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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00호] 2018.03.26

자꾸 크는 임종석

김대현  기자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photo 뉴시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3월 16일 출범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부통령급’ ‘국무총리급’ 비서실장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임 실장은 가뜩이나 현 정권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지나친 권력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실장에게 쏠리는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그는 정권 초 문 대통령을 만든 공신들이 난립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정리했고, UAE 원전 파문 등 굵직한 현안을 무리 없이 풀어냄으로써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확보했다. 여권 주변에서는 임 실장이 향후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한다면 당권은 물론 차기주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으로 주요 부처 장관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총괄하는 위원장에 임종석 실장을 임명했다. 위원회 총괄 간사는 북한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부 조명균 장관이 맡았다. 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으로 준비위원이 구성됐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만든 임시 조직이지만 임 실장의 위치는 대통령 비서실 최고 참모의 위상을 넘어 주요 부처 장관을 거느리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부통령급’ 또는 ‘국무총리급’ 실장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가 힘이 센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라는 비서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통일부, 외교부 등 주무부처를 제치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에 앉힌 건 임 실장을 부통령급으로 인식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이 맡은 건 이전 정권과 비교해서도 이례적이다. 김대중 정부 때 첫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이 맡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현 대통령이 맡았지만 당시는 임기 말이었고 문 대통령이 비정치인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임 실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장관님들이 정상회담 준비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외견상 위원장을 맡은 비서실장에게 (힘이) 실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남북 또는 해외순방 TF 등에서 정상 간 만남은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비서실장이 중요한 입지를 갖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준비위 구성의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반부터 국정현안을 다룰 때 줄곧 주무부처가 아닌 청와대 비서실을 핵심에 두고 움직였다. 현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일자리창출, 적폐청산 등이 모두 그랬다. 이번 정상회담 준비위에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1·2차장, 국민소통수석, 대변인, 국정상황실장 등이 준비위원 회의에 배석토록 해 실무를 챙기는 구조다.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현 정권 초기에는 청와대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지만, 지난해 11월 내각 구성이 완료된 이후에도 비서실 중심의 국정운영이 유지되는 것을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면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조직 장악
   
   임 실장은 청와대 조직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는 통상 대선을 치른 뒤 여러 캠프에서 선발 또는 추천된 인사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양한 ‘인적 라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실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가까운 인사가 있는가 하면, 당에서 차출된 당직자와 보좌관, 그리고 캠프 좌장들이 추천한 사람들도 포진하게 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비서실장은 청와대 내부를 장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일 수밖에 없다. 자칫 중요 정보가 외부로 새나가거나 비위 사건이라도 터지면 비서실장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임 실장은 성공적으로 청와대 조직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실과 안보실은 물론 국정상황실도 임 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임 실장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를 경험한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임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을 ‘실장’ 중심으로 재편한 시점은 지난해 11월경이다. 그 무렵 초대 정무수석에 임명된 전병헌 전 의원은 한국 e스포츠협회를 통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퇴했다. 전병헌 전 수석은 임 실장보다 국회의원 선수와 나이가 많아 비서실장에게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그가 사의를 표명하고 난 이후에도 3선급 전직 국회의원이 차기 정무수석 물망에 올랐으나 문 대통령은 임 실장과 같은 학번인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정무수석으로 승진시킴으로써 임 실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 수석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원광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 실장의 운동권 동지로 통한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대표 인사인 김기정 연세대 교수 등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청와대 안보실 2차장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임 실장은 김 전 차장보다 직제상 우위에 있었지만 장기간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을 맡아온 김 교수를 예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와대의 인사와 홍보 실무진에는 권혁기 춘추관장, 김종천 선임행정관, 김봉준 선임행정관 등 임 실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 청와대는 양정철 등 기존 측근들이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임 실장 입지가 탄탄하다. 노무현 정부 출신의 외곽 인사들과의 관계 설정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인사에 있어서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모든 인사는 임 실장으로 통한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현 청와대 인사는 추천실명제 등을 실시하고 있어 이전 정부의 인사권 행사에 비해 공정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기 직전 단계까지 인사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 내 한 소식통의 말을 들어 보자. “개인적으로 가까운 모 부처 장관이 얼마 전 산하 기관장을 추천한 적이 있다. 별다른 이견 없이 단수 후보로 추천이 이뤄졌고 청와대 사회수석실에서도 동의해 곧 임명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마지막에 임 실장이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얼마 뒤 해당 장관이 추천한 인사 대신 운동권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이 기관장에 임명됐다. 인사 시스템상 그렇게 된 것인지, 다른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해당 장관은 임 실장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KT&G 사장 선임 건도 청와대 의중이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3월 16일 주주총회를 통해 백복인 현 사장의 연임이 확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대주주인 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사장 교체를 요구하는 바람에 진통을 겪었다. 업계 소식통의 말을 들어 보자. “기업은행이 과거와 달리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걸 보고 놀랐다. KT&G 사장을 교체하려고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노무현재단 출신의 모 인사를 KT&G 사장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 광주 출신의 노무현재단 전직 관계자 A씨는 KT&G 사장으로 한때 거론됐지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방향을 틀면서 최종적으로 KT&G 사장 후보에 오르지는 않았다. 임 실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에게 “(KT&G 건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 과거와 달리 비서실장이 인사권을 독점하거나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점은 ‘경청’의 리더십
   
   그럼에도 임 실장이 인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월 말 임 실장이 호남 출신 언론인을 만난 자리에서 공공 성격의 기업 인사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임 실장은 청와대가 구체적으로 인사에 개입한 적은 없지만 현직 대표가 이사회를 거쳐 셀프 연임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어 보이고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영화된 과거 공기업을 대상으로 청와대가 주주총회 이후 문제 제기에 나설지도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얘기보다 남의 얘기를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임 실장의 자세를 좋게 봤다고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의 경우 임 실장과 가장 가까운 운동권 선후배 관계지만 두 사람을 평가하는 여권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재직했던 여권 인사의 말이다. “내가 경험한 우상호와 임종석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주도적이냐, 아니면 경청하는 리더십이냐의 차이다. 우 의원은 주변 사람과 마찰 없이 잘 어울리지만 내부 회의에서는 혼자서 말을 많이 한다. 이에 반해 임 실장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신임하는 것은 이런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지방선거 이후 당으로 복귀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발판으로 임 실장이 차기주자군(群)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로 마무리된다. 추 대표 이후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지원할 새 대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성향의 원내 인사들은 지방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임 실장이 당권을 잡는다면 향후 문 정부의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당 한 정세 분석가의 말이다. “임 실장에게 큰 역할을 맡기면서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단순한 신뢰의 개념을 넘어 차기 대선 구도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닌가 싶다. 차기주자군을 넓히는 것 또한 문 대통령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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