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이슈] ‘核 있는 평화’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정치
[2517호] 2018.07.23
관련 연재물

[이슈]‘核 있는 평화’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지난 7월 6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앞에서부터 네 번째)과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오른쪽 앞에서부터 세 번째)이 평양에서 회담하고 있다. photo 미국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동아태 차관보는 한때 ‘김정힐(Kim Jong Hill)’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 이유는 힐 전 차관보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수석대표를 지내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북 협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양보만 했다는 비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및 10·3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해 2008년 2월 미국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을 주선하기도 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대결에서 화해로 180도 바꿔놨다”면서 힐 전 차관보의 협상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북한에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다. 그는 2014년 발간한 회고록 ‘전초기지: 미국 외교 최전방의 삶’에서 “냉각탑 폭파 아이디어를 내가 처음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제시했다”면서 “김 부상에게 폭파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고, 또 그것이 비핵화 여정에 대한 의구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를 통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얻어냈다.
   
▲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 크리스토퍼 힐과 북한 대표 김계관. photo 조선일보

   ‘김정힐’이 강경파가 된 이유
   
   힐과 김계관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핵 신고, 핵 검증 등 주요 고비마다 평양과 워싱턴, 베이징, 베를린, 제네바, 싱가포르 등을 옮겨다니며 3년간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8년 12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험악한 설전을 벌이면서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2008년 10월 ‘과학적 방법으로 핵 사찰을 한다’는 합의의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힐은 과학적 방법에 시료 채취가 포함된다고 해석했고 김계관은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료 채취는 핵능력을 정확히 산출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북한이 반대해왔다. 김계관은 “당신은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고, 힐은 “이런 식으로 막말해도 되냐”고 따졌다. 결국 북한은 검증의정서 초안에 합의할 수 없다면서 회담장을 나가버렸고, 비핵화 협상은 깨졌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은 2011년 회고록 ‘나의 시대’에서 “2007년 2·13 합의, 10·3 합의 등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힐 차관보는 김정일과 김계관에게 속은 정도가 아니라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힐은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넌지시 중국 대표에게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끈질기게 대북 협상을 추진하며 김계관과 수시로 무릎을 맞댄 힐도 역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에 뒤통수를 세게 맞았던 힐은 10년이 지난 현재 북한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는 강경파가 됐다. 그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성과가 없는 대화라고 지적해왔다. 그는 “판문점선언은 과거 선언들을 반복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과거 선언에서 많은 걸 복사해 붙여넣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비핵화 의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매우 모호하고 일반적이며 어떤 의미도 없다”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비핵화 합의에 시간표가 빠졌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과 가장 오랜 기간 협상했던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합의할 가능성에 맥주 한 잔 값도 걸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간은 없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드라마의 끝
   
   미국 조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7월 6~7일 3차 방북 이후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지만 비핵화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하자 미국 의회는 물론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거대한 드라마였던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미·북 간 허니문은 끝났다”면서 “미·북 간의 협상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우며 오래 계속될 과정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해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텅 빈 약속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시간을 끄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방식이며,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도 이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 것인지 진정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를 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에 앞서 힐 전 차관보와 만나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 신고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상당한 준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힐 전 차관보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2008년 협상 당시 북한으로부터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 등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담긴 신고서를 전달받긴 했으나, 완전하지 않았고 검증 의정서 또한 부족해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와 국제기준에 맞는 검증 의정서를 받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런 조언대로 북한에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및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폐기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및 보관시설, 생화학무기 관련 시설, 탄도미사일 시험장 등을 전면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 부장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과 체제 보장 및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등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지 못한 채 친서만 전달받았다. 특히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며 “왜냐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무엇을 성취할 필요가 있는지 만장일치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폼페이오의 의심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애초부터 북한의 비핵화에 내심으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이 개인적으론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지를 의심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참모들에게 “북한과의 협상이 실패할 것이 뻔하다면 빨리 그렇게 돼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이란 ‘최대의 압박’ 작전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적어도 2명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설득하는 임무는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에 처해 있다는 얘길 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핵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도 힐 전 차관보와 비슷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리비어 전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비핵화 회의론자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면서 비꼬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단기적으로 실현시키기 어려운 만큼 ‘플랜 B’를 추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들어 신속한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11일 나토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핵무기가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위협이 된다는 근본적인 전략적 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수십 년간에 걸친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한두 번의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사실상 기대 수준을 낮추려는 것이다. 기존에 언급했던 북한의 비핵화 시한인 2년이나 2년 반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월 17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면담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는 시간 제한(time limit)도, 속도 제한(speed limit)도 없다”면서 “프로세스를 밟아갈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칠면조 요리론’을 꺼내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면서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빅뱅식 일괄타결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을 일부 수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아예 장기전까지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photo 미국 백악관

   트럼프 플랜 B의 위험성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할 ‘플랜 B’는 무엇이 될 것인가.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천착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격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아주 멋진 편지. 아주 위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미국 언론들은 김정은이 이 친서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9개월간 미사일 실험도, 핵실험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비롯해 미군 유해 송환 및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약속 등을 성과라고 자랑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한 자신의 결단이 “3000만, 4000만, 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던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색을 내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4일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평화를 보길 원한다”면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없애고 있고, 실제로 전쟁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들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내놓을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에 동의하면서 북한으로부터 핵탄두나 핵물질, ICBM 일부를 폐기 또는 반출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조치를 얻어내는 것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20%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중요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만큼, ‘평화’를 앞세우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수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연내 종전 선언을 목표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집요한 설득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분적인 비핵화’라는 북한과의 불완전한 합의를 해놓고 승리라고 포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합의는 말 그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미국 일각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문제 평론가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리처드 소콜스키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트럼프는 핵보유국인 북한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Trump should learn to live with a nuclear North Korea)’는 제목의 글(7월 11일자)에서 “트럼프 정부가 CVID 대신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공존을 모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화협정 체결, 관계정상화, 대다수 비핵화 목표 실현, 북한의 군사위협 감축, 북한의 세계경제 편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미국과 세계가 북한의 핵보유라는 개념과 타협할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북한의 대량파괴무기를 없애기 위한 군사공격 △북한 봉쇄정책 또는 최대 압박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중국의 위협에 대응 등 3가지 옵션만 남았다”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해도 한반도에 평화가 가능할 것인가.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민족의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런 선의(善意)를 100% 신뢰한다고 해도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면 한국의 안보는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핵보유국의 위협에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할 순 없기 때문이다. ‘북핵 평화론’이나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는 한국의 입장에선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북한의 핵을 머리 위에 이고 ‘가짜 평화’ 속에서 북한의 의도대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가 “평화가 길이다”라고 말했지만 평화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비핵화여야만 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지호의 정안세론
  • 강인선의 트럼프 연구
  • 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 박승준의 차이나 인사이드
  • 이덕환의 세상 읽기
  • 김형자의 과학 이야기
  • 권석하의 런던 통신
  • 박흥진의 헐리우드 통신
  • 박종선의 지금 이 책
  • 민학수의 all that golf
기업소식
책 주책이야
네이버 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