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권 핵심부 힘의 풍향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의 복귀가 현실화할 경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권 핵심들과 어떤 식으로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문(親文) 인사들 사이에서는 계속되는 인사 난맥상 등을 이유로 “‘양비’가 다시 대통령 곁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했던 양 전 비서관은 대선 직후인 지난 5월 25일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달라”며 홀연히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그는 해외로 출국하기 앞서 입장 발표문 내고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이라는 괴로운 공격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함께 ‘문재인 최측근’으로 불렸던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노 프레임이니, 3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대통령 곁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그의 비중이 아직도 상당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그를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에도 변함없는 애정이 묻어난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10월 초 추석연휴 기간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한 그는 현재 일본에 머물며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가 비행기로 10시간 이상 떨어진 뉴질랜드에서 한국과 불과 2시간 거리의 일본으로 거처를 옮긴 것만으로도 세간에서는 국내 정치와의 공간적 거리를 줄였다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한국과 4시간의 시차가 있지만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시간대에 위치한다. 이와 관련 구 여권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양정철씨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뉴질랜드를 해외 거처로 정한 이유가 그의 친척이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것 말고도 해외 거주지를 서울과 동시간대이거나 비슷한 시간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과 하루 일과가 비슷해야만 연락하기 수월하고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 대응도 가능하다.”

현재 여권 일각에서 그의 복귀설이 나오는 배경은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정권 핵심부의 국정업무 처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불만이다. 문 대통령을 보좌하는 측근들이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해 국정업무의 처리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인데 현 청와대 인적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 본인의 폐쇄적 국정운영 스타일과 함께 대통령의 심중을 이해하는 비서실장급 인사가 부재했다는 점이 국정에 어려움을 초래한 이유로 거론됐었다. 실제 초대 허태열 비서실장부터 마지막 한광옥 비서실장까지 모두 박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의 말이다. “임종석 실장이 일을 참 잘한다고 문 대통령이 칭찬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임 실장이 문 대통령 심중을 읽는 데 한계가 있어서 감사원장 임명과 같은 주요 업무 처리에 부하가 걸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문 대통령과 인연이 오래됐거나 동지적 관계로 만난 사이는 아니다. 임 실장은 지난 대선 기간 양정철 전 비서관이 주도하는 후보 비서실에 얼굴마담 격으로 뒤늦게 합류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될 때도 친문 핵심인 노영민 주중대사, 최재성 전 의원, 전해철 의원, 양 전 비서관 등이 서로 견제를 하는 와중에 일종의 ‘타협안’으로 임종석 카드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직후와 입장 달라졌나

양 전 비서관도 정권 초 청와대 인선 당시 내심 비서실장급 자리에 기용되기를 바랐다는 것이 여권 일부 인사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공신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선 직후 최재성, 노영민, 양정철 모두 비서실장 자리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서로 견제가 심해져 내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임종석 카드에 다들 동의했다. 그런데 임 실장이 누구냐. 전대협 의장을 거쳐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다. 비서실장이 되고 나서 모든 인사가 임 실장 손을 거치고 있으니 공신들 입장에서는 속이 편할 리 없다.”

이와 관련, 호남 출신 인사의 발탁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불러 “지역 안배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 적이 있다. 양 전 비서관도 지난 7월 뉴질랜드에서 일시 귀국했을 때 “자리를 탐하거나 권력에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벌을 받을 것”이라며 청와대 내부를 향하는 듯한 쓴소리를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양 전 비서관의 입장이 대선 직후와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과 가까웠던 인사들이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가 하면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장 인사에서도 ‘입김’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권력의 추가 임종석 실장에게 넘어갔다는 위기의식을 그가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대로 문 대통령 주변의 권력구도가 공고해지면 복귀한다 해도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 전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친인척관리팀의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그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운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는데 권력 내부 투쟁에서 밀려나는 인상만 가중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에서는 양 전 비서관의 복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도 읽힌다. 그가 돌아와 어느 곳에 자리를 잡더라도 ‘실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편하다는 시각이다. 권력이 양 전 비서관에게 집중되는 것을 현 여권 핵심 인사들이 원치 않는다면 그가 복귀한다 해도 강력한 내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의 경우가 그랬다.

양 전 비서관의 복귀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종석 실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임 실장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대통령을 잘 보필하는 게 지방선거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출마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해 지방선거 도울 수도

만약 양 전 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연말에 귀국한다면 임 실장과 양 전 비서관 사이에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비서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위해 몸풀기를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최근 전병헌 전 정무수석 후임으로 “양정철 전 비서관의 중용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언급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결국 임종석 실장과 같은 전대협 운동권 출신인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정무수석으로 승진 발탁했다.

양 전 비서관이 연말에 귀국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전해철 의원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전해철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로, 이호철 전 수석은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양정철 복귀설’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렇게 내다봤다. “양정철의 복귀는 문재인 정부가 힘이 빠져 위기에 봉착했을 때나 가능할 것이다. 그전에 양정철이 돌아오려면 문 대통령이 직접 호출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 성격상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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