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서초구청
ⓒphoto 서초구청

‘청렴도 1위’.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아든 성적표다. 권익위 조사 결과 서초구는 종합청렴도 8.43점을 획득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점수(8.56점)를 얻은 대전 대덕구에 이어 2위다. 하지만 5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2012년 권익위 청렴도 조사 때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25위로 꼴찌였다. 강남구와 함께 부자구 1·2위를 다투는 서초구로서는 경악할 만한 결과였다. 민선 5기(2010~2014) 때 서초구청의 한 사회복지 공무원이 공사비를 뻥튀기해 공금을 횡령하는 사건 등이 불거져 나왔다. 언론에서는 “서초구청 공무원들 왜 이러나” 하는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랬던 서초구의 청렴도가 수직상승한 것은 2014년 민선 6기 출범 후부터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현역 구청장을 물리치고 당선된 조은희 현 구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청렴’을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곧장 서초구 공직사회 안팎의 대수술에 나섰다. 그 결과 권익위 청렴도 조사 결과 2014년 12위, 2015년 9위, 2016년 7위로 상승하더니 지난해 12월 25개 자치구 중 1위를 기록했다. 인사청렴지수 8.29점으로 전국 자치구 평균(7.66점)을 크게 웃돈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29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242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자체 재정분석(2016년 회계연도)’에서도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가’등급을 획득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위다. 서초구로서는 5년 만에 청렴도 꼴찌의 불명예를 벗어난 것에 더해 재정분석 1위까지 겹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1월 15일 서초구청에서 만난 조은희 구청장은 청렴도 1위, 재정분석 1위 결과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언론계 출신의 조은희 청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사기획·문화관광비서관을 지내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아래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1급), 최초 여성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서초구 최초 여성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청렴도 꼴찌의 서초구를 청렴도 1위 자치구로 개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은희 청장은 “모든 자치단체들이 신경 쓰는 것이 권익위 청렴도 평가”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권익위 청렴도 평가는 크게 두 가지 항목에 걸쳐 전화조사 등으로 진행된다. 인허가 업무를 처리한 관내 민원인과 보조금을 지급받는 복지관, 경로당 등 관내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청렴도평가와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 인사가 공정했는지 등을 물어보는 내부청렴도평가다.

그 결과 서초구는 내부청렴도에 포함되는 인사청렴도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은희 청장은 그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언제 인사가 난다, 인사기준은 이런 것이다를 알리는 것이다. 행정지원과, 자치행정과, 감사과 등 소위 힘있는 부서만 돌아다니는 ‘회전문 인사’를 없앴다. 모든 직원들을 일정 기간 현업부서로 보냈다. 직원들이 기획업무, 인사업무, 동(洞) 근무를 두루 거치다 보니 구정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의 직(職)을 걸고 부당한 인사에 간언하는 직원의 말은 경청한 뒤 인사에 반영했다. 제3자를 통한 인사청탁은 철저히 불이익을 줬다.”

서초구 관계자에 따르면, 청렴도 꼴찌 시절 서초구의 인사스타일은 공직사회에서 ‘요실금 인사’라는 말로 회자됐다. 인사철도 아닌데 즉흥적으로 인사가 찔끔찔끔 나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불시 인사는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던지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사가 4년 내내 반복되니 공직사회가 동요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진 것. 졸지에 근무처와 근무환경이 뒤바뀐 인사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만들이 차곡차곡 누적되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청렴도 평가가 그간 낮게 나왔던 것이다.

일일 부서장 ‘체인징데이’

조 청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한 ‘체인징데이’도 직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한 달에 하루씩 부서장을 바꿔 타부서의 업무를 체험하게 한 제도다. 이를 통해 부서 간 상호이해와 협업을 촉진해 ‘칸막이 행정’의 틀을 깬 것이다. 조은희 청장은 “누구나 자기 자리에 와서 보고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몸가짐을 바르게 할 수밖에 없다”며 “저도 일일 복지관장으로 두 차례 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청렴도 1위’ ‘재정분석 1위’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관내 현안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초구 최대 숙원사업인 옛 국군 정보사령부 아래를 관통하는 서리풀터널은 2019년 1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65%가량. 동서로 단절된 2호선 서초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를 잇는 서리풀터널은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테헤란로를 서쪽으로 연장하는 효과가 있어 서초구는 물론 동작구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서초구의 마지막 남은 판자촌인 방배동 565-2번지 일명 ‘성뒤마을’과 인근 방배동 511번지 ‘국회단지’ 역시 전원주택지로 개발이 예정돼 있다. 성뒤마을은 강남구의 구룡마을과 같이 서초구의 마지막 남은 무허가 판자촌이다. 훼손된 자연녹지에 다수의 불량 건물이 밀집해 있어 화재 등 사고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성뒤마을 인근의 국회단지는 1970년대 국회사무처가 직원숙소용 주택단지로 개발하려 했다가 무산된 후 지금은 고물상들이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1988년 서초구가 강남구에서 분구(分區)하면서 서울 양재역 인근에 자리 잡은 노후 청사 재건축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청 건립 30주년을 맞아 청년창업지원시설 등이 한데 들어서는 지하 6층, 지상 30층 높이의 복합공공청사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그간 서초구청사는 지하주차장도 없는 저층 노후 건물이 금싸라기땅을 차지하고 있어 ‘땅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초구는 현 청사 자리에 재정투입 한 푼 없이 복합개발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구청사를 신축할 예정이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면서 구민세금에 대출까지 받아 눈총을 받는 다른 자치구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조은희 청장은 “구에 1000억원의 청사건립기금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 방법을 조금 달리해 세금 한 푼 안 들이고 지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초선 구청장인 그는 이런 성과를 앞세워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구청장 연임에 도전할 계획이다. 탄핵사태 여파로 서초구의 정치지형이 180도 바뀐 것은 그에게 부담이다. 서초구는 과거 지금의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탄핵정국 와중에 서초구를 지역구로 하는 이혜훈(서초갑)·박성중(서초을) 의원은 모두 탄핵에 찬성한 바른정당으로 당을 옮겼다. 그 결과 지난 대선 때 서초구에서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당 공천’ 곧 당선이라는 옛 등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정치지형이 과거와 달리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구청장은 정당보다는 사람, 당리당략에 관계없는 생활정치인을 뽑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키워드

#인터뷰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