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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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정국’을 맞아 민주평화당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평화당이 지난 4월 23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 ‘드루킹 특검’ 도입을 위한 야 3당 연대에 참여함으로써 국회 재적 과반이 훨씬 넘는 160석의 의석으로 야당이 여당을 포위하는 형국을 만들었다. 호남 출신 의원 14명으로 구성된 평화당은 그동안 정책적으로는 여권과 크게 차이가 없는 노선을 취해왔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이에 기반을 둔 민주당의 지지율에 가려져 가장 소수당(6석)인 정의당보다 인지도가 더 낮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평화당은 최근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에도 합의한 상태다. 그런데도 교섭단체 파트너인 정의당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야 3당과 ‘드루킹 특검연대’에 공조하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존재감과 지지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나름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지난 4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를 만나 평화당이 ‘드루킹 특검’ 도입에 찬성하게 된 배경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 바로 어제(23일) 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국회에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과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였다. 그에 바로 앞서 3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모여 특검도입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견은 없었는지. “사소한 문구 조정 외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원래 우리 당의 입장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이 서로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 김 의원의 보좌관이 드루킹 측의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초동수사의 기본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인데 그런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검찰도 이미 작년에 선관위로부터 느릅나무출판사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의뢰를 받았지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경찰·검찰의 눈치 보기와 축소·은폐 수사의 의심이 들기 때문에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경수 의원 본인이 특검도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망설일 이유가 있나?”

- 역대 특검은 모두 여야 합의에 따라 진행되었다. 만약 민주당이 끝까지 특검을 반대하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이번에 야 3당은 여당이 특검을 받아들이면 국회정상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남북대화 기간에는 정쟁을 자제하기로 약속도 했다. 민주당이 특검을 끝까지 반대하면, 국회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이고, 그러면 시급하고 산적한 추경예산안 처리도 지장을 받게 된다. 여야가 서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 될 것이다.”

- 이번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지. “드루킹 일당이 프로그램을 써서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는데, 여론조작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민의(民意)가 예전보다 더 정확하게 반영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여론을 조작해서 왜곡된 여론이 진실인 것처럼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큰 위기다. 드루킹이라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댓글 여론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선에서도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심과 추론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특검 추진은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뿐 아니라 앞으로 정치권, 특히 선거에서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갖는 것이다.”

- 야 3당과 ‘드루킹 특검’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지만, 평화당의 주요 정책과 대북 문제는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드루킹 특검은 야당으로서 집권 여당을 견제하는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문제니까 당연히 찬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대화가 성공적으로 잘되도록 정치권이 서로 협조하는 것이다. 우리 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북한 문제에서 햇볕정책을 계승한 당이기 때문에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에서 방향이 같다고 할 수 있다.”

- 평화당이 ‘민주당 2중대’나 ‘호남당’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이제는 ‘자유한국당 2중대냐’는 비난이 들려온다. 물론 민주당과 대북문제 등에서 본류는 같이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준비 안 된 개혁을 남발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당은 준비되고 균형 잡힌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너무나 급속하게 추진된 것으로 시장이 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용직 등 사회 취약계층의 최저임금을 올려주어 그분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정책을 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추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용직·서비스직·아르바이트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기계화 도입으로 고용불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일선 노동 현장은 이 문제로 아우성이다.”

- 그런 아우성이 있으면 여당도 귀가 있으니 당연히 듣고 있을 것 아닌가. “문제는 여당이 대통령의 인기에 눌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아무런 견제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들어진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정책이 시장정책에 맞는 것인가. 근로자 임금 일부를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것이다. 너무 아마추어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그것조차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 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정책은 준비된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공감대를 모아가면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은 어떻게 보는지. “물론 개인적으로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사 문제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공사를 3개월간 중단시켰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끼친 점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집권을 한 정당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두고 실험을 하면 안 된다. 어떻게 ‘원자력은 악이다’ 이렇게 규정해놓고, 국가에너지 정책을 단칼에 무 자르듯이 펼칠 수가 있는가? 만약 실제 공사가 중단되었다면 종사하는 수많은 인력은 어디로 가야 하나?”

-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평화당에서는 아직도 광역단체장 후보가 확정된 곳이 없다. “그 점이 좀 고민이다. 우리 당 의원은 지역구가 모두 호남이다. 그래서 호남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가장 경쟁력이 있는 박지원 의원께서는 부인의 건강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4월 말 안에는 전남지사 후보 문제는 결론을 내야 한다. 다행히 호남 사람들이 정치적 식견이 높아서 실제 선거에서는 한 당이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견제를 해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초기에 지지율이 얼마 되지 않던 국민의당이 뚜껑을 열어보니 호남 의석을 거의 싹쓸이한 경험이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전북 같은 경우 당선자 절반이 무소속이었다. 당시 대안 당이 없을 때도 그 정도였으니 우리 당이 있는 지금은 더 좋은 결과를 예상한다.”

- 정당의 설립 목적이 집권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국 정당으로 위상을 가져야 할 텐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다면. “당연한 말이다. 지금 당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높아서, 우리가 전국적 지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호남에 가보면 지역민심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인물 경쟁력으로 가면 이번 선거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본다. 이미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전국적으로 60여곳 신청을 받았고, 대전시장 후보 등 호남 외에도 단체장 후보가 나오고 있다.”

- 정치권의 또 하나의 이슈는 개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과 대통령의 ‘6월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나는 처음부터 개헌안은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이 나섰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체 개헌안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개헌논의는 현실을 직시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단독으로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당연히 자유한국당의 협조 없이 개헌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6월 13일 개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협상과 타협을 했어야 하는 것이 순리다. 예컨대 여당은 권력구조를 양보하고, 야당은 개헌 시기를 양보하는 식의 타협 시도가 있어야 했다.”

- 대통령이 뻔히 안 될 6월 13일을 고집하면서 개헌안 발의를 밀어붙인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지. “우선 개헌 불발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진짜 개헌의 의지가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발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 당대표로서 어떤 개헌을 원하는가. “개헌은 해야 한다. 현재 5년 단임제는 민주화 과정에서 타협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핵심은 대통령 연임제인데, 지금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대통령들이 임기 말 불행을 맞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4년 중임제는 좋은 대안이 아니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 때문에 정쟁(政爭)으로 날을 샐 것이다.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 총리국회추천제를 논의했으면 한다.”

- 그동안 국회의원을 오랫동안 하면서(4선)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했는데. “성매매특별법은 내가 2004년 대표 발의해서 제정되었다. 그전에는 성매매가 범죄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단지 윤락행위방지법을 통해 성매매는 여성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성매매특별법 후에 집창촌이 대부분 사라졌다.”

-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은 어떻게 보는지. “우리 사회에 올 것이 온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남성일방적인 사회다 보니 남성들이 여성들이 느끼는 성적수치감, 혐오감, 인권침해에 대해 잘 모르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투운동은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자기반성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고 성숙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여성 정치인이 가진 리더십이 있다면. “우리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그동안 수직적인 리더십에 익숙해 있었다. 여성은 수평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대화와 소통 측면에서도 감성적인 배려를 많이 한다고 본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통 부재로 곤란을 겪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성장배경이 너무 달라서 일반적인 여성의 카테고리에서 논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분의 단점이 너무 부각되어 다른 여성들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 공동체의 결속을 위해서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어머니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

-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야당 대표 입장에서 한마디 한다면.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청년들의 눈동자가 살아있고, 미래에 대한 꿈으로 가슴이 벅차고, 훌륭한 사람을 보면 ‘나도 저렇게 성공해야겠다’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청년들이 이러한 시도도 못 해보고 움츠리고 있다는 게 참으로 답답하다. 결국 나는 청년의 미래를 위해서는 나라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발달을 법과 제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기술의 변화가 산업에 적용되어 대한민국의 산업을 역동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그런 분야에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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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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