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506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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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아베- 곤혹의 계절 일본 패싱이 아베 패싱으로?

황은순  기자  

photo 뉴시스
“이게 외교다, 아베! 판문점선언에서 일본 패싱이 현실이 됐다.”
   
   “미·중·남·북 정상이 노벨평화상… 아베는 굴욕.”
   
   “일본의 공은 제로… 북한과의 평화가 가장 곤란한 아베.”
   
   “곤란하면 북한을 이용해서 장사하고 속여온 아베.”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본 최대 인터넷 자유게시판인 ‘2채널’(http://www.2ch.net)에 올라온 글들이다. 보수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평소 혐한 관련 글이 많았던 점에 비춰 보면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폭주’ ‘북한에 속고 있다’ 등 그동안 비판 일변도였던 일본 언론을 겨냥한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니혼TV 계열의 온라인 매체는 “남북 정상회담에 고춧가루 뿌리는 일본 매체들의 이상한 행동들… 일본 언론들이 아베 정권의 실책을 눈가림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일본 패싱’이 심화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에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 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상의 섹시 요가업체 출입까지 스캔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아베로서는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4월 21~22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30%로 떨어졌다. 한 달 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이 급속하게 달라지면서 아베 총리가 강력히 추진해온 군사력 증강계획의 근거도 소리 소문 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패싱’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4월 17~18일 급하게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지만 얻은 것도 없이 빈손으로 귀국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 고율관세 제외 요청도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4월 27일 길을 나선 중동 순방도 국면전환용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아베로서는 뼈아픈 칼럼을 실었다.
   
   중소기업청 경영지원부장 출신으로 개혁파 관료로 꼽혔던 칼럼니스트 고가 시게아키가 4월 30일자에 쓴 ‘남북 정상회담에서 아베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는 제목의 글이다. ‘바로 지금이 일본의 위기인 이유’라는 부제가 붙은 이 칼럼에는 일본인도 잘 모르는 일본의 현실이 드러나 있다.
   
   시게아키씨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외교의 아베’는 완전히 실패로 드러났다. 아베로서는 다음 키워드인 ‘경제의 아베’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아베가 내년 소비세 인상에 대비해 거액의 예비비를 계상하는 등 요란을 떨고 있지만 지지율을 의식한, 늘 반복되어온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 눈앞의 주식이나 대기업 이익이 상승했다고 해서 일본 경제의 경쟁력이 회복한 것은 아니다. 아베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대로 가다가는 그에게 최우선 과제인 중국과의 군사확대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몽중몽, 꿈일 뿐이다”며 “가장 두려운 것은 일본의 경쟁력이 초석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일본의 포지셔닝이 얼어붙을 정도로 아주 공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로 지금이 일본이 위기인 3가지 이유
   
   시게아키씨는 일본의 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가 제시한 일본의 현실은 우리가 봐도 충격적이다. 그 첫 번째가 1인당 GDP이다. 2017년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GDP(3만8550달러) 순위는 세계 25위로 추락했다. 1990년대만 해도 최고 3위를 기록했고 계속해서 ‘TOP 10’에 속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아시아·중동 지역에서도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홍콩, 이스라엘에 이어 6위에 불과하다. 전체 GDP는 중국의 40% 수준이다.
   
   두 번째는 신규사업 육성 부족이다. 미·중의 경우 신흥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해서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선진국 3위’를 목표로 내걸고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외치고 나섰지만 사실 공염불로 그친 측면이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7년 비즈니스 환경 랭킹에서 일본은 34위로 35위인 러시아에조차 추격을 받는 위치다. 1위 뉴질랜드, 2위 싱가포르, 3위 덴마크는 말할 것도 없고 4위 한국, 5위 홍콩에도 밀렸다. ‘TOP 5’에 아시아에서만 3개국이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시게아키씨는 “세계 각국이 신규사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일본은 흉내 내기 수준일 뿐이다. 미래를 책임질 기업을 키우지 않는다면 세계와의 격차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인재육성 문제를 꼽고 있다. 그는 “일본 경제의 미래를 점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은 아시아에서도 인재육성 부문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고 적고 있다.
   
   그의 말대로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 2018’에 따르면 일본 도쿄대의 세계 대학 랭킹은 46위이다. 세계 대학 순위는 미·영 대학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치지만 아시아 랭킹을 봐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1위는 싱가포르국립대, 2위 베이징대, 3위가 칭화대이다. 도쿄대는 8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서울대가 9위, 카이스트가 10위에 올라 있다.
   
   그는 “아시아 상위 21개교 중 일본은 2개교뿐이다. 중국은 7개, 한국과 홍콩은 각각 5개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중국, 홍콩의 대학을 추천하는 것이 낫지만 입시수준이 높아 일본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도 어렵다”고 적고 있다.
   
   MBA를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MBA 랭킹 2018’에서 베스트 100에 일본은 한 곳도 없다. 반면 중국은 7개 대학이 포함됐다. 특히 상하이의 ‘중구(中歐)국제공상학원’은 8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대학원 졸업생의 졸업 직후 3년간 평균 연봉은 16만2858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MBA를 졸업해도 아무런 스펙이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 언론에서 이와 관련된 뉴스를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기자들이 아무런 문제의식도 갖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게아키씨는 “일본은 선진국에서 빠지기 직전에 있다”면서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일본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국제수준에 뒤처져 있다면 일본 경제가 위기 상황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일본 예찬이 남발되고 있는 지금, 이런 사태를 국민이 인식하지 못하고, 특히 아베가 그 심각성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최대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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