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손을 치켜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3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손을 치켜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31일 서울역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두 번째) 출정식에서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손을 치켜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31일 서울역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두 번째) 출정식에서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손을 치켜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선거 이후 정계 개편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기존 예상대로 여당이 승리를 하게 될 경우 야권이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변화도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선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성적표가 야권 정계 개편의 흐름과 폭을 결정하게 된다.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수성(守城)과 함께 부산·울산·경남 또는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1~2명의 광역단체장을 배출한다면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야권 재편의 키를 쥐게 된다. 그러나 대구·경북에서만 승리하거나 또는 그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면 한국당에 대한 보수 진영의 이탈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2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도 중요하다. 지난 6월 1~3일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센터·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재보궐선거 12개 지역 중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개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천에서도 한국당 후보에 비해 무소속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 진영에선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한국당이 2~3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욱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야권의 주도권 누가 쥐나

서울시장 선거 결과도 관건이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2위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연일 단일화 여부와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 중 누군가가 당선된다면 당연히 야권 재편은 해당 후보가 이끌게 된다.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던 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한국당 세력을 포함한 중도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김 후보가 승리해도 홍준표 대표와 함께 보수를 이끄는 간판으로 우뚝 서게 된다.

하지만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경우 두 후보는 2위 자리를 놓고 득표율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안 후보가 3위에 그친다면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의 길은 험난해진다. 김 후보가 3위에 그치면서 한국당의 전국 선거 성적도 신통치 않다면 비록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했어도 안 후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의 단일화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견이 크다. 안 후보는 6월 6일 유세를 하면서 “누가 박원순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런 후보에게 대승적 양보를 하는 것이 절반이 넘는 서울 시민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며 “지금 지지율도 제가 높게 나오고 있고, 제가 서울 시민의 염원을 담을 수 있는 후보”라고 했다. 김 후보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안 하는 거냐, 절대 없는 거냐라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 독주를 막고, 박원순 시장 7년 실정에 대해 모두가 힘을 합쳐 심판해 끝을 내줘야 한다는 간절함이 같다고 해도 구체적인 사항들이 어느 정도 맞아야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부의 분열 양상도 야권 재편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한국당에선 일부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 유세도 거부해가며 ‘친홍’과 ‘반홍’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선 공천 과정에서 심각한 감정싸움을 경험한 안철수 후보 측과 유승민 공동대표 측도 향후 공존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은 “6·13 선거 이후 야권 재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규모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는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중진 의원은 “이른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감정적 대립의 골은 창당 이후 가장 깊게 파여 있는 상황”이라며 “선거에서 경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내분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큰 패배를 당하게 될 경우, 보수 진영을 이끌 수 있는 새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문제는 보수 진영에서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줄 만한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만약에 선거에 크게 진다고 해도 새로운 사람들이 중심이 된 보수 재건 과정은 2020년 총선이 다가오는 2019년 하반기에나 본격화되지 않겠냐”고 했다.

민평당, 민주당에 흡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치권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여당이 6·13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민주평화당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이 중심이 된 민평당이 호남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참패할 경우 중앙과 지역에서 호남 민심은 더욱 민주당으로 쏠리게 된다. 일부 민평당 의원들도 지역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민평당의 선거 성적이 좋다면 그런 우려는 한결 줄어들게 된다.

민평당과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의당은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당의 대안정당”이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민평당은 물론 바른미래당에 소속된 국민의당 출신 의원 일부도 선거 이후 민주당과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에선 민평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중에서 소장파 호남 의원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민평당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실제 선거에선 호남 지역을 조직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민평당이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선거 이후 당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와 내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대책본부장인 이춘석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가 항상 선거 결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낙관은 금물이며 선거 마지막날까지 절실하고 겸손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은 “얼마나 확실한 승리를 거두느냐의 문제만 남은 상황”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더 확실한 개혁 동력을 얻게 될 것”이란 말을 하고 있다. ‘미니총선’으로 일컬어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여기서 압도적 승리를 하고 정계 개편이 이어질 경우, 현재 6석 차이인 원내 2당 한국당과 더 큰 의석 수 차로 원내 1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나친 기대는 피해야 하지만 상황이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국회 과반에 근접하는 의석 수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 중반기 국정 운영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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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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