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상하이의 중국공산당 1차 당 대회지를 찾은 정치국 상무위원들. ⓒphoto 신화
지난해 10월 상하이의 중국공산당 1차 당 대회지를 찾은 정치국 상무위원들. ⓒphoto 신화

중국 대륙 전역의 중국공산당 조직에서는 요즘 시진핑(習近平)의 ‘1·5강화(一五講話)’를 학습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시진핑의 1·5강화란 지난 1월 5일 중국공산당 당원 재교육 기관인 중앙당교에서 시진핑 당 총서기가 한 연설을 가리킨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새로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에 당선된 376명과 각 성과 행정기관의 지도간부들을 모아놓고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란 무엇인가, 19차 당대회 정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왕후닝(王滬寧), 자오러지(趙樂際), 한정(韓正)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모두 나왔다.

“우리가 중국공산당인(中國共産黨人)임을 잊지 말라. 우리는 혁명가들이므로 혁명정신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어제의 성공이 앞으로의 영원한 성공을 대표하지 않는다. 과거의 휘황한 성공이 미래의 휘황한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는 문제의 출제자이고, 우리는 답안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며, 인민들은 우리가 쓴 답을 검열하는 사람들이다.”

시진핑은 ‘우리가 중국공산당인임을 잊지 말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공산당인들이므로 공산주의의 이상과 신념을 확고하게 수립해야 한다.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를 대체할 것이며, 공산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인류사회 발전의 객관적 규율이라는 것이 마르크스주의 학설의 기본 결론이다. 공산당원들은 자신들의 이상과 신념을 확고하게 하고, 공산주의 사업의 정확성과 필연성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공산주의 이상을 확고하게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평생을 바쳐 분투해야 한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연설로 개혁개방 시대에 접어든 이래 39년 만에 당 총서기가 “우리가 공산당인임을 잊어서는 안 되며, 사회주의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를 대체할 것이며, 공산주의 실현이 인류사회 발전의 객관적 규율”이라고 강조하고 나서자 9000만 중국공산당원과 인민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9년간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체제’에 젖어 있던 중국공산당원들은 그 다음날인 1월 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일이관지(一以貫之) 견지하고 발전시켜 나가자”는 논평을 읽어 보아야 했다. 인민일보 논평은 “3개의 일이관지를 견지해야 한다. 첫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일이관지하고, 둘째는 당 건설의 새롭고 위대한 공정을 일이관지해야 하며, 위험과 도전에 잘 대비하는 일에 일이관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민일보의 논평은 이어 “시진핑 총서기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혁개방의 역사와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 중국공산당의 역사, 중화민족의 근대사, 중화문명 5000년사(史)를 배경으로 해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했다. 인민일보 논평은 또 “사회주의 500년사를 되돌아보면 전 세계의 사회주의는 그동안 많은 곡절을 거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성공을 거두었음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며 “사회주의는 멸망하지 않았고, 멸망할 수도 없으며, 생기와 활력을 뿜어내고 있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21세기 과학사회주의의 기치를 들고, 전 세계 사회주의 진흥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창당한 이래 제1세대 지도자인 마오쩌둥(毛澤東)이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순수한 사회주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경제의 붕괴로 중국을 전 세계 최빈국의 위치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1978년 11기 3중전회에서 그런 마오쩌둥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마오쩌둥 사상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사상해방’과 마오쩌둥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구호를 통해 “현실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한다”는 새로운 당의 방향을 설정했다. 이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중국공산당은 덩샤오핑의 지도에 따라 개혁개방의 시대를 열었으며,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며,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를 채택할 수 있다”는 방향 설정에 따라 빠른 경제성장을 동반한 개혁개방의 시대 39년을 보내왔다.

이런 개혁개방사를 가진 중국에 대해 지난해 10월 연임한 시진핑이 새해 들어 갑자기 “우리가 중국공산당원임을 잊지 말라,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대체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결론”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시진핑은 중국에서 자연계 대학을 대표하는 칭화(淸華)대학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의 전공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사상 정치 교육학’이다. 그런 전공의 연장선상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0년 넘게 중국공산당 당료로 성장해온 시진핑은 지난 2012년 첫 번째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두 번째 당 총서기로 선출됐다. 지금까지 개혁개방시대를 이끈 덩샤오핑의 국가발전 전략은 시장경제 시스템 도입을 통해 중국을 중산층이 충분히 갖추어진 중진국 수준을 뜻하는 샤오캉(小康)사회로 끌어올리자는 것이었다. 샤오캉사회 건설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물론 샤오캉사회의 건설 다음에는 사회주의를 강화한다는 부분이 붙어 있기는 했으나 형식 논리에 지나지 않았다.

시진핑은 그 형식 논리에 지나지 않던 사회주의 강화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시간표를 당 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했다.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사회를 건설한 다음 15년 후인 2035년까지 우리의 사회주의를 현대화하고, 다시 15년을 더 열심히 노력해서 2050년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한다.” 그런 배경에서 사회주의 건설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우리가 공산당원임을 잊어서는 안 되며, 혁명가임을 잊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는 1·5연설이 이루어진 것이다. 시진핑이 1·5연설을 하는 중국공산당 당교에는 리커창 이하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국공산당의 핵심인 376명의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각 성과 행정부처의 최고 간부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미 G2의 위치를 차지한 데 이어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의 주역이 되겠다는 중국의 이념 변화는 앞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는 시그널을 전 세계에 던지고 있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