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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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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5월 판문점서 북·미회담 유력 남산 하얏트에 ‘미니 백악관’?

하주희  기자 

▲ 그랜드하얏트호텔 20층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미국 대통령이 묵는 방이다. photo 그랜드하얏트호텔
북·미회담지로 판문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주한 미국대사관. 회담을 앞두고 본국의 수장도 바뀌었다. 3월 13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해임됐다. 국무장관에 새로 임명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회담 준비를 이끈다. 판문점 개최 여부를 주한 미국대사관에 물었더니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역사상 최초 아니냐. 말해줄 것도 없고,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대사관 말고 판문점 개최 여부를 주시하는 곳이 또 있다. 서울 남산 중턱에 있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하얏트호텔에서 묵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 역시 이곳에서 묵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하얏트호텔 체인과 깊은 인연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업계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발판이 바로 하얏트였다. 1976년, 서른 살의 트럼프는 뉴욕 맨해튼의 코모도어호텔을 사들였다. 망해가는 호텔이었다. 이 호텔을 그랜드하얏트호텔뉴욕으로 변신시켰다. 트럼프가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하얏트에서 운영하는 식이었다. 양측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1980년 개장 직후부터 호텔은 큰 폭의 수익을 냈다. 트럼프월드를 개척할 ‘시드머니’가 하얏트에서 쏟아져나왔다. 영화 ‘나홀로 집에’ 뉴욕 편에서 케빈이 묵는 호텔이 바로 그랜드하얏트뉴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1996년 프리츠커가(家)가 트럼프의 지분을 사들이며 동업 관계는 끝났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 남산 하얏트의 인연은 꽤 깊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사전 선발대는 남산 하얏트를 대통령 숙소로 선택했다. 당시 미 대통령이 왜 하얏트를 선택했는가를 두고 특급호텔 업계에선 여러 말들이 오갔다. 하얏트호텔과 클린턴 가문의 인연이 유력한 이유로 지목됐다. 하얏트호텔 체인을 소유한 프리츠커가는 록펠러나 힐튼 가문에 비해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시카고에 근거지를 둔 미국의 주요 부호 가문 중 하나다. 힐러리 클린턴의 고향이 바로 시카고다. 프리츠커가는 미 대선 때마다 민주당에 후원금을 기부했다. 1998년 남산 하얏트 체류 당시 클린턴 대통령 관련 에피소드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하얏트호텔 내 클럽인 ‘제이제이 마호니스’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려 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미 대통령의 하얏트행은 현재진행형이다. 부시·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방한 때마다 남산 하얏트를 찾았다.
   
   남산 하얏트호텔이 미 대통령의 한국 숙소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보안이다. 하얏트는 주변 건물과 떨어져 남산 자락에 홀로 자리하고 있다. 도심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데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 원래는 군사시설이 있던 자리였다. 1970년대 남산에 외국인을 위한 시설들이 들어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 1971년 남산 외국인아파트 두 개동이 들어섰다. 그런데 아파트 정면에서 바라보면 군사시설이 보였다. 시찰 나온 박 전 대통령은 ‘군사시설을 없애고 그 자리에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지어진 게 하얏트다. 1978년에 개장해 올해로 딱 40년째다. 게다가 남산 하얏트는 서울 강남이나 부산, 제주의 다른 하얏트호텔과 다른 점이 있다. 미국 하얏트그룹 본사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이런 소유 구조는 아시아퍼시픽 지역의 하얏트 체인 중에서도 유일하다. 보통은 위탁경영이다. 건물의 소유주와 수익을 일정비율로 나누는 식이다. 보통 20~30년 단위로 계약한다.
   
   둘째, 교통이다. 청와대와 미군기지 등 주요 방문처와 가깝다. 편의성도 뛰어나다. 남산 하얏트에서 대통령이 묵는 방의 이름은 ‘프레지덴셜 스위트’다. 호텔의 꼭대기층인 20층에 있다. 투숙비는 1박 기준 960만원. 부가세와 봉사료를 합친 금액이다. 내부를 본 적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크리스털이 가득한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온다. 천장에 창이 있어, 자연광 아래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내뿜는다. 왼쪽과 오른쪽에 마스터룸(침실), 응접실, 다이닝룸, 부엌, 욕실 등의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330㎡의 공간을 요모조모 쓸모 있게 구획했다.
   
   내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미국식 클래식 홈인테리어다. 밝은색 나무 바닥의 거실 한쪽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다. 그 옆에 놓인 길이 잘 든 소파에 앉으면 장작이 얌전히 쌓여 있는 벽난로가 보인다. 전망도 한몫한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창문 너머로 한강이 펼쳐져 있다.
   
   
   전체 객실 601개 중 400여개 사용
   
   인테리어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모던하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잘 손질된 가구와 양탄자 때문일까. 공간 전체가 낯설지 않고 아늑한 인상을 준다. 다른 공간에 비해 화려하다 싶은 곳은 욕실이다. 널찍한 대리석 욕조가 보인다. 이탈리아산 대리석이다. 욕조 한쪽에 문이 보인다. 사우나 시설로 향하는 문이다. 네댓 명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사우나다. 욕조 옆 창문으론 남산타워가 보인다.
   
   객실은 ‘커넥팅룸’ 형태다. 옆 객실과 문 하나를 두고 연결되어 있다. 경호 인력이 언제든 방으로 진입할 수 있다. 전체 인테리어는 디자이너 존 모포드의 작품이다. 미국 출신으로 홍콩에 사는 디자이너 존 모포드는 한 도시에서 하나의 건물만 인테리어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파크하얏트도쿄와 그랜드하얏트홍콩이 그의 작품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배경이 된 호텔이 바로 파크하얏트도쿄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투숙객 목록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여인이 있다.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다. 1992년 11월 찰스 왕세자와 함께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그때 이미 왕세자비 부부를 둘러싸고 파경설이 파다했다. 영국으로 돌아간 직후인 1992년 12월 이들은 공식 별거를 선언했다. 하얏트의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왕세자비 부부가 외국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묵은 침실인 셈이다. 7년 후인 1999년엔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찾았다. 역시 하얏트호텔에서 묵었다.
   
   5월 북·미회담 개최지로 판문점이 최종 확정되면, 남산 하얏트는 ‘미니 백악관’이 된다. 400개 이상의 객실이 대통령과 수행단의 차지다. 남산 하얏트의 전체 객실수는 601개. 거의 호텔 전체를 미국 대통령 수행단이 쓰는 셈이다. 사전 선발대는 까다롭게 객실을 살핀다. 벽지와 양탄자에 대통령 부부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없는지까지 검사한다. 대통령의 방 창문엔 방탄유리가 덧씌워진다. 전화기 등 평소 대통령이 쓰는 백악관 물품도 대통령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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