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5호] 2017.12.04

보수 재편 변곡점 되나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전 이전투구

양승식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yangsshik@chosun.com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군. 지난 11월 28일 출마 선언한 4선의 한선교 의원과 출마를 저울질 중인 5선의 이주영, 4선의 나경원·유기준·조경태·홍문종, 3선의 김성태 의원(왼쪽부터).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12월 12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물밑에서 개별 선거전을 벌이던 원내대표 후보군들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 11월 28일 4선의 한선교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5선의 이주영 의원과 나경원·유기준·조경태·홍문종(4선) 의원, 3선 김성태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한국당이 대선 패배 이후 야당이 된 뒤 뽑는 첫 원내대표인 만큼 초반부터 선거전은 치열함을 넘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전은 막말 논란으로 시작됐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11월 29일 페이스북 글에서 “요즘 홍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 걱정하는 당원이 많다”며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들은 당의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홍 대표가 최근 페이스북에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 의원과 나경원·유기준·한선교·홍문종 의원을 겨냥해 ‘바퀴벌레’ ‘암 덩어리’ ‘고름’ ‘수양버들’ ‘탤런트’ 등으로 빗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의원은 또 자신과 홍 대표 간에 벌어지는 개명(改名) 논란과 관련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원내대표 경선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견제용”이라며 “이런 식으로 나를 견제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수년 전부터 사석에서 “홍 대표가 이름을 과거 ‘판표’에서 ‘준표’로 바꾼 것은 내가 권유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어느 분이 내 이름을 개명해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의원의 홍 대표 공격은 지난 11월 28일 한선교·나경원 의원이 공개적으로 촉발한 반홍(反洪) 정서 자극에 편승한 것이다. 한선교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홍 대표의 언사가 도를 넘은 지 오래됐다. 홍 대표의 사당화(私黨化)를 막겠다”고 했다. 한선교 의원은 “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에 (바른정당을 탈당한) 복당파로 채운 홍 대표가 원내대표마저 복당파로 내세워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면 이는 감출 수 없는 사당화”라고 했다. 홍 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복당파인 김성태 의원을 지원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도 “보수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며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고 했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의원들에 대한)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 없다. 원내대표 선거는 구태, 기득권, 부패 등 당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장이 되어야 한다.”
   
   막말 논란을 계기로 원내대표 선거 초반의 전선은 친홍(親洪) 대 반홍으로 구축됐다. 홍 대표는 “야당 원내대표는 투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김성태 의원을 밀어왔고, 이에 따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의원의 당선이 무난한 게 아니냐”는 당내 기류가 있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친박계가 큰 힘을 못 쓰면서 “친박계도 이제 와해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한 홍 대표의 ‘거친 말’이 계속되면서 당내 기류가 미묘하게 변했다. 중립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홍 대표의 화법이 ‘보수의 품격’에 어울리는 것이냐는 회의론이 의원들 사이에 있다”며 “의원들 사이엔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미는 후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막말 정치’의 후폭풍
   
   홍 대표와 반홍 원내대표 후보들 간의 감정 섞인 충돌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당내 계파 싸움 성격도 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을 ‘박근혜 사당’으로 전락시켜 정권까지 내준 지 얼마 됐다고 친박이 원내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느냐”며 “홍 대표가 오죽 답답하면 직접 ‘친박 원내대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홍 대표를 비난하는 의원들이 딱히 친박계라고 하기도 어렵다. 또 친박계에선 “홍 대표가 원내대표에도 자기 사람을 앉혀 ‘홍준표당’을 만들려는 속셈”이라며 ‘반(反)홍준표’ 전선 구축을 응원하고 있다. 이처럼 홍 대표와 반홍준표 의원들의 대립이 격화하자, 일부 초·재선 그룹 의원들은 “친홍·친박 모두 안 된다”며 대안 후보로 이주영·나경원·조경태 의원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와 비박계에선 이에 대해서도 “친박들이 당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물타기 작전”이라고 하고 있다.
   
   홍 대표 측은 반홍 기류를 무시할 수 없다고 여기고 대응에 나섰다. 일단 홍 대표 자신이 막말 논란의 원인이 된 페이스북 메시지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을 통한 단편적 메시지가 지나치게 적나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홍 대표는 측근들에 대해서도 막말 자제령을 내렸다. 홍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의 말이다.
   
   “홍 대표가 주요 당직자들에게 원내대표 선거나 원내대표 후보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당내 기저에 흐르는 반홍 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뒤집을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다.”
   
   야권은 한국당의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현재 진행 중인 보수 재편의 티핑포인트(변곡점)로 주목하고 있다. 현재 당을 이끄는 홍준표 대표와 궤를 같이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홍 대표 친정체제가 공고화되면서 친박계는 폐족(廢族)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와해된 친박은 친홍 등 당내 신진 세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 위주의 보수 재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 홍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홍 대표 1인 체제에 맞서는 세력이 당내 일정 지분을 차지하면서 홍 대표가 추진해왔던 각종 당내 개혁도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당 안팎에서 원내대표 선거를 주목하는 건 작년 선거의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혼돈에 빠졌던 지난해 12월 친박·비박의 대리전으로 펼쳐졌던 정우택·나경원 의원의 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대결은 친박계의 승리로 끝났고, 결국 분당(分黨)으로 이어졌다. 분당은 대선 패배로 이어졌고, 보수 진영은 아직도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단순히 원내의 수장을 뽑는다는 의미를 넘어 현재 당내 세력 구도를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는 게 바로 원내대표 선거”라며 “당심의 판도에 따라 보수 세력의 통합 방향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 전략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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