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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9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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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북한은 보물선이 아니다

남북경협이 아직 장밋빛 환상인 이유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 전경. photo 뉴시스
북한에선 햄버거를 ‘고기겹빵’으로,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을 ‘감자튀기’라고 부른다.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10월 노동당 간부들에게 “고기겹빵과 감자튀기를 생산해 공급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북한 업체들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자, 김 위원장은 일본인 전속 요리사인 후지모토 겐지에게 중국 베이징에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가서 맥도날드 대표 메뉴인 ‘빅맥’을 사오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후 북한은 2008년 맥도날드에 평양 진출을 타진했다. 당시 맥도날드는 이런 제의를 놓고 검토한 결과, 초기 투자비용으로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데다 투자를 해도 통신 등 인프라와 유통 및 고객 확보 등 성장할 만한 기본적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맥도날드의 평양 진출 가능성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지만, 맥도날드의 입장은 과거와 마찬가지였다. 맥도날드는 “북한 진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도 북한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카콜라,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켈로그 등도 북한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업들 “북한 진출 계획 없다”
   
   미국 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이행할 경우 반대급부로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자국 민간 자본의 투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민간 기업들이 희망할 경우 북한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마뜩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외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 등 서방 기업이나 사업가들이 투자할 수 있는 각종 법률과 분쟁 해결제도, 보험, 임금지급, 송금체제 등이 미비하다. 도로, 철도, 통신, 전기와 가스, 상하수도 등 인프라는 극히 열악하다. 또 모든 금융과 보험체제를 국가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상업은행이나 보험회사도 없다. 이런 후진적인 금융체제를 정비하지 않을 경우 입출금은 물론 송금조차 할 수 없다. 브라이언 백슨 전 세계은행(WB) 북한담당관은 “미국 기업들이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수준의 투자처로 보지 않는 만큼 비핵화 이행 이후에도 미국이 북한 경제에 주요 일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 기업들은 말 그대로 북한을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곳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았는데도 북한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하는 등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보면 한반도를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3축의 H자 형태로 개발해 한반도 및 동북아에 새로운 경제권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동쪽으론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선을 개발한 뒤 한국의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한다. 서쪽은 수도권~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만든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망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면서 남북경협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덩달아 남북경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남북경협 속도 경고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남북경협만을 앞세울 경우 자칫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비핵화가 남북경협의 대전제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풀릴 수 없고 남북경협의 진전도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완료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2일 의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을 특정해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행정명령은 북한 정부와 노동당, 주요 인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 금지와 광물 거래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7월 23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함께 17쪽 분량의 ‘북한 제재 및 단속 조치 주의보’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주의보를 통해 북한 노동자 파견이 이뤄진 중국·러시아·싱가포르·알제리 등 42개국과 거래를 피해야 할 북한 관련 239개 합작기업 명단도 공개했으며, 대북제재를 위반한 개인과 기관은 미국 정부의 처벌을 받는다는 점도 명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2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의 시한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인 2021년 1월이라고 못 박으면서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를 강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의 카운터 파트너가 아닌데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 준수를 당부했다. 심지어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은 7월 26일 한국에서 남북경협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경협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코레일, KT, 포스코, 코오롱, 한라와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남북경협 기업 관계자 15명이 참석했다. 램버트 대행은 “한국 기업들이 무리하게 대북사업을 추진하다가 제재를 위반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할 위험이 있는 만큼, 미국의 대북제재가 풀릴 때까지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램버트 대행은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이행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한다는 것이 미국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도 남북경협의 과속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한국 정치권과 일부 기업들이 제기하고 있는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부적절하다”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때까지 모든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위원장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의원도 “철도와 도로, 삼림 등 남북한의 경협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와 유엔 제재 완화를 충족할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에 지나친 열정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깜깜한 북한 경제 통계
   
   또 다른 문제는 남북경협은 물론 미국 등 각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금 수요 규모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통일금융 보고서’에서 북한 인프라 개발에 철도 773억달러, 도로 374억달러 등 총 14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북한 철도망을 현대화하려면 최대 30년이 걸리고 16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추정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북한 경제특구 개발, 에너지 교육 등 인프라 투자에 연간 27조원, 10년간 270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씨티그룹은 북한의 철도, 도로, 공항, 항만, 발전소 등 운송·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631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엄청난 자금을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조달할 수는 없고, 민간 기업들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비용 조달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제사회의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지원하기 위해선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야만 한다. 그런데 북한은 기술 지원과 자금에만 관심을 보여왔을 뿐 지금까지 외환보유액, 국민소득, 무역액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통계를 비롯해 IMF가 요구하는 조건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도로를 달리는 차량 숫자를 비롯해 북한 경제에 관한 통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해온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통계도 추정에 근거한 것이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경제 통계는 최고인민회의가 아주 제한적으로 발표하는 국가 예산 증액 비율 정도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투명성 부족으로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IMF 가입을 원한다면 북한 경제의 정확한 상황과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물론 김 위원장은 우선적으로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등 비핵화를 이행해야만 한다.
   
▲ 작년 1월 김정숙평양제사공장 내 이불 생산공정을 현지 지도 중인 김정은. photo 뉴시스

   글로벌 스탠더드 통하지 않는 국가
   
   남북경협과 관련해 또 다른 문제점은 ‘한국은 기술, 북한은 자원과 노동력’이라는 패러다임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같은 단순한 협력 단계에선 문제될 게 없지만, 남북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북한의 싼 임금을 이용해 제품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순순히 한국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될 리도 없다. 남북경협은 기회보다 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북한의 정치와 군사 등 다방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면밀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게다가 북한의 노동·조세·토지 등의 제도와 규정이 한국과는 너무나 다르다. 북한의 ‘북남경제협력법’ ‘외국인투자법’ ‘외국인투자기업노동법’ 등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외국 투자기업의 경우 북한 노동자를 우선 채용해야 하는데 이들의 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6일제로 48시간을 원칙으로 한다.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도 없다.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이나 정년에 도달하기 전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의 사유 없이 다른 부서로 전출시킬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은 지금까지 폐쇄형 국가 체제를 무려 70년간 유지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의 가장 큰 환상은 북한에는 방대한 지하자원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6년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를 3200조원으로 추산했다. 북한자원연구소는 2014년 6500조원이라는 추정치를 내놨고, 현대경제연구원은 2011년 보고서에서 6984조원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량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북한은 1988년 ‘조선지리전서’를 발간한 이후 최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하자원을 국가 자산으로 규정하고, 통계자료를 대외비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는 각 연구기관 나름의 잣대로 추정한 것이다. 잠재가치는 지하에 부존하는 모든 광석을 평가시점의 시장가격으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경제가치는 아니다. 예를 들면 개발여건(매장량·품위·인프라 등)이 좋은 개별 광산은 잠재가치뿐 아니라 실제가치도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개발여건이 좋지 않아 실제가치는 낮아도 같은 종류의 여러 광산을 합하면 매장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실제가치에 비해 잠재가치가 높게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의 지하자원을 무조건 ‘노다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잠재가치가 실제로 정확하다면 북한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 당국이 지하자원 매장량을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 지하자원에 대해 한국은 물론 외국의 어떤 기업이나 기관들도 정밀 조사를 한 적이 없다. 때문에 북한 지하자원 매장량이 의외로 적을 수도 있다. 또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한다고 해도 채산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기, 철도, 도로 등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를 고려하면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전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766만㎾로 한국의 7.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산을 운영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철광석과 석탄 등 일부 지하자원의 품위 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을 함유하는 광물로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제철원료로는 품위(Fe 60% 이상)가 높은 적철광을 사용한다. 북한의 철광석들은 대체로 철 함유량이 30∼35%로 낮은 자철광이다. 석탄의 경우도 한국으로 수입되는 광물자원의 39.4%를 차지하는 유연탄이 북한에선 생산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이 그렇게 엄청나게 풍부하다면 중국이 싹쓸이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체 740여개의 북한 광산 가운데 중국이 진출한 곳은 20개이고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광산은 7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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