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iv>1.</b> 중국 공안이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려는 탈북자들을 끌어내고 있는 모습,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br><b>2.</b> 지난 11월 29일 우리나라 인권단체 회원들이 ‘400번째 외침’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photo 선민네트워크<br><b>3.</b> 중국 투먼에 있는 북·중 국경지대를 알리는 표지석. 뒤로 탈북자들이 ‘죽음의 다리’라고 부르는 투먼다차오가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1. 중국 공안이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려는 탈북자들을 끌어내고 있는 모습,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2. 지난 11월 29일 우리나라 인권단체 회원들이 ‘400번째 외침’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photo 선민네트워크
3. 중국 투먼에 있는 북·중 국경지대를 알리는 표지석. 뒤로 탈북자들이 ‘죽음의 다리’라고 부르는 투먼다차오가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의 투먼(圖們)은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을 마주 보고 있는 도시다. 두만강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에는 ‘투먼다차오(圖們大橋)’라는 다리가 있다. 투먼∼난양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길이 500여m, 폭 6m로 왕복 2차선의 작은 교량이다.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체포된 탈북자들은 이 다리를 통해 북한으로 강제 이송된다. 때문에 탈북자들은 투먼다차오를 ‘죽음의 다리’라고 부른다.

투먼에는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을 가두고 있는 수용소가 있다. 탈북자들이 ‘도문 변방수용소’라고 부르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투먼시 공안변방대대 변방 구류심사소’이다. 두만강 옆의 이 수감시설은 탈북자들이 북송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다. 이곳까지 가면 사실상 북송이 확정됐기 때문에 ‘도문까지 갔다’는 말은 탈북자들에겐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은 원래 국제감옥(외국인 수감용)이지만 수감자들은 모두 탈북자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이곳과 단둥(丹東) 및 북한과 다리가 연결된 여러 지역을 통해 북한에 넘긴다.

투먼의 ‘죽음의 다리’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투먼수용소에서 탈북자를 심문해 한국으로 가려는 것인지 또는 단순 탈북인지를 가려내 북한에 통보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을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뿐만 아니라 여성 탈북자들을 성추행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안은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의 서류에는 다른 색깔의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북한에 통보해왔다고 한다. 탈북자 북송서류에 ‘한국행’이라고 직접 쓰면 중국이 북한에 협조한 명백한 증거물이 남기 때문에 1월엔 빨간 도장, 2월엔 파란 도장 등 시기별로 북한과 약속한 색깔의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구분해 통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는 북송된 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처형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안이 북송 전에 한국행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북한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중국 공안은 그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통나무와 광물을 받아왔다고 한다. 중국 공안은 투먼수용소에 탈북자들을 감금했다가 인원이 차는 대로 매주 한두 번씩 버스에 태워 북한에 넘긴다. 과거엔 군용트럭으로 북송했지만 북송 도중에 투먼다차오에서 투신해 죽음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많아 버스로 바꾸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강제 북송하는 탈북자의 숫자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중국과 북한 정부가 모두 극비 사항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1989년 동독 난민들이 헝가리 정부의 결정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고 있다. ⓒphoto 슈피겔
1989년 동독 난민들이 헝가리 정부의 결정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고 있다. ⓒphoto 슈피겔

“북송은 사실상 살인 행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 11월 17일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4세 아이 등 탈북자 10명을 들 수 있다. 한국에 먼저 들어온 이 아이의 아버지 이태원(가명·28)씨는 BBC와 CNN 방송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아내와 아들의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영상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사실상 살인 행위”라고 중국의 조치를 비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중국 공안 당국이 최근 들어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단체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 공안 당국은 지난 7∼9월에만 탈북자 최소 49명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51명이 체포된 것에 비하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HRW를 비롯해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과 세계기독인연대(CSW)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국제사회가 강력한 압박으로 중국 정부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이 강제로 북송될 경우 구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와 심지어 처형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이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거나 한국 등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부국장은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행위를 중단해달라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의 요청도 거부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적으로 자국 국경을 넘은 북한 주민은 난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말해왔다. 여기서 중국 정부가 말하는 국제법은 북한과 맺은 ‘조·중(북·중)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인도협정’(1960)과 ‘변경지역에서의 국가안전 및 사회질서를 위한 의정서’(1986) 등이다. 중국 정부는 이 조약들에 따라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한다. 이는 일반 형사범죄자나 출입국관리법상의 단순한 불법 입국자에게 적용되는 조약일 뿐 국제법상 난민의 지위가 인정되는 탈북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은 엄연히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은 1951년 난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다. 제1조는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 있는 공포 때문에 자국 국적 밖에 있는 자 및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제33조 제1항은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선 안 된다”면서 ‘강제송환금지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규정했다. 중국은 1979년 베트남과 전쟁 시기 발생한 중국계 베트남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 협약에 1982년 가입했다.

탈북자가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매우 높음에도 적절한 난민 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제송환하는 행위는 중국이 난민협약의 강제송환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탈북자 중 다수가 경제적 이유로 월경했으며 중국의 판단으로는 국제법상 난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정한 난민이 소수라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적절한 난민 인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당사국인 중국의 의무이다. 탈북자들이 정식 난민지위 인정 절차를 밟게 된다면 그중 대다수는 북송 시의 처벌 가능성을 근거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1984년 채택된 ‘고문금지 협약’에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1988년 10월 이 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 제3조는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대상이 난민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난민협약보다 적용대상이 넓다. 또 강제송환금지원칙은 해석상 ‘고문’은 물론이고 정도가 덜한 기타 ‘학대행위’에도 적용됨으로써 적용범위가 상당히 넓다. 게다가 난민협약 제33조에서 금지한 ‘추방’ 및 ‘송환’에 더해 범죄인 ‘인도’도 금지하고 있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으로 돼 있다. 국제법상 강행규범이라 함은 ‘여하한 일탈도 허용되지 않는 규범으로서 뒤에 성립되는 같은 성질의 일반국제법 규범에 의해서만 변경이 가능한 것’을 일컫는다.(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제53조) 이는 중국이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할 수도 없고 북한이 강제송환을 요구할 수도 없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국내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는 국내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에 명문상의 규정이 있을 뿐 아니라(제27조)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된 규칙이기도 하다. 또 유엔헌장 103조, 난민협약 8조와 40조 1항은 국제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할 때는 국제협약이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유엔 회원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 버금가는 주요 2개국(G2)의 일원으로서 국제법 준수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존중 의무가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거론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거부해왔다. 중국 정부는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원유공급 중단요구에도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삶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을 인도주의적 위기로 내몰아선 안 된다는 중국 정부의 ‘선의(善意)’는 탈북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는 것이야말로 반(反)인도적 범죄라고 말할 수 있는데도 중국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예 유엔난민기구(UNHCR)의 탈북자 접촉까지 불허하고 있다.

강제 북송은 핵 미사일 개발 돕는 행위

중국 정부의 이런 이율배반적 입장에 대해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는 “탈북자가 중국 정부에 붙잡히거나 강제송환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중국 정부와 접촉한다”면서 “탈북자들은 절대 강제송환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송환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송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중국 정부에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모든 나라가 영토 내 북한 난민과 망명 희망자들을 보호하는 데 협력해달라”면서 “미국은 탈북자를 보호하고 이들을 위한 장기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유엔 인권이사회, UNHCR 등 국제기구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0월 26일 북한의 인권유린 제재 대상에 탈북자 강제북송을 책임진 구승섭 선양주재 총영사 등 중국 주재 북한 외교관을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탈북자 강제북송 실무 책임자를 인권 제재 리스트에 올린 것은 탈북자를 단속하며 강제북송에 협력하는 중국 정부까지 겨냥한 것이다. 미국 의회도 최근 탈북자 강제송환에 연루된 중국 부처와 개인을 제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민생은 돌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한 탈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지금이라도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다면 대규모 탈북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송환은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돕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말을 해왔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김정은 정권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탈북자를 강제송환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북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게 중국이 평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탈북자에 대한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중국이 ‘제2의 헝가리’가 될 수 있도록 설득과 압박을 해야 한다. 헝가리 정부는 1989년 6월 개혁파인 미클로시 네메트 총리의 지시로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선 철조망을 제거했다. 그러자 동독 주민들이 대거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오스트리아로 탈출하기 위해 헝가리로 향했다. 헝가리 정부도 동독과의 여행협정에 따라 중국처럼 동독 주민들을 체포해 강제송환을 해왔다. 그러자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헝가리를 네 차례나 방문해 네메트 총리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헝가리에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헝가리 정부가 같은 해 9월 동독과의 여행협정을 폐기하고 동독 주민들이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독일 통일도 헝가리가 동독 주민들의 탈출 경로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독 정부처럼 한국 정부도 중국 정부에 강제송환 금지 등 탈북자 정책을 변경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북송되는 탈북자들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헝가리처럼 탈북자 강제송환을 하지 못하도록 중국 정부를 더욱 강경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중단보다 탈북자에 대한 인도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더 쉬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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