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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499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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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북핵의 CVID 안 될 경우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텍사스주립대 정치학 박사.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전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지난 3월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인간은 무기를 발명한 덕분에 자연을 지배하게 되었다. 맹수를 제압할 수도, 인간보다 훨씬 큰 동물을 잡아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문제는 인간들끼리의 지배종속 관계였다. 무기를 갖춘 인간들의 전쟁은 잔인의 극치를 넘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만 명씩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된 인간들은 결국 지구를 다 깨버리고 인간의 문명과 역사마저 말살시킬 수 있는 핵무기까지 갖추게 되었다.
   
   키신저 박사는 핵무기를 발명한 후 절멸의 위협 아래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모습을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신화에 비유했다. 신의 불을 훔친 대가로 프로메테우스는 철끈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심장을 파먹히는 고통을 당한다. 그런데 밤이 되면 프로메테우스의 몸은 다시 회복되고, 그 다음날 다시 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아 먹히는 고통이 반복된다. 핵 시대를 사는 인류의 고통을 잘 표현한 비유다.
   
   
   인간의 군축 역사
   
   그러나 인간은 이성도 가지고 있다. 무서운 무기를 만들어 놓았지만 서로 쓰지 말자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킨 적도 있었다. 무서운 무기가 발명되면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전략 전술도 개발했다. 즉 인간들은 무기를 만들었지만 무기를 쓰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고, 있는 무기를 줄이기도 폐기하기도 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이 같은 분야를 군비통제론(Arms Control Theory) 혹은 군축이론(Arms Reduction Theory)이라고 부르며 연구해왔다. 그래서 인간은 늑대의 이빨을 가진 비둘기류의 동물이지만 멸망하지 않고 번성해왔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인 동시에 군비통제 혹은 군축의 역사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군비축소와 통제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역사에서 무기가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고대 이집트에는 전문적으로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있을 정도였고 고대 아시리아제국은 군사력이 10만~20만명에 달했었다. 기원전 4세기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는 19세기 초반 나폴레옹이 보유했던 병력과 규모가 비슷한 30만 대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군함도 600척이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군사력과 무기를 유지하는 일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국가나 군주들은 서로 같은 비율로 무기를 줄이자고 약속하고 또 실제 그 약속을 지켰다. 기원전 500년경 중국의 전국시대 당시 양쯔강 유역의 국가들이 서로 비슷한 비율로 군비를 축소하자는 회담을 벌인 적도 있었다. 기원전 440년경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방어용 성곽의 길이를 줄이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었다. 마치 20세기의 미국과 소련이 서로 방어용 미사일을 만들지 말자고 약속했던 방어미사일 금지조약(ABM Treaty)과 흡사하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특정 화염무기를 서로 쓰지 않기로 약속한 적도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특정 무기의 사용을 자제하는 약속, 그리고 특정 시간 동안은 싸우지 말자는 약속도 있었다. 1139년 교황은 칙령을 발해서 기독교도들끼리는 싸울 때 장궁(長弓) 사용을 금지하라고 칙서를 내리기도 했다. 가슴을 뚫고 들어가 몸을 관통해 등으로 화살촉이 나오는 막강한 관통력을 가진 장궁은 기독교도들끼리 사용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교도와 싸울 때는 사용해도 된다고 했었다. 헤이그 평화회의, 워싱턴 군축회의 등은 모두 무기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간들은 이모저모로 살 궁리를 강구했다. 인간들은 상대방을 너무 많이, 그리고 잔악하게 죽이지 않기 위해 신사도(紳士道), 기사도(騎士道), 무사도(武士道)라는 개념도 등장시켰다.
   
   하지만 인류는 1945년 아예 지구를 몰살시킬지도 모를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 무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핵 시대의 군사논리는 과거와 달랐다. 해보지 않은 전쟁이라 전쟁을 하기 위한 이론도, 그리고 전쟁을 막기 위한 이론도 중구난방이었다.
   
   
   美 “동결이 아니라 CVID”
   
   핵무기는 다른 무기와 그 본질이 다른 무기다. 핵무기가 아닌 무기를 재래식 무기라고 하는데 재래식 무기란 지구 멸망을 초래할 정도의 무기는 아니다. 그런데 핵무기는 파괴력이 도를 넘다 보니 쓰는 무기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 만드는 무기가 되었다. 사실 다투는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다른 한 나라는 핵이 없을 경우 핵이 있는 나라는 전쟁을 하지도 않은 채 상대방을 협박해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한스 모르겐타우(Hans J. Morgenthau)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다음처럼 묘사했다. “다투고 있는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핵무장에 성공할 경우 다른 나라는 전략적 옵션이 두 가지 중 하나로 줄어든다. 1)전쟁을 하다가 죽는 것 2)미리 항복을 하는 것.”
   
   지금 북한이라는 지구 최악의 불량국가가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공격하기에는 충분하다. 북한의 미사일들은 이미 수천㎞를 날 수 있으니 일본마저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북한은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이나 일본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폭탄과 미사일을 만들어야 미국 혹은 한국과 싸우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적화통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느 날 북한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핵폭격할 수 있는 날이 왔다고 가정하자. 그날이 왔을 때 북한은 미국에 다음과 같이 협박할 것이다. “한국을 통일하고 싶은데 미국 때문에 못 하고 있다. 미국이 뭔데 우리의 통일을 반대하는가? 나는 남조선을 통일하기 위해 전쟁이라도 벌일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 편에 서서 개입할 경우, 북한은 로스앤젤레스를 핵공격하는 수밖에 없다. 부탁하건대 미국은 서울을 구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의 목숨을 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기 바란다.”
   
   이때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단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3월 북한이 난데없이 미국과 협상을 하자며 나왔다. 북한의 목표는 협상을 통해 미국을 건드리는 핵무기를 만들지 않을 테니 동결 수준에서 상황을 끝내자는 것일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이 같은 상황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동결이 아니라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악몽, 일본의 핵무장
   
   그렇다면 CVID는 무엇이고 그것이 북한 핵의 동결(Freeze)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삶과 죽음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역사상 이루어진 적이 없는 군축의 경우가 CVID이지만 북한의 핵을 CVID시키지 못하는 경우 여러 나라들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 CVID란 문자 그대로 완벽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고(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해체(Dismantlement)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북한의 핵을 완전히 없애며, 미국이 가서 이를 검증하며, 다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핵을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가 되지 않은 채 북한이 원하는 수준에서 핵동결로 귀결된다면 그때 한국과 일본은 한스 모르겐타우 교수가 말한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 역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일본은 그런 상황을 감내하는 대신 스스로의 핵무장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문자 그대로 하룻밤 자고 나면 완벽한 핵 강국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다. 일본이 핵무장할 경우 미국은 북한보다 훨씬 힘든 잠재 적국을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지난 2월 키신저 박사는 북한의 핵을 동결시키는 것은 전혀 문제의 해결 방식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할까? 현재의 정부라면 아마도 핵무장하기보다는 북한의 핵을 감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핵무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북한의 인질이 되어 버리는 불쌍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CVID시킬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우선 북한이 한 발이라도 숨겨 놓으면 이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 미국이 아무리 정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보물찾기 식으로 숨겨 놓은 조그만 핵폭탄까지 단 한 발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없애거나 검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 힘든 일은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말이다. 이 정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경우 핵 과학 기술이 백지 상태로 환원되어야 한다. 핵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이 다 없어져도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을 비핵화시키는 것은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일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을 CVID시킬 수 있는 방법이 진짜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있다”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을 비난할 때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보다 북한 정권이 더 이상 합리적인 정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펜스는 북한 정권을 “찾아보기 힘든 악(rare evil)”이라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미친 것이 확실한” 인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 북한을 CVID시키는 방법은 정권 교체(regime change)뿐이다. 마침 이 글을 쓰는 동안 대북한 초강성 미국 관리인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영전했다. 폼페오 장관은 오래전부터 북한 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수밖에 없음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또 “내일 북한의 현 정권이 사라진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는 미국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한 강골이다.
   
   북한과 같이 자기 고모부를 1만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사포로 쏘아 죽이고, 아무리 배가 다르지만 그래도 망명생활을 하는 형을 독가스로 살해하는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가 핵무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용인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CVID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권 교체 외에는 없다. 즉 핵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권으로 교체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는 김정은의 대화 제스처를 보면서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Breakthrough)가 마련된 것처럼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북한 정권이 그동안 행한 악행이 너무나 크다 보니 이제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이 북한 핵의 CVID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을 CVID시키지 못할 경우 우리는 국가는 물론 개인의 생명도 담보받을 수 없는 엄혹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도 똑바로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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