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photo 뉴시스

6·13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여권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내각과 청와대 조직 개편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고 하면서 이런 관측은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이 총리는 유럽 순방 중이던 지난 5월 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장관들에 대한 지난 1년간의 평가를 마쳤다”며 “부분 개각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기초적인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개각 규모가 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몇 가지 현안에 새로운 방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면 제한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며 “교체 자체로 국면을 전환한다는 식의 접근은 하고 있지 않으며 인사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활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도 했다.

일부 기자들이 ‘법무·국방·환경·여성가족부가 부처 평가에서 꼴찌’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질문했지만 이 총리는 “꼭 정확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개각 시기에 관한 질문에 “선거 기간에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해 6월 13일 지방선거가 지나고 나야 변동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취임 1년을 맞은 이 총리의 여러 가지 소회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가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지방선거 이후 개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영록 전 장관의 전남지사 출마로 농림수산식품부가 공석인 것이 직접적 요인이다. 거기에 업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장관들 일부도 같이 교체할 수 있다는 예측이 여권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북한 문제는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끌어가고 있지만 내치에 있어서는 일부 비판을 받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이 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선 중소 규모라도 개각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경제·국방·법무·교육 교체 여부 관건

관건은 경제·국방·법무·교육 등 핵심 분야 장관의 교체 여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대응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충돌하면서 청와대의 ‘엄중 주의’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대학입시 문제 등으로 민주당 의원들과도 마찰을 빚었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업무평가 성적과 함께 그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관들에 대해선 청와대가 교체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부처 장관을 쉽게 교체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청와대로서는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굳이 개각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바꿀 사람은 바꿔야 한다”며 “이 총리가 부분 개각까지 언급한 만큼 지방선거가 끝나면 새로운 인물들이 입각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 같다”고 했다.

당 대표 도전설이 흘러나오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또한 개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장관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각 대구시장과 부산시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장관직 수행에 전념했다. 하지만 8월 전당대회에선 두 사람 모두 당대표 경선에 도전할 핵심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여권의 주류인 친문 진영과 비문 진영에서 모두 두 장관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한 친문 성향 중진 의원은 “친문 의원들도 당대표 경선에 나서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지만 친문 진영 일각에선 균형감 있게 당청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온건 성향의 김부겸·김영춘 장관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에서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두 장관으로서도 이번 당대표 경선을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 40여개 중 5곳 공석

개각과 함께 정치권의 관심을 끄는 건 청와대 비서실 개편 가능성이다. 청와대에는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인해 비서관 자리 40여개 중 5곳 이상이 비어 있다. 새로운 인력 충원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전반적인 조직 개편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비서실 직원들에 대한 업무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수석급 인사의 개편이 이뤄질 것인가에 있다. 야당은 인사 검증 부실 논란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을 문제 삼으면서 조국 민정수석 교체를 요구해왔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4월 “지난 1년간 계속되는 인사 검증 실패로 국정에 굉장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사퇴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계속 감싸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같은 달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홍장표 경제수석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 수석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꼽히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이끌고 있다. 홍 대표는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 수석은 현재 경제파탄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청년실업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해임돼야 한다”면서 “김동연 부총리는 경제관료라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잘못된 정책을 드라이브 거는 것은 좌파경제학자인 홍장표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비판이 집중되는 일부 수석을 교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한번 믿고 쓴 사람은 계속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있는 데다,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고 인사를 하면 정부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수석급 교체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물론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안팎에서 여러 가지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문 대통령도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굳이 인사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는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급에서는 상당한 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비어 있는 자리가 적지 않은 데다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당에서 역할을 하며 지역구 관리에 신경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내각 인사와 청와대 고위직 인사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큰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지방선거 이후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내부 인사 문제로 잡음이 불거지면 뜻밖에 큰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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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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