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8 조인트 스타스
E8 조인트 스타스

“E-8C 조인트 스타스(Joint STARS)가 한국에 온 것은 여러 차례 있지만 한국 기자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2008년 8월 경기도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를 찾은 기자에게 오산기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E-8C 조인트 스타스는 200~500㎞ 범위 내에 있는 차량이나 기지, 미사일 발사대 등 지상 목표물 600여개를 탐지, 추적하는 고성능 지상감시 정찰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전략 정찰자산 도입을 언급함에 따라 조인트 스타스가 최우선 도입 대상으로 거론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인트 스타스는 ‘합동감시 및 목표공격 레이더 체계(Joint Surveillance and Target Attack Radar System)’의 약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항공기 등 공중 목표물을 주로 탐지하는 데 비해 조인트 스타스는 지상의 목표물을 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당시 오산기지 활주로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E-8C의 동체 아래에 길게 달려 있는 긴 레이더가 우선 눈에 띄었다. 걸작 여객기인 보잉 707을 개조해 만든 E-8은 비행기 동체 앞부분 밑에 길이 7.2m에 달하는 APY-3 측방(側方)감시 레이더를 달고 있다. 보통 둥근 원반형 또는 막대기처럼 생긴 레이더가 동체 위에 붙어 있는 조기경보통제기와 쉽게 구별이 되는 부분이다.

조인트 스타스는 1990년대 말 이후 보통 1~2년에 한두 차례 한반도를 찾아 주한미군 등과 훈련을 벌여왔다. 최근에도 미 항모 전단과 함께 대북 무력시위에 참여했다. 미군은 총 18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실전에 투입돼 활약했다.

항공기 앞문으로 들어가니 3개의 침대와 12개의 좌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8~28명의 운용 요원들이 최대 20시간 이상 비행기 속에서 작전하는 것에 대비한 휴식 공간이다. 임무 성격상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어야 하는 조인트 스타스에는 여느 군용기에서는 볼 수 없는 냉장고가 있었다. 화장실도 2개나 됐다.

조인트 스타스의 심장부는 18개에 달하는 컴퓨터 워크스테이션(단말기)이다.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설치돼 있었다. 화면에는 200~500㎞ 이내 지역의 건물, 차량 등이 수백 개의 점으로 표시된다.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비행하면 북한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은 물론 그 후방 지역의 북한군 움직임까지 소상히 알 수 있다.

최근 조인트 스타스 도입 문제가 부각된 것은 북한의 핵탄두 장착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스커드, 노동, 북극성-2형, 화성-12형, 화성-14형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들은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여기저기 움직이다 발사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은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최대한 빨리 탐지해 유사시 선제타격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여기엔 미 정찰위성, 한국군 정찰기 등이 총동원된다. 하지만 미 정찰위성은 하루에 몇 차례만 북한 상공을 스쳐 지나가면서 탐지할 수 있어 사각시간과 사각지대가 길고 넓다. 우리 정찰기는 북한 중부 및 북부 지역을 감시할 수 없다. 조인트 스타스는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아스토 정찰기
아스토 정찰기

北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탐지

조인트 스타스는 실제로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군 스커드 미사일을 추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8시간 동안 한반도 면적의 약 5배에 달하는 100만㎢ 지역을 탐지할 수 있다. 특히 차량이 바퀴 달린 것인지, 무한궤도(캐터필러)가 달린 것인지까지 식별할 수 있어 차륜차량은 분홍색 점으로, 궤도차량은 노란색 점으로 표시된다. 미군 관계자는 “북한이 위장망으로 장비를 숨겨놨어도 찾아낼 수 있고, 기지의 울타리가 없어졌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트 스타스는 이런 정보를 링크(Link)-16 등 최신 데이터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상기지나 야전 지휘관, 하늘에 떠 있는 전투기나 조기경보기, 바다에 떠 있는 함정 등에 전달하고, 병력들을 지휘·통제할 수 있다. 조인트 스타스는 미 공군 소속이지만 이를 위해 육군·해병대 등 타군 장교 3명이 탑승한다.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AH-64D 아파치 롱보 공격용 헬기에 데이터 링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 아파치의 공격력을 크게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또 미 전투기에서 투하된 JSOW 등 첨단 폭탄을 이동 중인 목표물까지 정확히 유도, 족집게 공격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인트 스타스의 대당 가격은 3억6600만달러(약 3660여억원)로 우리 공군이 4대를 도입한 E-737 조기경보 통제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보다는 비싸다. 미 공군 관계자는 “글로벌 호크는 비교적 좁은 지역을 정밀 감시하는 데 강점이 있고, 조인트 스타스는 넓은 지역을 감시하면서 지휘통제까지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어서 두 무기의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인트 스타스 도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우선 이 정찰기는 구형인 보잉-707에 각종 전자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2005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할 경우 상당한 추가비용이 들어가는데 우리가 발주하면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전자장비를 최신형으로 개량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이에 따라 조인트 스타스보다 작고 능력은 떨어지지만 영국의 ‘아스토(ASTOR)’ 센티널 R1 정찰기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센티널 R1은 봄바디어사의 글로벌 익스프레스 비즈니스 제트기에 각종 레이더와 전자장비를 장착한 것이다. 지상 이동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센티널 DMRS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배치된 신형으로 아프간전, 프랑스의 말리 작전 등에 실전 투입됐다. 영국이 도입한 5대(지원장비 포함) 가격이 9억5400만파운드로 조인트 스타스보다 싸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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