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만료가 내년 3월로 다가온 가운데 그의 3연임을 둘러싼 ‘관치(官治)’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가에서는 지난 6년간 하나금융그룹을 이끌어온 김 회장이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터라 그가 내년 2월에 있을 차기 회장 선출에 나설 경우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일각에서 “김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상태에서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면 사실상 셀프(Self)연임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관치 vs 셀프연임’ 논쟁이 벌어진 배경이다.

하나금융그룹 회장직의 3연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실세로 통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05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3차례 회장을 연임한 바 있다.

김정태 회장을 두고 금융당국이 그의 3연임을 막기 위해 모종의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은 정치권까지 퍼졌다. 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다. 하나금융 측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 사외이사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와 함께 이들이 하나금융과 거래한 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위원회 고위인사는 하나금융에 직접 전화를 걸어 회장 임기와 관련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치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은행은 사기업이다. 금감원이 아무 설명 없이 은행 사외이사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은 은행 측 입장에서 경영권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의 검사·감독 업무를 통해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은행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금감원이 감사해야 하지만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지만 수장인 금감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최근 국회에서는 금감원 관련 각종 비위가 잇따라 터져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금융당국의 경영권 개입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유독 하나금융을 둘러싸고 관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과의 연관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김 전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실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모두 김 전 회장의 고려대 동문이다. 여기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경우 현 정부에서 이른바 ‘장하성 라인’으로 통한다.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는 “김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이면에 특정 학맥을 중심으로 한 인사들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정태 회장이 연임의사를 굽히지 않자, 최근에는 하나금융 노조에서 김 회장의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안팎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기업 인사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음에도 계속 관치 논란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말미에 “사기업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특히 현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배경 가운데 하나인 사기업에 대한 직권남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3연임이 과하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영권에 관한 사안에 정부 감독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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