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5호] 2017.12.04

박원순 3선 도전 ‘빨간불’ 켜졌다?

photo 뉴시스
“내년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나와도 여권이 선거를 이길 수 있다면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새 후보를 찾으려 할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보수 성향의 한 선거전략가는 내년 6월 13일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그가 박 시장의 3연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70%를 넘고 민주당의 지지도 또한 50%를 넘는 현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다. 지리멸렬한 야권이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박 시장이 아니어도 승리할 수 있는 선거라면 후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여권 인사 A씨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A씨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최대 장애물은 외부요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왜 박원순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당원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탈권위와 생활정치로 나름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3선 도전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처음 서울시장이 될 때 안철수의 도움이 있었고, 재선 때는 당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 이번에도 당에 기대어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내년 6·13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 박 시장의 3연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앞서 언급된 ‘후보 교체의 징후’도 실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여권 실세로 통하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박 시장을 만나 경남지사 출마를 언급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당 안팎에 전달하는 최측근이다. 당시 박 시장은 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알려진 후 집권당 주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집권여당 내부에서는 박 시장이 그동안 당을 위해 한 역할이나 자기희생이 없었던 점을 일종의 ‘리더십 부재’로 지목한다. 실제 그는 2011년 10월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내년 지방선거만큼은 박 시장이 자신만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권 인사의 말을 들어보자. “역대 서울시장 선거는 모두 인물 선거였다. 고건·조순 시장 등이 그랬다. 박 시장이 3선을 하려면 맏형으로서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 정권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며 차기 유력주자로 부상하는 길을 가야만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박 시장이 집권여당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후보교체론은 언제든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치렀던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민병두·전현희 의원이 서울시장 도전을 사실상 선언한 상태다. 이밖에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추미애 당대표, 우상호 전 원내대표와 이인영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압도적 우세 속에 치러질 경우 야권이 막판 단일후보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의 분열된 야당 구조하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서울시장 후보교체론 왜 나오나
   
   야당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들과 단일화를 성사시켜 야권 단일후보로 치고 나올 경우 박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망했다.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올 것이다. 그럼 후보단일화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이때 박원순 카드는 추격을 쉽게 허용할 위험성이 있다. 그가 현재까지 해온 서울시정은 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보다 꼼꼼한 행정가의 이미지에 불과했다.”
   
   박 시장의 또 다른 취약점은 당내 지지세력의 부재에 있다. 박 시장이 약점으로 꼽히는 대중성 한계를 극복하려면 적어도 당내에는 확고한 지지세력을 두고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현재 박 시장을 지지하는 당내 인사는 김근태계 정도에 불과하다.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소극적 지지를 표시하고는 있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언제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다크호스가 될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기지사 도전은 박 시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이 경기지사 선거를 치르며 언론의 주목을 받을수록 대중적 인기에서 뒤처지는 박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 차기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당으로 복귀해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박 시장과 대비되는 정치인들이 주목받을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박 시장은 최근 정치권 선거전략가와 정책통 학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박 시장은 “3연임에 성공할 경우 곧바로 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면서 당 외곽에서 우군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박 시장은 자기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자신이 접촉한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을 최근 만난 한 인사는 “박 시장은 3연임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속내를 밝혔다. 자신이 지난 6년간 추진해온 정책의 성과를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지, 그리고 선거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해왔다. 그는 스스로 행정가로서 유능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보여준 서울시정은 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가 추진한 친환경에너지도시건설, 도시재생사업, 복지확대 등의 정책들은 토목·건설 사업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생활정치의 영역인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박 시장이 선거전략가들에게 ‘3선 도전의 명분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도 이런 자신의 행적이 갖는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박 시장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 두루 포진해 있다는 점은 나름 박 시장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시장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역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과 서울연구원장 출신의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지낸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등이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 당내 경선을 준비하다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을 향해 “호남 분열과 당의 패권적 운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상대로 서울시 출신 인사들이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박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서울시당 권리 당원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시장 차출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뒤늦게 선거캠프에 합류한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실세로 부상했으나 그를 친문 주류로 분류하지 않는다. 친문 진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임 실장이 서울시장에 나선다면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을 앞세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데다 임 실장이 빠진 청와대 내부도 친문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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