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미래 무기 개념도. 왼쪽부터 해수 흡입 잠수정, 군집형 초소형 무인기, 투명 스텔스 전차
신개념 미래 무기 개념도. 왼쪽부터 해수 흡입 잠수정, 군집형 초소형 무인기, 투명 스텔스 전차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스텔스 전차, 곤충 크기의 군집형 초소형 무인기, 물속에서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해수 흡입 잠수정….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지난해 12월 말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미래국방기술’에 실려 있는 신개념 첨단무기들이다. 기품원은 국방과학연구소, 업체, 학계, 정부출연연구소 등의 전문가 2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토론회를 통해 이 같은 미래 국방 기술들을 선정했다.

기품원이 선정한 미래 유망 기술 분야는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등 13개, 각 분야별 미래 기술은 총 248개다. 기품원은 이 중 40개를 미래 국방 기술과 연계 가능한 신개념 무기체계로 제시했다.

기품원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발전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발 가능한 무기체계를 예상함으로써 방위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신개념 무기체계 40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개념 무기체계 중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적의 레이더와 적외선 추적을 피할 수 있고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는 투명 스텔스 전차다. 이는 ‘메타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가시광·적외선 투명망토 기술 등을 적용한 것이다. 적의 시야에 보이지 않아 국지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곤충 크기의 초소형 무인기 여러 대를 벌떼처럼 운용해 일반 레이더로는 탐지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정밀 감시하는 ‘군집형 초소형 무인기’도 눈길을 끌고 있다. 초소형 무인기는 벌 등 곤충처럼 작지만 레이더, 전자광학 카메라 등을 달아 밤에도 적군의 움직임을 감시·추적할 수 있다. 한꺼번에 수십~수백 개의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 무인기들이 수집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작전 중인 병사나 지휘소로 전송돼 장병들의 작전에 도움을 준다.

수중에서 초고속 기동을 할 수 있는 ‘초공동 해수 흡입 잠수정’도 있다. 전기 추진 방식과 해수 흡입형 로켓엔진 추진 방식을 결합한 것이다. 평시에는 전기를 활용한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다가 초고속 기동이 필요하면 로켓엔진 추진 방식으로 전환한다. 해수는 산화제 역할을 해 로켓엔진 효율을 높인다. 특히 잠수정 앞부분에서 만들어진 초공동 현상을 활용해 잠수정의 마찰 저항을 최소화, 초고속으로 움직이면서 적 어뢰 공격도 피할 수 있다.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인공지능 전투복도 신개념 무기에 포함됐다. ‘통합 인텔리전스 전투복’으로 불리는 첨단 전투복은 야전에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전자섬유로 보호색을 만든다. 증강현실(AR) 헬멧을 통해 적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다른 장병들과 공유할 수 있다. 즉 전력 공급, 전투복 색 변경, 증강현실 정보 획득 등이 가능해 적진에서 장시간 작전 시 전력 공급이 쉽고, 은신 및 정보공유를 통해 작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엔 초경량 휴대형 태양전지 기술, 탄소섬유 복합재를 기반으로 한 전지 기술, 장병별 임무 맞춤형 정보 시각화 기술 등이 활용된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원격 모션인식 제어 전투로봇’도 영화 속 미래무기가 실현되는 것이다. 사용자의 모션을 인식해 모사하는 인간 형태의 전투로봇이다. 시가전 또는 좁은 지역에서의 전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의 무인 차량 또는 무인기가 할 수 없는 정밀한 임무를 수행하고 병사의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인로봇 체계다.

인공피부 제조 시스템 기술도 있다. 전투 중 부상한 장병의 손상된 피부 형상을 파악해 손상된 피부를 인공피부로 채워서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피부를 복제하는 기술이다. 현재 기술로는 치료용 인공피부의 배양기간이 긴 반면 보존시간은 짧고 미용적인 효과도 떨어진다. 여기엔 소재개발이 핵심인데 배양시간이 짧고 프린팅에 활용이 가능해야 하며 몸에 이식됐을 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해 핵탄두를 탑재한 북 탄도미사을 요격해 무력화할 수 있는 신무기들도 제시됐다. ‘인공위성 탑재 플라스마·입자빔’ 무기체계는 인공위성에 플라스마 또는 입자빔을 탑재해 대기권 밖에서 적 ICMB(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것이다. 대기 밖에서는 미사일 등 추진체에 의한 직접 타격이 쉽지 않으므로 플라스마 또는 입자빔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송기 또는 전투기에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탑재해 레이저 광선으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항공기 탑재 고출력 레이저 무기’도 제시됐다. 미국은 747 점보기에 강력한 레이저 무기를 탑재해 적 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는 공중발사레이저(ABL)를 개발하다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밖에 1개의 미사일로 여러 개의 표적을 무력화하는 지능형 다탄두 미사일, 이온 로켓엔진 기술을 적용한 인공위성, 고고도에서 태양광으로 발전하며 무인기에 전기를 충전하는 고고도 무인 충전기 등도 신개념 무기체계로 제시됐다. 지능형 다탄두 미사일은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탄두마다 센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것이다. 순항·탄도 미사일에 탑재돼 실시간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목표물을 식별하고 위치, 이동속도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동시에 여러 표적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초고속 상황에서 통제가 가능하도록 정보통신, 지휘통제, 센서 분야의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개념 무기들도 있다. ‘인공지능 기반 적 도발징후 감지 체계’는 인공위성이나 고고도 무인기 등을 통해 획득한 영상에서 적 부대의 움직임을 감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적의 도발징후를 감지해 경고·전파하는 체계다.

현재 사람(장병)에 의해 진행되는 식별·판단·전파 과정을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적 군사시설, 군용물자의 주 이동경로, 무기체 등에 대한 데이터 획득이 선행돼야 한다.

‘인공지능 기반 워게임 체계’도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워게임에 인공지능을 도입, 모의 전장·전쟁을 수행하는 체계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무기체계와 적국이 운용 중인 무기체계의 성능을 수치화해 이를 바탕으로 모의 교전을 수행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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