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함 ⓒphoto gta5-mo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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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함 ⓒphoto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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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대만해협 위기 당시 미국의 해군력에 굴복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또다시 절감한 중국은 1996년부터 2015년 사이 국내총생산의 11%를 국방에 투입하면서 냉전 이후 가장 급격하게 군사력을 키운 국가가 되었다.

그동안 중국이 매진해온 해군 전력의 현대화는 어떤 면에서는 눈부시다. 약체 해군의 건설 시작은 고속정부터였다. 22식 미사일고속정을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무려 60척 이상을 건조했다. 워터제트로 36노트 이상의 속도로 달리고 사정거리 120㎞가 넘는 대함미사일을 8발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스텔스 설계를 적용하여 레이더 탐지율도 낮췄다. 즉 은밀하고 빠르게 기습을 가하고 빠지는 함정을 만듦으로써 최소한 적 수상함(水上艦)을 위협하는 비대칭 전력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은 구축함 전력의 건설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에서 소브레메니급 4척을 도입하는가 하면 051C, 052C, 그리고 054 구축함을

2척씩 건조했다. 그러나 건조 철학은 희미했고, 무기체계도 후진적이었다. 게다가 2000년대 후반에는 본격적인 건조가 없어 중국 해군이 수상함 전력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폭발적인 경제발전에 힘입어 중국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2010년부터 중국은 란저우급(052C형) ‘중국형 이지스’ 구축함 4척을 7년 만에 추가로 양산했고, 2012년부터는 그 개량형인 쿤밍급(052D형) 구축함을 13척이나 진수시켰다. 앞으로 도합 18척을 배치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수상전력으로 장카이Ⅱ급(054A형) 호위함은 지난 1월까지 무려 26척이나 완성했다. 게다가 중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드디어 순양함(중국은 구축함으로 부른다)까지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에 따라 전후방에 도합 128셀 수직미사일 발사관을 장착한 1만t급 055형의 초도함을 지난해 6월 말에 진수했다. 올 4월 말에는 2번함까지 진수했다. 중국은 055형에 레이저 무기를 장착할 계획까지 밝히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배치되면 미국의 줌왈트급 다음으로 큰 수상함이 되어 미국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

중국은 현재 구축함 24척, 호위함 57척, 초계함 29척 등 도합 110척의 주요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보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2020년까지 무려 351척의 함정을 보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99년 만에 최저 수준의 전력으로 추락한 미 해군이 현재 보유한 수상전투함이 280여척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 해군은 355척까지 보유 수를 늘리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건함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덩치를 불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폭발적인 수상함 전력 증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 모든 전력 증강이 바로 항공모함 전력 강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을 한다. 항모 1척을 지키기 위해선 최소한 4척 이상의 수상전투함과 2척 이상의 공격원잠 전력이 필요하다. 중국이 항모 6척의 함대를 만들려면 적어도 24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8척의 공격원잠을 갖춰야만 한다는 얘기다. 기존 쿤밍급으론 대공미사일을 겨우 18발 보유하는 정도여서 그 2배 정도의 미사일을 보유하는 055형으로 보완해야만 한다.

실제 중국은 그동안 항모를 갖기 위해서 모든 국력을 집중했다. 시작은 중국 해군 아버지인 류화칭 제독이었다. 1982년 류화칭이 해군사령원(해참총장)이 된 이후 점차 대양해군화를 추구하며 제1·2도련선까지 발전하는 기초를 만들었다. 특히 류화칭이 1989년 이후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되면서 군내 발언권이 높아지자, 대양해군에 대한 필요성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검토되었다.

사실 중국이 항모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이미 1950년대부터였다. 그 당시에도 양안 관계 때문에 항모의 필요성이 거론되었지만 당시 중국의 국력으로는 항모는커녕 제대로 된 구축함도 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경제개방으로 좋아진 국가재정을 바탕으로 충분히 항모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영국과 접촉하여 항공모함을 건조하려는 시도도 했었다. 국제적 환경도 중국에 유리해졌다. 무엇보다도 붕괴한 소련에서 키예프급 항공모함 등이 고철로 나왔고, 더욱 놀랍게도 최신형 쿠즈네초프급 2번함 ‘바랴그’는 건조하다가 중단된 채 고철매물로 나왔다.

2020년까지 함정 351척 보유 예정

중국 정부는 1998년 홍콩무역사를 통하여 바랴그를 고철로 구매했다. 외양적으론 해상공원을 만들겠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에 있던 바랴그를 가져오는 것이었는데 터키 정부를 간신히 설득하여 2001년 흑해로부터 보스포루스와 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다롄으로 끌고 왔다. 가져온 함선은 약 3분의 2 정도 건조된 상태로 엔진도 장착되지 않은 채였다. 다롄의 건선거(dry dock)에서 2005년부터 대대적인 재건조 과정을 거친 항모는 전투체계와 무장을 자국산 제품으로 탑재하면서 점차 모양을 갖춰나갔다.

랴오닝함은 2011년 8월 첫 해상평가를 시작한 후 약 1년간의 시험평가를 마치고 2012년 9월 25일 취역했다. 그리고 취역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은 11월에 J-15 함상전투기의 첫 이착륙시험에 성공하면서 항공모함으로서의 성능을 과시했다. 2012~2013년까지만 해도 랴오닝은 중국의 첫 항공모함으로 항모 운용의 노하우를 배우는 정도에서 그칠 뿐, 실제 시현하는 전개전력으로서는 한계가 명백했다. 캐터펄트 사출기 없이 스키점프대로 이륙시킴으로써 J-15 페이샤 함상전투기는 폭탄 장착량이 0.5t에 불과하고 작전반경도 120㎞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함정도 작은 편이어서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도 24대에 불과했다. 미국의 항모가 박사라면 중국의 랴오닝은 중학생 수준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중국 최초의 자국산 항모가 바로 001A형(산둥함)이다. 001A형은 지난해 4월 27일 진수되었는데, 무려 1년여 이상의 내장공사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해상운용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운용시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랴오닝만 해도 2012년 취역 이후 무려 4년간 운용시험을 반복하다가 2016년 11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작전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001A형이 지금 당장 운용시험에 나선다고 해도 이르면 2020년이 되어서야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001형(랴오닝)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 001A형이다. 즉 성능이 001형에 비하여 비약적으로 개량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001A형은 전체길이가 10m 정도 길어지고,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 숫자가 전투기는 4대, 헬기는 8대 정도 추가된 수준이다. 여전히 캐터펄트 사출장치가 없이 스키점프대로 이륙한다. 다만 스키점프대의 각도가 낮아져서 전투기의 폭장량이 약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전투기는 30대 미만을 실을 수 있고, 고정익의 조기경보기는 탑재할 수 없다. 미국이 보유한 항모가 70~80대의 항공기를 탑재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4척 더 건조 예정, 003형에서 핵추진항모

그러나 001A형만으로 중국의 항모 전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국은 앞으로도 추가로 4척의 항모를 더 건조할 예정이다. 002형에선 전자식 캐터펄트를 탑재, 전투기 능력을 최대로 높이고 크기를 키워 전투기를 40대 이상 탑재하고 조기경보기도 헬기 대신 터보프롭 항공기로 대체한다는 복안이다. 이후 등장할 003형에선 핵추진항모를 만들어 미 해군의 신형 포드급 항모와 대적할 만한 항모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국력이 커지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해군력이 여전히 국제정치의 중요한 강압수단인 지금, 항모는 국가의 힘이다. 미국이 11척의 항모 보유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바로 그런 힘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지고 착실히 힘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여태까지 중국이 보여온 약탈적인 행태다. 국제법에서 인정될 수 없는 9단선을 주장하거나, 이를 막무가내로 실현하기 위해 인공섬을 군사기지화하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제 집 드나들듯이 휘젓고 있다. 특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왔던 중국의 전략문화를 생각한다면, 중국 해군력의 부상이 동북아와 태평양을 넘어 전 세계에 일으킬 파장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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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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