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4호] 2017.11.27

“피해자에게 칼 쥐여준 셈” 윤석열 수사팀 ‘신뢰도’ 논란

양원석  뉴데일리 사회부장 wonseok@newdaily.co.kr 

▲ 지난 5월 김주현 대검차장 이임식에 참석한 윤석열 지검장. photo 뉴시스
윤석열 검사장이 이끄는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내는 견해가 검찰을 넘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곁들여 국정원 수사팀 멤버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검찰 출신 변호사와 정치권 인사를 중심으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사건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법관은 ‘제척(除斥)·기피’ 사유에 해당한다. 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의 주관이나 감정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반면 현행법상 검사에 대한 제척·기피제도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를 계기로 검사의 제척·기피제도를 법제화해야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잠잠했던 ‘검사 제척·기피제도 도입’이 새롭게 관심을 끌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는 다분히 공격적이고 거칠다.
   
   
   국정원 수사팀과 댓글 수사팀 판박이
   
   서울중앙지검 전체 검사의 약 40%가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에 매달리고 있는 현재 모습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기업 경영진 및 오너의 갑질 사건 등 민생사건 수사는 뒷전이고 검찰이 청와대 하명(下命)수사에만 매달려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안사건을 담당하는 중앙지검 2차장, 특수수사를 전담하는 3차장 산하 검사들은, 사실상 전원이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차장 산하 형사부 검사 10여명과 전국에서 차출된 검사들을 포함하면 수사팀 전체 규모는 9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출범한 특별수사본부 인력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검찰은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국에서 검사를 차출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에 상납한 사건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처럼 진상을 확실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는 사건도,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재의 수사가, 가까운 미래 새로운 적폐로 취급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 수사팀의 행보와 관련해 공정성 및 독립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은 무엇보다 인적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적폐청산 수사의 핵심 전력은 중앙지검 공안2부, 공공형사수사부 검사들이다. 이들을 이끄는 진재선(43·사법연수원 30기)·김성훈(42·30기) 부장검사는,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이들은 2013년,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과 함께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팀’에 합류했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지검장이 상관에 대한 항명 등을 이유로 좌천당할 때 두 사람도 지방으로 내려가 한직을 전전했다. 두 사람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임명 직후 이뤄진 중간간부 인사에서 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표적수사’ 우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소유지를 전담한 이복현(45·32기)·단성한(43·32기) 검사도 중앙지검 부부장에 임명돼 윤 지검장과 다시 만났다. 2013년 댓글 수사팀에 몸을 담았던 이상현(43·33기) 제주지검 검사도 파견 형태로 중앙지검에 복귀했다. 특별수사팀 부팀장이었던 박형철(49·25기) 전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발탁됐다. 검찰 안팎에서 ‘2기 댓글 수사팀’ ‘윤석열 사단’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과거 댓글 수사팀 멤버 상당수는 지난 몇 년간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이런 사실은 ‘댓글 수사 검사들이 사감(私感)을 갖지 않고 적폐청산 수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과 연결된다. 입법론으로서 검사의 제척·기피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사 출신 변호사 A는 “댓글 수사팀원들이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를 한다고 해서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어떤 감정도 갖지 않고 수사를 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A변호사의 말을 더 들어보자. “국정원 수사팀 입장에서는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수사를 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 것이다. 수사 효율성 측면에는 이 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가 바로 변창훈 검사의 자살 아니냐?”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 B는 “국정원 수사팀 면면이 과거 댓글 수사팀과 거의 같다”며, 수사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댓글 수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칼을 쥐여준 형국”이라며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B 변호사는 변창훈 전 검사 자살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사가 자기 식구들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망신 준 일은 없다”고 했다.
   
   검찰이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에 ‘올인’하는 까닭을 정치적 관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등 현안 처리에 있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검찰 수뇌부의 입장과, 이 기회에 ‘진보정권 10년’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여권 내부의 속내가 맞아떨어지면서 유래를 찾기 힘든 전방위 압박수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 ‘참여정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경위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언론에 흘린 사실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대화록 유출 사건의 핵심 쟁점은 누가 대화록을 유출했느냐가 아니라 참여정부 청와대 내부에서 ‘NLL을 포기할 수 있다’는 기류가 실제로 형성됐는지 여부다. 만약 검찰 수사의 초점이 유출 당사자를 ‘적발’하는 데 맞춰진다면, 정권의 입맛에 맞춘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표적수사에 대한 우려는 여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에 물음표를 던졌다. 조응천 의원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파견검사들은 기간이 끝나면 다시 복귀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가짜 사무실까지 만들어 사법 방해를 저지를 동인이 없다”고 했다.
   
   판사 출신 C 교수는 “수사와 재판에서 금기 중 하나는 이해당사자가 사건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국정원 댓글 수사팀원이 적폐청산 수사까지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C 교수는 “국정원 댓글 수사팀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사실에서 볼 수 있듯 사건 당사자적 성격이 있다”며 “수사 신뢰도를 고려해서라도 멤버 교체가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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