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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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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의 여의도 人사이드]다시 미국으로 국내 체류 두 달 양정철의 손익계산서

김대현  기자 

‘잊히지 않았구나.’
   
   지난 1월 17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그는 내심 이렇게 안도하지 않았을까. 이날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을 바라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하 양비)의 눈빛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잊힐 권리를 허락해달라”며 돌연 뉴질랜드로 떠났다. 중간에 두 차례 단기 귀국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두 달간 장기 체류하는 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인 ‘양비’는 청와대 핵심 자리에 임명돼 대통령을 보좌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홀연히 떠났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17일 한 권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해외에 체류하며 작성한 글을 모아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날 그는 참모가 아니라 작가의 모습으로 언론에 비쳤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이 길게 자란 얼굴로 그야말로 야인(野人)의 행색이었다.
   
   이후 양비는 책 출간을 이유로 꽤 큰 규모의 북콘서트를 세 차례나 열었다. 지난 1월 30일 서울 교보빌딩에서 연 첫 번째 북콘서트는 그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정권 실세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양비에 대한 막연한 기대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싶어하는 많은 인사들이 그와의 눈맞춤을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출판사의 요청으로 열린 북콘서트였다지만, 양비가 원치 않았다면 애초 성사될 수 없는 행사였다. 작년 5월 그가 떠날 때 언급한 “잊힐 권리”는 잠시 색 바랜 책장 속에 넣어둔 걸까.
   
   양비의 북콘서트를 보며 불편해한 정치권 인사들이 꽤 있었다.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나 살아 있소’라고 광고라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북콘서트를 열고 청와대 직원과 국회의원들이 찾아오는 걸 보고 나서야 마음속 허전함, 서운함을 메운 것 같았다. 문 대통령에게 부담 주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행사를 했다는 게 의아하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래서인지 끝까지 양비의 북콘서트장에 나타나질 않았다.”
   
   양비는 지난 대선 과정에 기자와 만나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도록 길을 여는 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운명’이라는 책을 쓰도록 설득했고, 안 하겠다고 버티던 ‘북콘서트’에 문 대통령을 등장시킨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 연 문재인 북콘서트의 흥행을 기획했고 이후 전국에서 북콘서트가 이어지도록 해 결국 정치인 문재인이 등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양비가 이번에 자신의 책을 내고 북콘서트를 하는 과정을 보면서 기자는 과거 양비가 문 대통령을 정치권에 끌어들였던 방식이 떠올랐다. “정치할 일 없다”고 말하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양비를 보며 든 단상이다.
   
   양비는 2개월간 국내에 체류하며 상당량의 책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세로 받은 돈 가운데 1000만원을 동작복지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이나 언론 주목도 측면에서 양비의 국내 체류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3월 8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그의 세 번째 북콘서트는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실세 임종석 비서실장이 있고 없고에 따라 북콘서트장의 주목도는 사뭇 차이가 났다. 야당 한 전략통은 “양정철이 권력에서 꽤 멀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 3월 14일 오전 양비는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마침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탓인지 그를 취재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기자는 많지 않았다. 출국장에 들어서며 그는 다시 돌아올 명분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러다 잊힐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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