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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21호] 2018.08.20

문 대통령 ‘우클릭’ 뒤엔 윤종원 수석?

김대현  기자 

▲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소득주도 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바뀐 것은 6·13 지방선거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진단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표면적 변화로는 지난 6월 소득주도 성장이론의 근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홍장표 경제수석의 전격 교체가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정책의 변화에 대해 말을 아끼며 “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평가를 애써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보수진영의 프레임’으로 치부하는 기류도 상당하다.
   
   홍 전 수석을 대신해 그 자리에 기용된 윤종원 경제수석은 지난 2012년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를 거쳐 최근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로 재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거시정책 전문가인 그가 청와대에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시각에서 경제운용 방향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관측은 실제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윤 수석이 기용되고 난 직후 여당과 청와대에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용어의 사용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은 지난 7월 중순 집권당 내부 인사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정 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포용적 성장을 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성장의 포용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말 대신 포용적 성장이 나왔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걷고 있는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들과 국제기구가 함께 동의하는 새로운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3개월간 추진해온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은 모두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중점 사항이었다. 그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졌고 실업자 수도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집권세력은 슬그머니 포용적 성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하려 한다는 뒷말이 나왔다.
   
   정책 선회의 중심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 수석은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기회를 주고 성장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이른바 포용적 성장론이 국제사회 주요 기류로 등장하던 2012년부터 IMF와 OECD 등의 국제기구에 몸담아왔다. 이런 까닭에 그는 국내에서 누구보다 포용적 성장의 의미와 방향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돼왔다.
   
   윤 수석의 청와대 입성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의 모호성과 부작용 논란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모색해왔는데, 새 경제정책을 이끌 인물을 찾던 중 정태호 현 일자리수석을 통해 윤종원 OECD 대사가 경제수석으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에서 정책통으로 불리는 정태호 수석은 지난해 대선에서 정책을 만드는 싱크탱크의 실무를 맡았고 최근까지 청와대에서 정책기획비서관을 맡아 일한 바 있다. 정 수석은 청와대 내 신(新)실세 중 한 명으로 언론에 거론되기도 했다. 윤종원 수석과는 인창고와 서울대 3년 선후배 관계로 개인적 인연이 있다.
   
   관료의 기용을 기피해온 청와대가 경제관료 출신의 윤 수석을 전격 발탁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 수석과 인연이 있는 국책 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에 발맞춰 윤종원 수석은 사전에 여권 주요 인사들과 교감을 나누고 새 경제정책의 틀을 마련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ECD 대사로 재직할 당시 노동이나 교육 분야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해온 윤 수석은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 국내 언론에 소개된 칼럼에서 포용적 성장을 자주 거론해온 바 있다.
   
   최근 청와대는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기업 관련 규제안건이 청와대에 보고될 경우 수위를 조절하는 이른바 ‘톤 다운’을 요구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윤종원 경제수석에게힘을 실어주며 기존 소득주도 성장 때와는 사뭇 다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수석실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홍장표 수석의 경우 외부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으나 윤종원 수석은 외부 접촉면이 넓다는 게 특징이다. 내부 회의 때는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규제완화 등의 아이디어를 강하게 어필한다. 청와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튄다’는 지적이 나오면 미운털이 박힐 수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윤 수석 등장 이후 나타난 대표적 변화가 바로 은산분리 완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을 제한하는 은산분리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은산분리법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양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그도 그럴 것이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도입된 법이라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윤종원 수석은 이번에 청와대에 입성하고 나서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과 함께 관련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제팀은 앞으로도 매달 한 차례씩 테마를 정해 일종의 ‘규제 뽀개기(혁파)’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빅데이터, 공유경제, 블록체인기술 등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한다.
   
   경제학계에서는 청와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치고 나온 것에 대해 긍정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관전평을 들어보자. “명분과 실리를 두고 내부 투쟁이 벌어지다가 최근 들어 실리에 무게가 실리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주로 명분론에 치중하는데, 경제는 도덕적 우위나 명분으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글로벌한 시각을 가진 윤종원 수석이 이런 주장들을 조금 눌러줄 필요가 있다. 국제기구 경험이 있는 경제 전문가의 경우 비교 국가적 관점에 입각해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정책을 고수하기 마련이다.”
   
   문 대통령이 윤 수석을 대면한 자리에서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잘 해달라”고 주문했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 말은 경제수석의 ‘맨파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불협화음을 보여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에서 완충지대가 되어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윤 수석이 과연 시민단체 출신의 장 실장과 일각에서 “자기 정치만 의식한다”는 비판을 받는 김 부총리 사이에서 조율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문제다. 하지만 이런 숙제를 잘 해결한다면 차기 경제부총리에 기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는 청와대와 정부·여당 전체의 움직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경제수석 한 사람의 교체가 가져온 결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수석과 인연이 있는 일부 경제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랬다. “윤 수석은 거시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관료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봐야 한다. 청와대의 변화된 입장을 담아내고 부처를 강하게 이끌 적임자로 윤 수석을 점찍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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