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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
[2501호] 2018.04.02

볼턴과 함께 네오콘(neocon)이 돌아왔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미국 네오콘의 핵심 중 한 명인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photo 위키미디어
‘상자 밖 작전(Operation Outside the Box)’은 이스라엘 공군이 2007년 9월 5일과 6일 F-16과 F-15 전투기 8대를 동원해 시리아 정부가 데이르 에조르 지역에 비밀리에 건설하던 원자로를 폭격할 때의 작전명이다. 당시 시리아 정부는 북한의 도움을 받아 영변의 흑연감속로 방식의 원자로와 거의 동일한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파괴하지 않았다면 시리아 정부는 1년에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수개월 내에 완공시킬 수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동안 언론들이 ‘과수원 작전(Operation Orchard)’이라고 불렀던 당시의 공습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그랬던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 3월 21일 11년 만에 시리아의 원자로를 공습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폭격 당시의 사진과 영상, 원자로의 사진과 작전 상황 등을 모두 공개했다. 아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시리아의 원자로는 완공이 임박한 상태였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수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가 뒤늦게 이런 일급비밀을 공개한 이유는 핵개발을 해온 이란에 대한 경고와 함께 앞으로도 안보의 위협이 될 경우 자위적인 선제타격에 나설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이 서방의 눈을 피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들어 이란 핵문제가 북한 핵문제와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다고 제시한 데드라인(5월 12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P5+1)과 맺은 협정을 말한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2일 대이란 제재유예를 연장하기는 했지만 오는 5월 12일까지 이란 핵합의에 포함된 ‘일몰 조항(sunset clause·일정 기간이 지난 후 폐지되는 조항)’ 삭제,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재강화, 이란의 모든 핵시설 사찰 등의 내용을 추가하지 않을 경우 이란 핵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란과 반목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반면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도 이란 핵합의는 국제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미국에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핵합의를 절대 수정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면 핵폭탄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에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이란 핵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강경하게 주장해온 정치세력이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집권(2001~2009)했던 시절 외교·안보정책을 주물러왔던 네오콘(neocon·neoconservative의 약자·신보수주의자)들을 말한다. 공화당의 주류세력 중 하나인 네오콘들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논리로 힘을 통해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이들은 ‘전쟁광(狂)’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1년 아프가니스탄과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는 데 앞장섰다. 이들이 전쟁을 벌이는 명분은 세계 질서와 평화를 무시하는 ‘악의 세력’을 응징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의 가치를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부른 것도 네오콘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이들의 신념은 전체주의라는 폭정으로 자국민들의 생명을 빼앗고 굶주리게 하는 폭군들을 제거하는 등 악의 세력들의 정권을 교체하고 민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네오콘들은 대부분 유대인 출신이며 뉴욕 등 동부 지역의 명문 대학들을 나온 엘리트들로서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의 분야에서 서로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는 일종의 ‘커밸(cabal·徒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시 전 정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지면서 공화당이 2006년 중간선거에 대패하는 바람에 네오콘들은 영향력을 상당히 상실했다. 게다가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네오콘들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 2004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가 미국에 제출한 핵 시설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백악관

   트럼프와 네오콘의 화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보좌관에 네오콘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를 임명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네오콘이 귀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오콘들은 그동안 상당히 불편한 관계를 보여왔다. 실제로 네오콘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의 아웃사이더(비주류)일 뿐만 아니라 지지 세력이 대안우파(alt-right)였기 때문이었다. 대안우파는 백인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 반세계화, 반이민에 바탕을 둔 극우 인종주의를 표방해왔다. 특히 트럼프 선거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로 대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등용된 스티브 배넌은 미국의 개입주의와 국제주의를 비판하고 고립주의를 주장해왔다. 배넌은 네오콘이 신조로 삼는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등 미국의 세계경찰로의 역할을 부정했다.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는 네오콘들은 또 친러 성향의 트럼프를 반대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네오콘들 중 일부는 트럼프 대신 차라리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반이민정책을 추진하는 등 배넌과 대안우파의 노선을 걸었다. 때문에 공화당 주류는 물론 국민들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을 해임하고 대안우파와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또 러시아 선거 개입 스캔들로 자칫하면 탄핵될 수도 있다는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공화당 주류인 네오콘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고 중국·러시아와의 패권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외교·안보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네오콘들을 활용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오콘들은 비슷한 측면도 있다. 네오콘들이 적과 아군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네오콘들은 또 힘에 의한 일방주의를 선호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여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처럼 중국, 이란, 북한을 악의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네오콘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불량정권으로 지목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힘과 영향력, 이익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이자 경쟁국가로 규정하자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오콘들은 그동안 이란과 북한을 선제공격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네오콘들은 이란과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은 네오콘들의 이런 주장을 대변해왔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법과대학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딴 볼턴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2001~2005)을 지냈고,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16개월간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일했다. 볼턴은 네오콘의 핵심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부소장을 역임했고, 유대국가안보연구소(JINSA)의 이사를 지냈다. 유대인 출신인 볼턴은 친이스라엘 성향에다가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유엔의 회원국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강력한 반중국파이기도 하다. 볼턴은 핵무기의 선제 사용까지 주장하는 등 ‘수퍼 매파’ ‘초강경파’ ‘매파 중의 매파’라고 불려왔다. 특히 이란 핵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과 정권교체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볼턴은 2015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의 이라크 원자로(1981) 및 시리아 원자로(2007) 공습과 같은 선제공격만이 이란의 핵보유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볼턴은 군축·국제안보 차관 시절 최근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해상 차단의 기본 개념인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고안해냈다. 유엔 대사 시절에는 북한이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가 채택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결의 채택에 반발해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자 볼턴 대사는 박 대사의 빈 의자를 향해 삿대질하며 “북한을 유엔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 정권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면서 북한 정권 교체와 선제공격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그의 북한에 대한 불신은 2007년 출간된 자서전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Surrender is Not an Option)’에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예측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거짓된 행위를 벌일 것이라는 것뿐”이라며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26일 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대화 의지를 내비친 것은 선전 전략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력을 갖추기 전에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해 진지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로 판단하고 회담장을 곧바로 떠날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경제지원을 제공할 필요는 없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13~14년 전에 리비아의 핵무기를 폐기하고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안보단지 창고에 리비아의 핵 시설물을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 photo 미국 국무부

   네오콘의 후원자 아델슨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선후보시절 외교·안보정책의 자문역을 맡았던 볼턴과 상당한 교감을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CVID)를 강조한 것도 볼턴이 2003년 제시한 조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을 기용한 것도 자신과 코드가 맞을 뿐만 아니라 경험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네오콘에 자금 지원을 해온 카지노 억만장자이자 유대인 출신인 셸던 아델슨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아델슨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2500만달러를 기부했다. 아델슨은 네오콘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후원자이다. FDD의 마크 두보위츠 이사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친분이 깊다. FDD는 이란과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두보위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책에 관여해온 핵심 외부인사 중 한 명이다. 두보위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이란은 상호협력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해왔다고 한다. 볼턴은 두보위츠는 물론 FDD의 앤서니 루지에로 선임연구원과도 호흡을 맞춰왔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북한에 대해 이란을 모델로 촘촘한 제재 그물망을 짜서 충실하게 집행하면 이란을 굴복시켰던 것처럼 북한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미국은 마땅히 북한과 언제든 어디에서든 대화해야 하지만 북한에 양보하는 협상은 무의미하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응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로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볼턴은 루지에로 연구원 등 북한과 이란 전문가들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대거 보강할 방침이다.
   
   네오콘들은 또 이란과의 핵합의 폐기와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로운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것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폼페오는 ‘티파티’ 출신이지만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아무튼 볼턴의 등장은 네오콘의 영향력이 아직도 막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볼턴이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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