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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21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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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국방개혁의 유일한 성과’는 워리어플랫폼?

육군 전사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진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 워리어플랫폼으로 달라질 육군 보병의 장비들. 대표적으로 해외 특수부대에서 유행하는 하이컷 헬멧에 야시경, 피아식별장치, 전자식 청력보호 헤드셋 등이 장착된다. 소총에는 무배율 조준경이 장착돼 명중률을 높인다. 워리어플랫폼이 완성되면 개인 전투원들의 기본군장 무게가 10㎏ 이상 늘어난다. photo 육군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은 그다지 실체 없는 정책에 불과했다. 발표된 내용 중에 국민들에게 실체감 있게 와닿은 것은 아마도 병역기간 3개월 단축 정도일 것이다. 애초에 예정된 병력감축에 더하여 병역기간 단축까지 더해지다 보니 병력이 너무나 급격히 감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의무복무 병사들의 숙련도이다. 일병의 3개월과 병장의 3개월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꺼내드는 포퓰리즘적인 병역정책으로 인해 병력의 질적 수준 유지가 어려운 지점에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개혁으로 강한 군대와 책임 있는 안보를 이룩하겠다더니 책임은 사라지고 군대는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정책과는 달리 실질적인 체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분야도 있다. 바로 육군이다. 육군은 특히 최근에 ‘워리어플랫폼’의 보급을 선언하고 공격적인 획득전략을 펼치고 있다. 도대체 워리어플랫폼이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육군의 새로운 개혁 방향을 이해해야 한다.
   
   육군은 국방부든 합참이든 3군 가운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국방부는 주요 실국장과 과장들이 육군이나 육군 출신으로 ‘육방부’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국방부 주요 보직을 육군 출신들이 차지했음에도 정작 육군의 전력증강은 한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육군의 대규모 사업은 기갑전력 증강이나 유도탄 확보 등 굵직한 것들 위주로 실시되었지만 실전의 핵인 보병의 능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미약했기 때문이다. ‘창끝대대’를 만들어 전투력을 높이겠다는 시도도 있었으나 이 또한 실질적인 전력증강보다는 무기체계 획득으로 변질되어갔다.
   
   이 때문인지 육군 내부의 불만은 상당했다. 육군은 해군처럼 단합된 목소리로 이지스구축함을 획득하고 핵추진잠수함의 건조를 추진하지도 못했다. 공군처럼 스텔스기나 장거리타격 순항미사일을 도입하면서 여론의 환호도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윤 일병’ ‘임 병장’ 사건 등 병영 내부의 문제가 불거져 비난을 자초했고 K11복합소총·수리온헬기 등 급하게 개발해온 무기체계의 문제 등도 불거졌다. 이러한 문제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만 하는 상황을 맞았음에도 정권 차원에서 추동력을 받지 못했다.
   
   더군다나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자 육군, 특히 육사 출신 지휘관들은 하루아침에 적폐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사실 국방개혁에서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육군이다. 국방개혁으로 줄어드는 장군 수도 대부분 육군에서 나오도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육군이야말로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맞아 육군은 문제를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작년 8월 취임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취임 이래 5대 게임체인저라는 굵직한 화두를 던지면서 선제적 개혁방안을 마련했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국방개혁 2.0의 주요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특히 육군이 새롭게 내세운 기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무적의 전사공동체’라는 개념이었다. 이는 다시 하드웨어적 대비와 소프트웨어적 대비로 나뉘는데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은 ‘전사기질’이다. 전사로서의 기질과 군사적 전문성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실질적 행동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으로, 육군은 그간 준비한 전사기질을 곧 병사들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육군이 새롭게 내세운 기치 중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것이 5대 게임체인저다. ‘전시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국방개혁 추진의 주체가 되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탐구하여 미래전을 준비하자’는 것이 골자다.
   
   
   5대 게임체인저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육군의 5대 게임체인저는 꽤나 과감한 전환이었다. 개전과 동시에 미사일 전력으로 적 WMD를 파괴하고, 정권지도부에 타격을 입히며, 특수임무여단으로 지휘부를 교란·파괴하며, 전략기동군단으로 적 종심을 향한 결정적 기동작전을 수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드론봇전투단을 채용해 정보감시정찰은 물론 제한적으로나마 전투까지 수행하며, 워리어플랫폼으로 보병의 능력을 수배 이상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 중 미사일전력, 전략기동군단, 특수임무여단에 관련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정권의 코드와 맞지 않아서인지 한계를 맞고 있다. 드론봇전투단도 최신 기술과 유행을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코드에는 맞을지 몰라도, 국내 드론산업의 한계로 당장 군이 필요한 무기체계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딱 하나 남은 것이 워리어플랫폼이다. 워리어플랫폼이란 말 그대로 전사(戰士), 즉 장병을 ‘전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고, 여기에 첨단 보병장비들을 결합시키겠다는 것이다. 항공기와 선박을 각각 플랫폼으로 삼는 공군·해군과 비교하여 병사야말로 소중한 플랫폼이라는 육군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특히 현대 전쟁에서는 전투원이 사망하면 그것이 곧바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투 시에도 병사의 생존성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특히 인구감소로 자식들이 과거보다 소중해진 현실에서, 의무복무를 하기 위해 군에 들어온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는 더더욱 전투원의 사망은 감내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워리어플랫폼은 지금 당장 세계적 수준으로 봐도 손색없을 보병 장비를 전군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적 수준이라고 함은 바로 미군을 의미한다.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 등을 통하여 전투원의 생명을 보호하고 전투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비를 채택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둔 미군과 비교하여 손색없는 시스템을 지급하겠다는 말이다.
   
   
▲ UAE로 파병되는 아크부대에 적용된 워리어플랫폼. photo 뉴시스

   보병 장비류 미군 수준으로
   
   워리어플랫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병이 착용하는 모든 옷과 장구 및 장비류를 가리킨다. 현재까지 파악되는 항목은 전투피복 10종, 전투장구 10종, 전투장비 13종으로 모두 33개종이다. 전투피복은 전투복, 전투화, 방상 내·외피, 내의류, 기능성 방한복, 장갑 등을 가리킨다. 이것도 과거 군복무를 했던 남자들이 기억하는 겨울용 ‘야상’과 ‘깔깔이’ 수준이 아니다. 마치 최신 아웃도어 의류처럼 최첨단 소재에 레이어링 개념을 적용하여 혹서기부터 혹한기까지 사계절을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내의류는 항균이나 땀 흡수, 빠른 건조가 가능한 속옷으로, 전투의류는 활동성이나 내구성을 보장하면서 난연·방충 등의 기능까지 제공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미드레이어는 플리스처럼 보온·방풍 등이 가능한 옷으로 꾸며진다. 아웃레이어는 방수·방풍 등의 기능을 갖춘 파카와 같은 외의로 구성된다. 한마디로 노스페이스나 아크테릭스 같은 첨단 아웃도어 제품을 군복으로 활용하겠단 말이다.
   
   전투장구류도 비약적으로 향상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한국전쟁 이후 줄곧 ‘X반도’를 사용해오다가 최근에서야 ‘전술조끼’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헬멧도 구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최근 해외 특수부대에서 유행하는 하이컷(귀의 위쪽으로 방탄 범위를 최소화한 디자인) 방식을 채용하여 경량화를 추구했다. 헬멧에는 각종 벨크로와 레일을 장착하여 야시경, 피아식별장치, 전자식 청력보호 헤드셋 등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방탄조끼는 전술조끼와 일체형으로 만들었고, AK-47 소총탄과 철갑탄까지 막을 수 있는 방탄플레이트를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방탄복도 위협 형태에 따라서 방탄플레이트와 방탄 소프트패널을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전투 시에 파편 등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전투용 안경도 지급된다.
   
   전투장비류는 미국의 특수부대 수준으로 올라간다. 가늠자·가늠쇠 조준정렬 없이 빨간 조준점 하나만 겨누면 곧바로 사격이 가능한 ‘무배율 조준경’은 소총마다 장착된다. 거리가 멀어지면 당겨서 볼 수 있도록 확대경도 추가로 장착된다. 총기의 성격에 따라서 장거리 교전이 필요하면 망원조준경이 지급될 예정이다. 총기의 소음을 낮추고 야간에 화염을 줄임으로써 은밀히 적을 제거할 수 있도록 소음기도 지급된다. 전투 시의 총소리나 폭발음으로부터 귀를 지키기 위해 전자식으로 큰 소리는 차단하고 낮은 소리는 증폭시키는 청력보호 헤드셋도 지급된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오직 야시경으로만 확인이 가능한 적외선 피아식별라이트도 지급된다. 탄창은 기존의 쇠 대신 플라스틱 제품을 지급해 가볍고 내구성을 높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장기적으로는 야간투시경을 전군에 지급하고 통신장비도 개인마다 지급할 예정이다. 개인 화기도 현재 사용 중인 K1A 기관단총부터 바꿔나가기 시작하여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신형총기를 채용하게 된다. 방독면 등 CBRN(화생방) 장비도 개선된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과제로 돌려놨기 때문에 당장 진행되는 워리어플랫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통신장비와 신형총기 등을 위해서는 추후 방위력 개선사업을 통하여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착용 후 뛰어난 사격 명중률
   
   워리어플랫폼은 올해 후반기부터 일단 2개 대대에 시범으로 적용하여 2020년까지 전군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하여 육군은 전차나 헬기 등 대형무기체계 도입을 일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보병 자체의 능력을 키우는 것을 그동안 도외시해왔다는 반성이다.
   
   육군은 8월 초에 워리어플랫폼 시연회를 언론을 상대로 펼쳤다. 여기서 군 경험이 없는 58세의 여성 참가자가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덕분에 실전에 버금가는 사격에서 뛰어난 명중률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참가 기자들은 워리어플랫폼이 적용되지 않은 총기와 적용된 총기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18개월로 숙련도가 다소 줄어들 의무복무 기간을 생각한다면, 워리어플랫폼은 반드시 추진해야만 할 국방과제가 되어버렸다.
   
   이렇듯 워리어플랫폼은 지금으로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의 유일한 성과가 되어가는 중이다. 애초에 정권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민간으로부터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가 육군으로 하여금 이 같은 성과를 만들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국방개혁이 실제 강한 군대와 책임 있는 국방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워리어플랫폼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국방개혁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보수든 진보든 차기정부에서도 안정적인 국방개혁이 추진될 수 있는 정연한 논리와 방향성이 필요하다.
   
   사실 워리어플랫폼도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군대에 비하면 20년은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후진적인 보병의 현실을 깨닫고 이제야 쫓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셈이다. 워리어플랫폼은 개혁과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획득 과정의 하나로 진즉에 차근차근 추진해나갔어야 했을 일이다. 병력감축으로 3 대 1로 북한군과 싸워야만 하는 악조건을 눈앞에 두고, 군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보병 전투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리더십이 등장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기본군장 10㎏ 이상 늘어나
   
   워리어플랫폼이 등장하면 이제 개인 전투원들의 기본군장 무게가 10㎏ 이상 늘어난다. 더 이상 기존의 임무수행 방식으로는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 워리어플랫폼을 입고 1000개 이상의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GOP경계임무를 할 수는 없다. 결국 전군, 심지어는 분대 수준에서도 전술차량을 운용하면서 기동성을 높여야만 할 상황이다. 소위 ‘어떻게 싸울 것인가(How to fight)’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보병 장구·장비류를 바꾸는 것을 워리어플랫폼 1.0이라고 한다면 통신장비의 전면 업그레이드, 소총·기관총의 전면 교체 등은 워리어플랫폼 2.0과 3.0에 속한다. 추가적인 워리어플랫폼 계획들도 중단 없이 차분히 추진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준비된 군대라면 북한 이외의 다양한 위협에 대해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워리어플랫폼이 성공하느냐의 여부가 국방개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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