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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7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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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의 계절] 야권 지방선거 연대 가능할까

최경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 지난 2월 2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여의도 당사를 예방한 바른미래당 박주선(왼쪽), 유승민(오른쪽) 대표를 맞아 악수하고 있다.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제7회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4년 전 제6회 지방선거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정치 지형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양강 대결로 치러졌다. 선거 두 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여파 속에 치러진 당시 선거 결과, 17개 광역 시·도지사 중 새누리당은 8곳,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총 226곳 가운데 새누리당이 117곳, 새정치연합이 80곳, 무소속이 29곳에서 승리했다. 여야가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지형은 확 달라졌다. 2014년 지방선거에 앞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한국당은 현재 116석의 원내 2당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19대 총선 때 127석을 얻었던 민주당은 현재 121석의 원내 1당이 됐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면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현재까지 이번 지방선거 판세는 여권에 우세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보수 정치권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진 점도 야권의 악재(惡材)로 꼽힌다.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은 탄핵 사태에 이은 정권 교체를 거치며 당세(黨勢)가 위축됐다. 여기에 홍 대표와 지난 대선에서 겨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한국당 타도’를 내걸고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면서 ‘야·야(野·野) 싸움’부터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야권 분열은 필패”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금까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면 대결하겠다는 태세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목표를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6곳 플러스 알파’로 잡고 있다. 그는 “6곳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집에 가겠다”면서 정치 생명도 걸었다. 영남 지역 광역단체장 5곳을 석권하고 인천시장, 경기지사 등에서 1곳 이상을 추가로 이김으로써 보수진영 대표주자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안 전 대표와 유 공동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한국당의 몰락을 이끌어내 보수진영 주도권을 바른미래당이 쥐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홍준표 체제가 붕괴하면서 보수 정치권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국회 의석 구도와 지난 대선 득표율을 보면 어느 쪽의 구상이 맞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지방선거 때 영남 지역 광역단체장 5곳을 석권한 한국당은 영남 지역 기반과 116석 의석을 가진 제1야당으로서의 조직이 강점이다. 바른미래당의 국회의원 의석수(30석)는 한국당에 밀리지만 안 전 대표와 유 공동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 통합함으로써 전열을 정비했다. 또 지난 대선 득표율에서 홍 대표가 24%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안 전 의원(21.4%)과 유 공동대표(6.8%)의 득표율 합(合)은 홍 대표를 앞선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자도생으로 지방선거를 맞을 경우 “지난 대선처럼 공멸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 때 홍·안·유 세 사람의 득표율 합은 52.2%로 문 대통령의 그것(41%)을 11%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결과는 대선이 4자 구도로 끝까지 치러지면서 문 대통령의 승리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다 득표자 1명만 뽑는 선거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며 “판세가 여권에 우세한 상황에서 야권끼리 서로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건 자폭 전략에 불과하다”고 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단일화론’ 거론
   
   홍준표 대표는 “원내 제1야당인 한국당이 미니정당(바른미래당)과 연대할 이유가 없다”며 바른미래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다. 유 공동대표나 안 전 대표 측도 “한국당은 극복 대상이지 연대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차기 총선과 대선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독자 노선을 통한 야권 주도권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 당 안에선 두 당 간의 선거연대가 ‘보수 야합’ 프레임에 걸려 여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양당 내부에선 “선거가 다가올수록 연대론이나 후보단일화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지방선거판을 이끌어갈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과 승부를 해보려면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민주당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박영선·민병두·우상호·전현희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이 도전하고 있다.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선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이 경합하는 가운데 양기대 광명시장도 뛰어들었다. 반면 야당은 서울에 뚜렷한 후보가 없고 경기 지역도 민주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 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대신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후보엔 바른미래당이 무공천하는 야권 후보단일화론이 거론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전 의원을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우고 한국당은 현역 단체장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단일후보로 내세워 민주당과 일대일 싸움을 벌이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야권 연대 성사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야권 연대 논의의 전제조건에 해당하는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아직 명확한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당내에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창당 이후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답보하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안 전 대표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로 “배신자”라 부르며 감정의 골이 깊었던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 사이에도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 공동대표는 지난 2월 23일 취임 인사차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로 홍 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이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방한 문제에 보조를 맞추자”고 제안했다. 또 유 공동대표를 배웅하면서 “한국당 혁신이 마무리되면 (한국당으로) 오는 게 어떻겠느냐”는 농담도 던졌다고 한다. 홍 대표 측근은 “홍 대표가 꼬박꼬박 ‘유 대표’라고 부르며 예우했다”며 “홍 대표가 유 대표와 연대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유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야권 연대 성사 여부는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주면 한국당에서도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정도는 후보단일화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불거진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 정책 실패 논란과 북한 김여정·김영철 방한 논란으로 인한 야권 지지층의 ‘문재인 정부 견제론’이 어느 정도 결집하느냐도 변수다.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요구가 거세지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 연대 성사를 통해 두 당의 지방선거 선전 가능성이 커지면 홍·안·유 세 사람도 지방선거 이후로 ‘진검승부’를 유예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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