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일원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안철수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단상 아래서 축사를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0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일원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안철수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단상 아래서 축사를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당 내분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유승민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수순을 밟고 있는 안철수 대표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독자 행동에 나서고 있는 호남 의원들 사이에 반목의 골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쪽도 현재 정치적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마주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당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호남 의원들이 실제로 탈당을 감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안철수 대표는 최근 잇따라 바른정당과의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당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를 찾아서도 같은 맥락의 강연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12월 10일 광주 조선대 서석홀에서 열린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 안철수 대표에게 듣는다’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당이) 사라질까봐 그것이 정말 두렵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선거를 잘 치러 국민의당이 살아남고 다당제를 유지, 한국 역사에 보탬이 되는 것이 제 목적”이라며 “수십 년의 한국 정치사를 보면 꼭 필요한 3당이 버티지 못하고 짧게는 1년, 제일 오래간 당은 8년쯤 있다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야말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그 수많은 3당들이 왜 사라졌는지 살펴보면 이유는 딱 하나인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외연확대를 못 했을 때 사라졌다”고 했다. 또 “확장하면 선거에서 이기고 수명을 이어갔는데, 이번에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 견디면 결국 총선 때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은 영남 정당이 아니고, 11명 의원 중 7명은 수도권 지역, 1명은 호남, 3명이 영남”이라며 “바른정당은 적폐세력도 아닌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고 두 번이나 탈당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반자유한국당 노선을 택한 것이라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안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협조할 일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한국당과 합당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정말 자신있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며 “제가 지난 6년간 모든 것을 바쳐 걸어오고 희생한 것을 보면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당, 민주당과 합당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의 이날 강연을 앞두고 일부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찬반으로 갈려 조선대 안에서 시위를 벌였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은 “사퇴” “간신배” “배신자” 등의 격한 표현까지 쓰며 안 대표를 압박했지만 안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이날 전남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마라톤대회에서 안 대표의 통합론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안 대표 지지자로부터 달걀을 맞기도 했다. 목포는 박 의원의 지역구. 박 의원은 “저는 아무런 상처도 없고 달걀을 닦아내고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며 “차라리 제가 당한 게 다행”이라고 했다.

박지원 “안철수 통합 취소 선언해야”

국민의당 내에선 호남 의원들이 안 대표의 통합 주장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당 의원은 모두 23명. 이들 중 박지원·천정배·정동영·유성엽·최경환 등 절반 이상의 의원이 안 대표의 통합론에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주승용 의원 등은 관망파에 속한다. 일부 호남 의원들은 안 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꼽히기도 한다. 주로 소장파다. 김관영·송기석·권은희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국민통합포럼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반발해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은 평화개혁포럼을 만들어 안 대표의 통합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지원·천정배 의원이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2월 14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분당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가면 분당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선언하고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안 대표는 고집도 있고 그런 면의 추진력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더라도 통합으로 밀고 갈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통합을 해도 5~6명 의원이 더 들어오는 것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통합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당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바른정당 의원들을 끌어당기겠다는 거 아니냐”며 “그럼 몇 명이 남느냐.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5~6명 남으면 호남 배제하고 유승민, 안철수 통합해서 몇 석 되느냐. 그래서 되겠느냐”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12월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평화개혁연대 토론회에 “통합은 결국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반민심, 반문재인, 반개혁’의 ‘신3당합당’이나 ‘적폐연대’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며 “안철수 대표는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 후 바른정당 사람들이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고집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바른정당 쪽에서는 자꾸 3당 통합을 얘기하고 있는데 왜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냐”고도 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놓고 당내 의견이 확연하게 갈려 있지만 이들의 분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아직 정치권에 많지 않다. 안 대표의 통합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호남 중진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를 형성할 정도의 충분한 인원(20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갈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단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자리를 잡은 지역위원장들이 건재한 데다, 당 지도부들이 국민의당 출신 호남 의원을 받아들이는 데 부정적이다. 민주당 한 지도부 의원은 “일부 소장파 호남 의원들이 국민의당을 떠나 개별적으로 우리 당에 입당하려고 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지만 집단 탈당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며 “이미 민주당 자체적으로 호남에서 충분한 실력을 쌓아뒀고 민심도 얻어둔 상태”라고 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향후 당 안팎의 여론 흐름이 결정적 변수라고 전망하고 있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무게가 실리면 탈당하는 의원들 숫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고, 정반대 상황이 된다면 대규모 탈당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만약 탈당하는 의원이 나와도 그 숫자는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통합에 대한 의지를 꺾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 호남 중진의원들이 무소속 신분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 숫자가 5~6명 수준의 소수에 그칠 것 같다”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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