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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6호]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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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北은 왜 한·미연합훈련을 두려워하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한·미 해병대가 경북 포항에서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미 해병대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FR)는 한국과 미국이 최초로 실시한 연합군사훈련의 명칭이다. 이 훈련은 1969년 3월 17일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일대에서 양국 공수부대들이 대거 동원된 가운데 실시됐다. 당시 한국의 상황은 6·25전쟁 이후 가장 위기가 고조된 때였다. 북한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124군 부대 소속 31명의 무장공비를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시켰다. 북한은 또 이틀 후인 1월 23일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했다. 북한은 같은해 11월 3일 울진·삼척 지역에 무장공비 120명을 침투시켰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었다. 게다가 미국은 주한 미군의 일부를 베트남전에 투입했다. 안보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포커스 레티나 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포커스 레티나는 ‘망막의 초점’이라는 의미처럼 북한이 남침하면 미군의 증원 전력을 최단 시간에 한반도에 집중적으로 전개시킨다는 훈련이었다. 당시 한·미 병력 7000여명과 2700대의 각종 차량과 2900여t의 장비가 투입됐다. 특히 미군 최정예 부대인 제82 공수사단 병력 2500명이 미국에서 한국까지 C-141 수송기를 이용해 30여시간 만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최장(最長) 공수작전이었다.
   
   포커스 레티나로 시작해 50년간 계속 실시돼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로 자칫하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양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 기간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KR)와 독수리(Foal Eagle·FE)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연기하기로 합의했었다. 지난해의 경우 키리졸브 훈련은 3월 13일부터 24일까지 12일간, 독수리 훈련은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61일간 실시됐다.
   
   한·미 양국의 이런 결정은 올림픽 휴전이라는 국제사회의 전통과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이런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북한은 또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했고, 한국과의 개막식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통해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파견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의 노림수는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시키고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북한은 평창 이후를 내다보면서 남북정상회담을 고리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 중단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2월 19일자 ‘정세를 격화시키는 전쟁 광신자들의 도발 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제는 공개적으로 올림픽 봉화가 꺼지는 즉시 북남관계의 해빙도 끝내려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라면서 “미국은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역대로 미국은 조선반도에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가 나타나기만 하면 전쟁 불장난 소동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며 “미국이야말로 조선반도에서 긴장 상태를 격화시키며 우리 민족의 통일을 가로막는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투 트랙 전략
   
   북한의 속셈은 핵과 남북관계를 철저하게 분리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과 15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과 북극성-2형 등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핵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또 한국에 대한 평화 공세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특히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전제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나 재연기 또는 축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전략은 눈엣가시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 중단시켜 한반도를 적화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핵무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정권의 생존과 체제 유지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루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김정은은 핵 탑재 ICBM을 한·미동맹을 끝장내고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한 장기 전략적 야욕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공산 정권의 지배를 받는 통일된 한반도”라고 강조했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의 수장과 한반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사령관의 이런 언급처럼 북한의 의도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을 시작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북한은 한국을 적화통일하기 위한 한·미동맹 와해 등 각종 방안을 구사할 것이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해 한국을 지원하려는 병력을 막을 것이 분명하다.
   
   
▲ 1986년 팀스피릿 훈련 중 경기 여주에서 낙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미 육군

   연합훈련 중단 두 차례의 교훈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핵 개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하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북한이 내건 비핵화의 조건들 가운데 하나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였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속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던 사례는 과거 두 차례나 있었다. 북한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팀스피릿(Team Spirit·TS)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왔고, 당시 한·미 양국은 훈련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핵 사찰만 수락했을 뿐 남북한 상호 핵 사찰을 이행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은 1993년 팀스피릿 훈련을 재개했다. 북한은 이를 트집 잡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북한과 미국은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도출했다. 당시 ‘제네바 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한에 핵 개발 동결 대가로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대체에너지로 연간 중유 50만t을 공급하기로 했고, 북한은 NPT 완전 복귀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 허용, 핵 활동의 전면 동결 및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약속했다. 한·미 양국은 또 북한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다시 한 번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했다. 하지만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팀스피릿 훈련이라는 핵전쟁 위협이 제거된 상황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서둘렀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기만전술에 철저하게 속은 셈이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저서 ‘외교론(Diplomacy)’에서 “당시 한·미 양국이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섣불리 팀스피릿 훈련 중단을 북한에 약속한 것은 매우 잘못된 전략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연합군 병력 20만명이 동원되는 팀스피릿 훈련은 북한의 남침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김일성은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을 만난 자리에서 “남조선에서 팀스피릿 훈련이 시작되면 응전 태세를 갖추느라 북한의 국가 기능이 완전히 마비 상태에 빠지고 만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용으로 작동하고 있던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함으로써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이처럼 북한의 남침 의도를 억지하는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보루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주한미군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포커스 레티나 훈련은 1971년 주한미군의 베트남 투입으로 프리덤 볼트(Freedom Bolt·FB)로 바뀌었다.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한국에 주둔한 제7사단을 베트남전에 투입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에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자 미국은 7사단이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안보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프리덤 볼트 훈련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훈련 명칭에 한·미 양국을 서로 강하게 연결한다는 의미로 볼트가 들어갔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1977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카터 정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프리덤 볼트 훈련을 ‘협동정신’이라는 뜻의 팀스피릿으로 변경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카터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은 주한 미군을 증강시켰고 팀스피릿 훈련을 대폭 강화했다. 팀스피릿 훈련에선 한·미 양국 군 병력 20만명이 동원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 1994년 팀스피릿 훈련이 중단된 이후 한·미 양국은 2007년까지 병력과 장비를 축소시킨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실시했다. RSOI는 유사시 한국에 전개되는 미군 증원 전력을 수용(Reception)하고 대기(Staging)시킨 뒤 전방으로 이동해(Onward Movement) 한국군과 통합(Integration)한다는 뜻이다. 2002년부터는 매년 가을에 연례적으로 진행되던 독수리 훈련이 RSOI와 통합해 실시됐다.
   
   RSOI는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협상이 이뤄진 후 2008년부터 키리졸브 훈련으로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감축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3만7500명이던 병력이 2007년부터 2만8500명으로 줄어들었다. 당시 주한미군 철수는 제7사단 철수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3개 대대도 아프가니스탄전 투입을 명목으로 미국 본토로 철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안보 불안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미국 정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확대했다.
   
   
▲ 미 해군 항모 칼빈슨호가 동해에서 한국 해군함정들과 독수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미 해군

   한반도 정세 좌우할 터닝포인트
   
   ‘단호한 결의’라는 키리졸브 훈련은 지금까지 독수리 훈련과 병행해 실시돼왔다. 키리졸브 훈련은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를 가정해 반격, 미군 증원 등의 내용이 담긴 전시 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달하는 지휘소 연습(CPX)이다. 독수리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이동하는 야외 기동훈련(FTX)으로 한·미 연합작전과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에 대비하는 후방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적이다. 독수리 훈련의 ‘폴 이글(Foal Eagle)’이라는 영문 명칭은 미군 제7 특전여단의 조랑말(Foal) 마크와 한국군 제1 특전여단의 독수리(Eagle) 마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또 을지프리덤가디언(Ulchi Freedom Guardian·UFG)이라는 연합군사훈련도 실시한다. ‘을지’는 수양제를 물리친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에서 따왔다. 매년 8월께 실시하는 UFG는 기동훈련이 아니라 지휘소 훈련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중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돼왔다. 중국은 자신들의 코앞에서 미군이 대규모 병력과 전략자산까지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중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궁극적으로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일본과도 관련이 있다. 주일 미군들은 그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거 참가해왔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력이 출동하는 유엔군 사령부 후방기지 7곳이 모두 주일 미군기지이기 때문이다. 유사시 북한은 한국에 파견되는 미군 전력을 저지하기 위해 주일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휴전이 끝나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고려해 훈련을 취소한다면 이는 한국을 배제한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협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버웰 벨 전 사령관(2006~2008년 재임)은 “만일 내가 사령관일 때 한국이나 미국에서 북한을 달래기 위해 군의 준비태세를 낮추자고 제안했다면 즉각 미국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를 권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2011~2013년 재임)도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면서 “북한이 긴장을 낮추는 데 관심이 있다면 비핵화를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존 틸럴리 전 사령관(1996~1999년 재임)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강한 억지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가 지도자의 첫 번째 의무는 자국민 보호”라고 강조했다. 노병들의 고언(苦言)을 한·미 지도자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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