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photo 연합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photo 연합

“당신은 중·한 관계가 철저하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월 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조어대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난 뒤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국빈방문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방중하면 취임 후 첫 방문이 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한·중 관계가 과연 강경화 장관이 말하는 것처럼 전방위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 즉석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 중이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강경화 장관이 “앞으로 계속 이 문제에 관해 중국 측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한 데 대한 의견도 묻고 있다. “당신은 중·한 관계가 철저하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환구시보의 중국인 독자들은 11월 22일 오전 9시14분31초 현재 744명이 참여해서 ‘그렇다(26명·3%) 대(對) 그렇게 보지 않는다(718명·97%)’의 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는 찬반을 표시한 다음 그 이유를 댓글로 적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댓글 가운데 우리 국민들이 참고해야 할 만한 것들을 소개한다.

산둥(山東)성 허저(荷澤)시 네티즌: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중국은 한국이 철저하게 미국으로 기울어져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손해가 되지 않도록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상하이(上海)시 자베이(閘北)구 네티즌: “꿈꾸지 마라. 미국은 이미 한국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여 버렸다. 중·한 관계의 철저한 개선은 대단히 어렵다. 부분적으로 따뜻해지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 중·한 관계의 최대 장애물은 한국을 철저히 독립자주의 길로 가게 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신의 사정을 자신들이 충분히 말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나라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네티즌: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몇 마디 입에 발린 말로 호전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현재의 국제 형세는 중·미 간의 경쟁이 기본 형세이고 한국은 중·미 사이에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파악했다. 한국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 중국과 교류하는 것,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헤이룽장(黑龍江)성 네티즌: “고려몽둥이(한국인을 비하하는 말)들은 미국과 일본의 개들이다. 개들이 똥을 먹는 걸 바꾸어놓을 수는 없다.”

장쑤(江蘇) 전장(鎭江)시 네티즌: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지 2개월 반 만인 지난 7월 29일 4세트의 발사차량을 배치했다. 오늘 2017년 11월 22일 많은 한국 민중들이 항의하고, 저지하고, 반대하는 가운데 기재를 가득 실은 50량의 트럭이 난방시설을 한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 지역에 반입됐다는데, 한 가지 물어봅시다. 50량의 트럭에 가득 실린 기재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다음 달 중·한 정상회담 이전에 급히 들여놓아야 할 기재들 아닌가요?…”

광시(廣西)자치구 충쭤(崇左)시 네티즌: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장기말. 마(馬) 앞의 졸(卒)이 기꺼이 되려는 것이 한국일 뿐이다. 중·한 관계가 호전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후베이(湖北)성 네티즌: “중·한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미국에 기대어 있으며 ‘괴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철수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광둥성 광저우시 네티즌: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말하는 ‘전방위’라는 말은 주로 경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은 군사 지휘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군사적으로 미국에 기대어 서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어찌 ‘3불’을 이야기하는가. 한국이 뭐라고 말하건, 사드는 여전히 한국에 배치돼 있는 것이고, 한국인들이 뭐라고 말하건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산둥성 빈저우(濱州)시 네티즌: “사드는 여전히 철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겠다고? 중국인을 바보로 아는가. 중국인으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기대어 서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편의를 활용해 보려는 한국인이야 말로 두 다리로 두 척의 배에 올라가서 양쪽 배에 걸터앉으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부끄러움을 모르네.”

베이징(北京)시 네티즌: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일 뿐이다. 독립 주권국가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베이(湖北)성 스옌(十堰)시 네티즌: “한국 건국 때부터 한국인들은 미국에 감격하고 있었다. 상하이 한국 임시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반독립 정부가 어찌 철저한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겠는가.”

허베이성 탕산(唐山)시 네티즌: “한국은 미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사드 문제에 있어 한국은 미국의 조종대로 움직여왔다. 중·한 문제는 개선하기가 어렵다.”

광둥성 선전시 네티즌: “한국이 스스로 독립한 다음에야 중국과 화해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황될 뿐이다.”

중국 네티즌들의 사드 관련 반응에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를 쳐다보며 어물쩍 넘기려는 불성실한 우리 정부의 태도가 그대로 전달돼 있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의 주권 사항이니 중국은 사드 배치에 관해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말라”고 분명한 태도를 밝힐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에 대해 “우리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면서 강한 어조로 비난했는데도 청와대는 “시진핑 주석이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또다시 사드 문제에 대한 분명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대신 “양국이 봉합키로 했다”는 희한한 말로 문제를 호도(糊塗)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장관이 12월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길 기대해 본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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