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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04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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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드루킹 게이트 정국 삼키나

이상흔  조선pub 기자 

▲ 지난 4월 19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저지른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정치권의 핵폭탄으로 부각되고 있다. 검찰은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동원(49·필명 드루킹)씨를 비롯해 3명을 구속기소했고, 댓글조작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구입한 박모(필명 서유기)씨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와 박씨 등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8년 1월 17일 네이버에 올라온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사의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선 댓글 추천수 조작혐의(업무방해)만 적용해 재판에 넘긴 후 여죄를 추적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종전 2개였던 수사팀을 5개로 늘려 김씨 일당의 추가범행동기와 활동비 추적에 들어갔다.
   
   김동원씨 등은 경찰과 검찰에서 “보수세력이 하는 것으로 꾸미기 위해 댓글을 조작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마디로 보수층이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것처럼 가장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을 만들려는 목적에서 ‘공작’을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의혹이 일고, 청와대와 김경수 의원의 잦은 말바꾸기에 더해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대형 정치 스캔들인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특검 도입을 외치며 4월 17일부터 국회 본관 앞에 대형 텐트를 치고 장외투쟁에 돌입했고, 바른미래당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여권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 문제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지지운동을 했던 드루킹 김동원씨가 그 대가로 인사청탁을 했다가 실패하자 복수 차원에서 저지른 사건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우리가 오히려 피해자”라며 “검찰과 경찰이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촉발한 사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과 청와대를 궁지에 몰고 있는 이번 댓글조작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에 의해 촉발되었다. 지난 1월 17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합의 뉴스에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달리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추 대표는 “네이버 댓글이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고, 지지자를 농락하고 있다.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포털 사이트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다음날인 1월 1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1월 19일 네이버 측이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댓글조작 의혹 관련 수사를 의뢰하였다. 1월 21일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는 “네이버 기사 댓글조작을 위해 매크로를 사용한 의심 정황을 수집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새벽 시간 네이버 기사 댓글에 ‘좋아요’ ‘나빠요’가 급증하고 있고, 네티즌들이 제보한 의심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댓글조작을 위해 매크로가 사용된 것으로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찰 수사 대상이 자칫정권에 불리한 댓글이 달린 기사에 한정되면 비판적인 의사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월 7일 수사에 들어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월 22일 드루킹 김동원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의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씨 등 3명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3월 25일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한 뒤 30일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이 사실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김씨 일당이 구속된 사실은 4월 13일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구속된 피의자 3명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된 이들은 경찰에서 “보수세력이 한 것처럼 꾸미려고 댓글을 조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범으로 구속된 김동원씨는 2000년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유명 인터넷 논객이었다. 그가 국제·경제 이슈 등을 다루기 위해 개설한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 창고’는 현재 누적 방문자 수가 990만명이 넘는다. 김씨는 2014년부터는 인터넷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 운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민주화, 소액주주운동가, 인문학강사, 출판인, 공동체를 통한 경제적 자유의 달성을 추구’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제 이목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공작 아지트로 알려진 출판사 느릅나무의 정체와 운영자금으로 쏠리고 있다. 파주출판단지 내 입주한 느릅나무는 설립된 지 8년이 넘었지만, 단 한 권의 책도 발간한 적이 없는 ‘유령출판사’로 드러났다. 느릅나무는 4층짜리 건물 중 1~3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며, 사무실 임대료는 월 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4~5명 직원 인건비와 댓글 작업에 동원된 조직원 20~30명의 관리비, 경찰이 압수한 170여대의 휴대전화 비용을 추산하면 한 달에 수천만원의 운영비가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김동원씨는 경공모를 소개하면서 운영자금이 연간 11억원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경공모 회원들은 김씨의 자금출처는 주로 강연비라고 밝히고 있다. 그 외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비누판매 사업을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드루킹이 강연료와 비누 사업으로 연간 5500만원의 수입을 낸다고 계산해도 연간 지출액 11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분석기사를 내보내며 연간 10억원가량의 운영자금은 어디서 충당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동원씨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네려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과 김경수 의원의 관계
   
   김동원씨와 김경수 의원과의 관계도 해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김 의원과 김동원씨는 5차례가량 만났으며, 김씨가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댓글 활동을 한 기사를 김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4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의원과 김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는 김씨가 대부분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고, 김 의원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며, “김 의원이 보낸 문자는 의례적인 감사표시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 청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김 의원 감싸기라고 비난했다. 김경수 의원은 같은 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보를 맡고 있는 동안 홍보하고 싶은 기사를 주위 분들에게 보내거나 한 적이 많다. 그렇게 보낸 기사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청장이 밝힌 내용과 상반된 내용을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김경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드루킹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이 인사청탁 거절에 따른 드루킹의 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 의원은 “드루킹이 자신의 카페 회원을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동원씨는 지난 1월 경공모 대화방에서 “우리가 1년4개월간 문재인 정부를 도와주면서 김 의원과 관계를 맺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며 “김 의원에게 제가 대선 승리 전 두어 번 부탁을 한 게 회원분들을 일본 대사로, 또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요청했지만, 김 의원이 ‘그 자리는 외교 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해야 해서 못 준다’고 했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그는 “외교 경력 없는 인사가 발령받으면 행동에 들어가겠다. 날려줘야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씨는 체포되기 얼마 전인 3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 생각 없는 넘들아. 니들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 진짜 까줄까? 진실을 알게 되면 멘붕할 것들이 어디서 나를 음해하고 날뛰어?”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에서는 지켜만 보고 있던 경찰이 김씨의 입을 막기 위해 황급히 체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일보는 4월 18일 김동원씨의 존재도 모른다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취하를 요구한 19대 대선 관련 고발 사건리스트에서 김동원씨를 콕 집어서 고발취하 요청을 한 사건을 보도하며 “민주당 차원에서 김씨 등의 역할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던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구속된 김동원씨가 주도한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블로그에는 지난해 4월 3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투표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모습이 담긴 10초가량의 유튜브 영상이 올라와 있다. 영상에는 김 여사가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던 중 “경인선도 가야지” 하며 여러 차례 경인선을 언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인선은 김동원씨가 주도한 경공모 같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그룹으로, 김씨는 ‘대선 당시 나와 함께했던 1000명의 동지’라고 소개했다. 경인선의 이 동영상 공개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김 여사가 당시 지지그룹들이 응원하는 것을 보고 ‘문팬’이네 생각하고 간 것이지, 경인선이라는 곳을 알고 그런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검으로 가야 진실을 밝힌다”며 “정권의 정통성·정당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 사건은 모든 국회 일정을 걸고서라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 때 ‘갑철수’ ‘MB아바타’가 왜 나왔는지 이제 알게 됐다”며 “이번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도 “지난 대선 때 같은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는지 당장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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