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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숙해진 안철수 그 뒤에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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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490호] 2018.01.08

성숙해진 안철수 그 뒤에 이들이 있다

▲ 국민의당은 ‘새해에는 국민의 행복이 두 배가 될 때까지’ 노력한다는 취지로 대표실 벽에 ‘쌍란’ 그림을 걸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3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신당이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9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국민의당이 당내 반발과 기존 정당의 견제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오는 2월 말까지 통합절차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만약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한다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TK) 중심의 지역 정당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반면 신당이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2위의 득표력을 보이거나 당선권 유력후보를 내세울 경우 국민들에게 새로운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게 된다. 신당을 추진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희망하는 시나리오다.
   
   여론조사 업계는 정당 지지율에서 지지정당을 정하지 못하고 대세를 따르거나 표심을 숨기고 있는 이른바 ‘샤이(Shy) 보수’ 또는 ‘샤이 중도’층이 많게는 3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2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어느 성향의 표심이 가장 많이 숨겨져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도’라고 답한 비율이 28.5%로 나타났고, 보수는 28%였다. 반면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4%로 조사됐다.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무당층이 최소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당과 다른 대안정당이 등장할 경우 10~25% 정도의 지지율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시 지지율은 12.8%였다. 통합 이후 컨벤션효과까지 감안하면 신당은 20% 전후의 정당 지지율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정당으로서의 생명력은 사실상 끝난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향후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의 선전을 기약할 수 없다. 또 선거 패배의 원인을 두고 중도를 지향해온 국민의당과 보수에 방점을 찍은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노선투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국민의당 호남지역 정치인들이 별도로 정치세력화에 나서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당이 가지고 있던 광주·전남의 패권마저 이들에게 내줘야 할지 모른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소속 호남세력은 지난 1월 3일 밤 대책회의를 갖고 통합 전당대회 저지와 함께 별도 신당을 병행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에 이름을 올린 현역 국회의원은 총 18명이다.
   
   통합신당의 물꼬는 소속 국회의원들의 두 차례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이 텄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줄곧 호남지역 정치인들과 정치적 신념 차이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이념적으로 중도를 지향하고, 지역적으로 전국 정당을 만들고자 했던 본인의 생각과 달리 호남지역 정치인들은 지역 기반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이념적 지향점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바람에 안 대표와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안 대표가 통합 반대파를 설득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대(對)언론 수사에 불과하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목소리다. 그만큼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다.
   
   
   일관되고 명료한 메시지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안 대표와 호남 정치인들의 관계는 물과 기름, 그 이상이다. 안 대표가 통합 반대파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접촉해 설득하는 모양새를 취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양측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안다. 통합 반대파 인사들도 언론을 통해 유화적 발언을 하는 이면에는 국민의당이라는 집을 지키겠다는 것 이외의 다른 목적이 없다.”
   
   통합신당 추진에 가속도가 붙은 것도 안 대표가 호남 정치인을 ‘포기’하는 대신 TK 지역에 기반을 둔 바른정당을 선택하기로 결심하면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메시지는 비교적 일관되고 명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안 대표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해오던 당 안팎의 평가와 비교하면 달라져도 한참 달라진 모습이다.
   
   안 대표는 줄곧 ‘통합 이후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통합을 위해 모든 걸 다 내려놓겠다. 서울시장 출마 등의 문제에 있어 당의 명령을 따르겠다”고까지 했다. 당내 통합 반대파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상대 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의원이 최근 “바른정당 의원들과 혈액형이 다른데 어떻게 함께하느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안 대표는 “혈액형이 같은 사람끼리만 결혼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마무리는 바른정당이 했다”고 맞받았다. 안 대표의 이런 관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촛불혁명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집권여당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국회가 절차적 민주주의에 입각해 대통령을 탄핵했고, 혁명을 차단했다”고 얘기하는 보수 학자들의 주장에 더 가까워 보인다.
   
   안 대표의 메시지 관리 능력을 호평한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은 “안철수 대표가 이번 통합을 밀어붙이며 (긍정적) 포인트를 많이 쌓았다. 집권여당을 제외하면 야당 가운데 대안세력으로 점수를 가장 많이 땄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측 핵심 관계자도 “지금의 안철수는 예전의 안철수와 다른 것 같다. 과거 주위에서 조언해도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정치적 경험이 쌓여서인지 주변의 팁을 잘 흡수한다. 메시지 관리에 있어 큰 방향을 잡아주는 원외인사가 있는데, 이름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안 대표의 측근으로는 이태규 의원과 김철근 대변인 등이 손꼽힌다. 안 대표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 의원이 다시 최측근으로 돌아와 바른정당과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한때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컴 대표 등과 가까이 지내며 메시지와 전략을 구상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
   
   
   걸개그림은 박인춘 홍보위원장 작품
   
   6·13 지방선거를 위해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박인춘 전 화이트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대표실 벽면에 회초리, 때수건, 쌍란(雙卵) 등의 걸개그림(백드롭)을 걸어 화제를 모은 것 역시 박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다. 박 위원장은 회초리 사진에는 ‘국민 마음이 풀릴 때까지’, 때수건에는 ‘국민 마음이 개운할 때까지’, 쌍란에는 ‘새해에는 국민의 행복이 두 배가 될 때까지’ 등의 메시지를 달았다. 모두 ‘국민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라는 주제로 추진 중인 홍보 캠페인의 일환이다. 일상의 소재로 눈길을 끌고 그 위에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는 방식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앞으로 안 대표가 말실수 등 소소한 실책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한 종편에 출연해 “국민의당 창당 때 모든 비용을 내가 다 냈다”고 말해 통합 반대파의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안 대표의 정치력은 아직 부족하다. 퇴로를 닫고 추진하는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안 대표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와 다름없기 때문에 결연한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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