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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3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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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안에선 脫원전, 밖에선 세일즈 文정부의 두 얼굴 原電 전략

▲ 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photo 주완중 조선일보 기자
지난 1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다. 산업부와 한전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가 연말 발주할 대규모 원전 사업을 어떻게 수주할지를 논의했다.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핵연료 주입을 앞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BNPP) 등도 이 자리에서 논의의 주제에 올랐다. 올 연말 사우디는 2.2GW 또는 3.3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200억달러(약 2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5년간 총 16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1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바라카 원전 5월 운영 허가
   
   ‘탈(脫)원전’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새해 들어 기존 입장에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과 지난 1월 8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를 두고 ‘건설 재개’ 의견을 권고한 것이 분기점이 됐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재개’ 의견을 밝힌 지난해 10월 말부터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말 백운규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을 만나 원전협력을 위한 양국 장관 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백 장관은 원전 수주를 위해 오는 2월 중 사우디를 방문하기로 확정하고 현재 일정을 조정 중이다. 백 장관은 사우디 방문에 이어 UAE도 찾아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종료 선포식’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건설 종료 선포식은 원자로 건설이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재개’ 권고 이후 정부 기류가 원전 수출에 한해서는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출과 관련한 각종 리스크를 따져서 국익에 기여한다고 판단되면 적극 지원한다는 논리다. 수출 일선에서 뛰는 협력업체들도 원전 수출과 관련한 정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원전 수출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공론화 재개 이후 정부 기류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공론화 기간 동안 밀린 정부 행사를 소화하느라 바빠졌다”고 말했다.
   
   원전은 프로젝트당 최소 수십조원에서 많게는 수백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수주를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구매자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하는 원전시장에서 수주를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계약과 관련한 경제·군사적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원전 수출의 주무부처는 산업부지만 실질적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다.
   
   원전 수출업계가 당면한 현안은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인 준공이다.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정도 떨어진 바라카는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뜻을 지닌 땅이다. 업계에서는 바라카 원전 준공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4월에서 5월 중 UAE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월 초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UAE가 문 대통령의 방문을 앞당기자고 했다”고 말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연말쯤 UAE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에 따라 상반기 중 UAE를 방문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바라카 원전은 공정이 아직 남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현재 1호기가 건설 완료된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5월 준공됐어야 하지만 양국 간의 사정으로 인해 완료가 늦어졌다. 원전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바라카 원전은 핵연료를 주입하지 않은 상태로 전력 계통의 제반 안전 상태를 시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통상 행정관청으로부터 ‘운영허가(Operating License)’를 받는 것을 가장 중요한 시점으로 본다. 운영 허가가 나야 핵연료를 장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허가 서류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행사다. UAE 측은 이 행사에 수출국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카 1호기의 운영 허가 시점을 오는 5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상태로 7개월 정도 시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올 연말에서 내년 초쯤 상업 전기를 생산한다. 한전기술의 한 임원은 “현재 BNPP 측이 원전 운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준비가 덜 돼서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원전 수주전이 가장 뜨거운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중동의 대국인 사우디의 원전 발주 규모는 4기의 원전을 건설한 UAE와 차원이 다르다. 사우디는 2020년부터 5년간 총 16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업비 규모는 1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한국 외에도 중국·프랑스·미국·러시아가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100조원 걸린 사우디 원전
   
   사우디의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는 최근 실권을 잡은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천명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시대의 종말을 대비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청정국가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총 560조원의 금액을 투입해 홍해 연안에 디지털 사막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올해 말 시작될 대규모 원전 발주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UAE의 바라카 원전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글로벌 원전 수주전에서 내세울 귀중한 해외실적이 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 건설이 완료되면 한국은 사우디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1월 초 방한한 칼둔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백운규 장관과 만나 양국의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는 문신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국장)도 배석했다. 칼둔 행정청장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 진출 방법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까지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사우디와 관계가 좋은 UAE가 자금을 대고, 한국이 원전 건설과 관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식이다.
   
   영국에도 한국 원전이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전은 영국 북부 무어사이드에 지을 원전의 우선협상권을 받았다.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로 원전을 가동한 원전 종주국이지만 현재 기술력이 약화돼 외국 기업에 신규 원전 건설을 맡기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협상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한전은 무어사이드에 ‘APR 1400’ 2기를 짓게 된다. 이외에 체코도 원전 발주를 앞두고 한국 등 여러 나라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7개국이 꼽힌다. 한국을 비롯 미국, 캐나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일본이다. 이 중 원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캐나다, 프랑스는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전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인 안전성에서는 7개국 모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글로벌 원전시장 1위는 러시아다.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원전 도입국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군사·산업적 측면에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원전을 개발한 지가 오래돼 다양한 노형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원전 수출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는 유럽이나 중앙아시아 등 확실한 시장이 있다”며 “사실상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부상하는 ‘다크호스’는 중국이다. ‘원전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특징은 강력한 중앙 지원 정책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2030년까지 30기의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원전 수출업계에 종사해온 한 고위 인사의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이 앞으로 더 크겠네’ 이 정도였어요.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중국의 특징은 우선 돈을 엄청 씁니다. 행사가 있으면 참석 인원 수백 명 전체를 그 나라에서 제일 좋은 호텔에 불러 대접합니다. 파이낸싱도 차원이 달라요. 다른 나라들은 ‘우리 원전이 이렇게 좋다’는 식으로 홍보한다면 중국은 ‘우린 돈 대줄게, 여기 중국 중앙은행 왔으니까 상담하세요’ 이런 식이죠.”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한국은 상당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강점은 여러 선진국에서 안전성을 확실히 보장받았다는 점이다. 한국 내수 시장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안전 점검을 통과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노형인 ‘APR 1400’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유럽사업자협회의 인증을 모두 통과했다. 올해부터 차례로 완공을 앞둔 UAE 바라카 원전도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중요한 실적이다. 반면 중국은 후발주자인 만큼 아직까지 실제로 상업 운전을 하는 원전은 없다. 내수시장에 세울 원자로도 아직까지 완공되지 않았다.
   
   중동 건설현장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는 것도 한국의 강점이다. 현대건설을 비롯 대형 건설업체들이 1970년대부터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중동의 원전 건설현장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필리핀, 네팔 등 20여개국의 노동자가 일한다. 이들과 협력한 노하우가 있어 정해진 공사기간을 비교적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원전은 특성상 대규모 기금을 조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공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우세를 점치는 관측도
   
   글로벌 원전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안전성이나 가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양국 정부가 움직이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중요하다. 특히 상대국과 어떤 파트너십을 갖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지속해 나갈지, 경제·군사·산업적 측면에서 어떻게 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갈지가 원전 도입국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연이은 UAE 방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점에서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서는 미국의 우세를 점치는 관측도 있다. 사우디는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親美)국가다. 특히 현재 실권을 잡은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책 관련 자문과 연락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슈너는 미국 정부의 에너지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원전 수주를 위해 국가 간 합종연횡 전략을 짜는 경우도 있다. 영국 서머싯 지역에 건설 중인 ‘힝클리 포인트C(Hinkley Point-C)’ 원전이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젝트에는 프랑스의 국영 에너지기업 EDF와 중국의 CGN(中廣核)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첫 번째 원자로의 경우 중국 측이 33.5%의 지분을 갖는 대신, 두 번째 원자로는 중국이 67%의 지분을 보유한다.
   
   한번 계약을 따내면 설계수명 60년간 원전 설계부품 등을 꾸준히 납품해야 한다는 점도 장기적 관계를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2016년부터 4년간 UAE원자력공사(ENEC)에 연 1600억원어치의 부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한전기술이 10년간 총 4000억원어치를 납품하는 장기계약도 맺었다.
   
   정부는 해외에서 이처럼 수출 진흥정책을 펴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행보는 다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폐쇄하고 신규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했다.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펼치다 보니 이따금 해외 수출 시장에서 보조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여 비판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말, UAE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국 각료회의에 백운규 장관 대신 참석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탈원전 정책을 홍보해 수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각국의 원자력 관련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문 보좌관은 대부분의 발언 시간을 탈원전 정책 홍보에 치중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각국에서 온 수백 명의 장·차관이 있는 곳에서 짜랑짜랑한 목소리로 ‘우리나라는 특성상 원자력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간다’고 말하니 황당했다”고 했다.
   
   현재 국내 전력 담당 기업들은 유례가 없는 대규모 사장 공석 사태를 맞고 있다. 현재 전력 관련 공기업 7곳의 사장이 공석이다. 지난해 6월 김용진 당시 동서발전 사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에 발탁됐고, 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동시에 사퇴했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물러났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도 지난 1월 18일 사퇴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원전수출은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강명수 산업부 대변인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추구하는 세계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는 에너지 전환(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우리 기술의 해외 수출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산업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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