹(NSG) 가입에 대해서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인도에 항공모함에 필요한 최첨단 전자식 발진 체계(EMALS)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MALS는 핵 항모의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전자기의 힘으로 전투기 등 다양한 함재기들이 안전하게 출격(사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로, 비행갑판이 짧은 항모에서는 필수적인 첨단 장치다. 이를 장착하면 함재기 출격 횟수가 25%가량 늘어나 항모 전투력이 크게 강화된다. 미국의 항모 중에서는 오는 2021년 실전 배치될 배수량 10만5000t급의 최신형 핵 항모 제럴드 포드 호에만 이 장비 체계가 장착돼 있다. 인도는 오는 2025년 취역을 목표로 6만5000t급의 핵 항모 비샬호를 건조할 계획이다. 미국이 이처럼 인도에 선물 보따리를 준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0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다음 세기 인도와의 관계 정립’ 세미나에 참석해 “트럼프 정부는 인도의 군 현대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면서 “미국은 인도와 100년간 군사·경제·외교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키겠다”면서 인도와의 동맹 관계 를 맺기를 희망했다. 틸러슨 장관은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기에 인도는 세계에서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세계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미국이 바로 그 파트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와 인도 정부도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인도는 앞으로 외교와 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2+2’ 회의를 개최하는 등 밀월 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아시아의 국제질서는 상당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일본이 아베 총리가 염원해온 개헌이 실현돼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경우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선 미국도 버거운데 일본과 군비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인도가 미국의 지원으로 군사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으로선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호주는 이미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군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호주는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이고 일본과는 준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를 대표하는 4개국의 동맹과 연대는 일종의 ‘아시아판 나토’가 될 수 있다. 나토가 유럽에서 러시아의 팽창을 억제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의 등장을 우려할 것이 틀림없다.
   
   아무튼 머핸 제독의 전략이 21세기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새 아시아 국제질서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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