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없는 경남’을 앞세워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강민국 도의원.
‘정치 없는 경남’을 앞세워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강민국 도의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40대 초선 도의원의 광역단체장 출마가 주목받고 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인사가 전체 도의원 73%의 지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자유한국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도청 브리핑룸에 모여 초선 강민국(47) 도의원의 경남지사 출마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도의원들은 “경남도민은 젊고 참신한 인재에 목말라 있다”면서 “그가 도지사에 당선된다면 이는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로서의 지방자치제가 실현되는 의미를 갖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브리핑에서 강 도의원을 지지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원 40명의 명단도 공개했다.

경남도의회에는 총 55명의 도의원이 있다. 이 중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이 49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 순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6번의 경남지사 선거가 있었지만 도의회 의원 절대 다수가 초선 도의원의 지사 출마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강 도의원은 경남도의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는 가장 나이가 적다. 보수 색채가 강한 경남도정에서 이 같은 ‘정치적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 7일 경남 진주시 소재 한 식당에서 강 의원을 만나 직접 설명을 들어봤다.

경남 진주 출신의 강민국 도의원(진주을)은 경남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아 한국국제대 경찰복지행정학부 조교수로 있다가 2009년경 정치권에 입문했다.

- 유력 정치인도 만들지 못했던 현역 도의원 40명의 지지는 어떻게 이끌어냈나. “그분들은 모두 나보다 연장자다. 형님들이시고 누님들이다. 지난 4년간 제 나름대로 열심히 도의회 활동을 했다. 상임위원회 활동과 도정질의, 5분 자유발언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날카롭게 질의했다. 인생의 선배이신 동료 의원들이 그때마다 ‘일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이분들은 도지사 자리는 중앙 거물급 인사나 중진 국회의원의 전유물이 아니라 풀뿌리정치, 지방자치를 이끌 인재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이 무작정 지지해달라며 떼쓴다고 해줄 리도 없고 싫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이런 성원을 보내준 것은 제가 지역을 위해 뛸 열정과 의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경남지사가 임기를 채운 사례는 딱 한 번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김태호 전 지사가 2010년 6월 재선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그의 전임자인 김혁규 전 지사는 도지사 3선을 달성했으나 마지막 3번째 임기는 1년6개월만 채우고 물러났다. 김 전 지사는 이후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김두관·홍준표 전 지사는 모두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했다. 지난해 4월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의 도지사직 사퇴 이후에는 계속 대행체제가 이어져왔다.

- 동료 도의원의 지지는 도민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도정 업무는 아무래도 도의원이 잘 안다. 저는 그에 앞서 도지사 비서실장, 정무특보를 맡아 7~8년간 경남도 업무를 경험했다. 도민들도 도정을 잘 아는 일꾼이 경남도를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동료 의원의 지지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 정치 경륜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는 경남도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한다. 민선 경남도 교육감을 지낸 아버지 영향도 있었다. 2008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중앙당 부대변인과 상임전국위원을 맡은 적도 있다. 보수진영의 위기 때마다 도민들은 참신한 지역 인재를 선택해왔다.”

도의원 출신의 경남지사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6월 경남지사 재보궐선거 당시 경남도의원을 지낸 김태호 거창군수가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43세였던 김 전 지사는 아직도 최연소 광역단체장 기록을 갖고 있다.

- 중앙당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찾을 것 같은데. “올해 지방선거는 여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한국당으로서는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정당 프리미엄에 얹혀가는 식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50대 초반의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출마한다면 그를 상대할 후보는 ‘40대의 강민국’밖에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 의원은 나의 고교 5년 선배다.”

국제신문이 지난해 12월 24~2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 적합도는 박완수 의원(14.6%), 이주영 의원(12.5%), 강민국 도의원(5.1%), 김영선 전 의원(4.7%), 안홍준 전 의원(4%), 윤한홍 의원(3.5%), 윤영석 의원(3.3%), 김학송 전 의원(1.9%) 순으로 나타났다. 전·현직 국회의원 사이에서 강 도의원이 3위에 오른 게 눈길을 끈다.

- 출마 선언 이후 인지도가 오르고 있나. “경남 주요 도시를 2차례 돌았다. 지역에 거주하는 20~30대, 그리고 40대 초반의 도민들을 만나 보면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 게 느껴진다. 젊은 주자가 나와야만 보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유권자와 호흡하며 표를 확장할 수 있다. 우여곡절과 시련은 있겠으나 나는 아직 젊다.”

- 경남지사 후보는 전략공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후보가 이미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움직이고 있다.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지역 주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야당으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에서도 경선을 통한 흥행몰이가 필요하다.”

- 어떤 경남도를 꿈꾸는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진보정당인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적 사고를 결합한 이른바 제3의 길을 제시하고 대통령이 됐다. 나 또한 보수정당에 몸담고 있지만 진보정당이 가진 정책 중 도민에게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내 이데올로기는 ‘도민’이다. 도민을 위한 일이라면 보수정책이든 진보정책이든 가져다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게 바로 ‘정치 없는 경남’이다.”

- 준비하고 있는 공약에는 어떤 게 있나. “정치 없는 경남, 부자되는 경남, 인재 키우는 경남의 3대 정책을 골자로 10대 세부안을 만들었다. 도민들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도록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정책을 만들고 인재도 등용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는 이념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갈등이 없도록 하겠다. 경남의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가 세금 쏟아부어 만든 공공일자리 창출과 차원이 다를 것이다.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도정을 만들 계획이다.”

강 도의원은 지난 1월 8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10대 정책공약 ‘다있소’를 발표했다. 기업유치정책인 ‘오이소’, 교통인프라정책인 ‘타이소’, 관광육성책인 ‘노이소’, 소상공인정책인 ‘파이소’ 등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름 붙인 공약이 흥미를 끌었다.

한편 경남지사 선거 출마 예상자로 민주당에서는 김경수·민홍철·설훈 의원, 공민배 전 창원시장,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 등이 거론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여야를 통틀어 경남지사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는 인사는 김경수 의원이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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