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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1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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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북한 조종하는 중국의 덫 밀수와 관광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중조우의교를 통과해 중국으로 들어오는 북한의 화물열차. photo 뉴시스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평안북도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도시다. 인구 245만명인 단둥은 과거부터 북·중 교역의 중심지였다. 북·중 교역은 대부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이루어져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제1차 3월 25~27일, 제2차 5월 8~9일, 제3차 6월 17~19일) 이후 단둥이 북한 특수로 들썩이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와 2397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만 해도 북·중 교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단둥은 찬바람을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단둥 경제는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중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조치를 느슨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조우의교에는 일명 ‘도강(渡江)차’ ‘빵통차(컨테이너)’로 불리는 북한의 트럭들이 제재 이전에 비해 100% 늘었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때 한국 기업들이 남겨두고 간 한국산 전기밥솥도 북한군 소속 무역회사가 중국으로 밀수출했다. 전기밥솥들은 트럭에 실려 중국 남부 지역에 있는 한국 상품 전문상점에서 도매가격으로 판매됐다. 단둥의 수산물시장에선 북한산 꽃게와 해삼 등이 인기 품목이다. 밀수로 반입된 북한산 수산물의 중국 내 유통은 대부분 단둥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둥 시내 곳곳에는 각종 북한 물품과 노동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현재 단둥에는 대북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 기업이 400여개에 달하며 120여개의 북한 무역회사가 상주하고 있다.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은 5000여명이라고 한다.
   
   
   밀수 주도하는 북한 국영 무역회사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때문에 북·중 간의 공식적 거래는 중단됐지만 밀무역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중국 도시들에선 밀수로 들여온 북한산 제품이나 농수산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국가 기관을 통해 대대적으로 밀수를 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이를 묵인해주고 있다.
   
   실제로 압록강과 두만강 상류 등의 북·중 접경지역에서 대대적인 밀수가 행해지고 있다. 각종 광물이나 목재, 농산물 등을 실은 북한 트럭과 승용차 등 수십여 대가 매일 저녁과 밤 시간대에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다. 삼지연, 천지, 연승, 능라, 묘향산 등 북한 국영 무역회사들이 신의주와 혜산, 나진 등에 지사를 두고 밀수를 주도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중앙당과 제2경제 위원회의 1급 무역회사가 전체 무역량의 70%를 맡고 있다. 또 인민무력부·인민보안성·국가보위부·내각 산하의 2급 무역회사들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내각 산하 3~4급 무역회사들은 숫자는 많지만 규모가 작고 국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개인 돈주들과 계약을 맺어 운영된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 위원이었던 윌리엄 뉴콤 전 미국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은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 완화로 북·중 국경지역에서 밀수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북·중 국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북·중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북·중 사이에 대대적인 밀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양국이 밀수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기업형 밀수가 증가하면서 소규모 생계형 밀수업자들은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은 “요즘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국영 무역회사와 신흥 돈주들이 밀무역에 뛰어들면서 국경지역에서 보따리 밀수로 생계를 꾸려가던 소규모 밀수꾼들이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기관 차원의 대규모 밀무역이 성행하면서 북한 국경 경비대가 소규모 밀수꾼들의 도강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공식 무역 과정에서 엄격하게 진행됐던 중국 당국의 세관 검사가 최근 들어 서류만 보고 그냥 통과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북한의 대대적인 밀수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3차례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 뉴스를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과 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밀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밀수한 품목은 석탄이다. 북한은 그동안 선박 간 옮겨 싣기, 선적지 위장 등의 방식을 통해 석탄을 밀수해왔다. 북한의 석탄 밀수가 늘어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월 2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을 통한 북한의 불법적인 석탄 수출과 관련한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에 대한 전면적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섰던 북한이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가 중국이 이처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교묘하게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중국인 관광객들이 북한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평양을 구경하고 있다. photo 차이나데일리

   최대 밀수품은 석탄
   
   그렇다면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김정은은 그동안 부친 김정일처럼 중국을 상당히 불신해왔다. 김정일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 사람들의(중국인들의) 경제 전략이 영토나 제도나 경제 분야에서는 동북 3성(省)이 아니라 조선을 염두에 두고 동북 4성으로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보인 적이 있다. 김정은도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중국과 거리를 두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북·중 관계는 최악이었다. 북한은 이 기간 중 4차례 핵실험을 실시했고, 각종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인 김정남도 화학무기로 독살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면서 태도를 바꾸었다. 물론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조치에 따른 북한의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에 접근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 주석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북한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변하지 않는 세 가지(三個不會變)’ 사항을 약속했다. 그 세 가지는 첫째 북·중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지지, 둘째 북한 주민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깊은 우의, 셋째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를 말한다. 중국으로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할 경우 북한 체제가 자칫하면 붕괴될 수 있고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 경우 북한이 한국에 흡수 통일될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반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북한의 생존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김정은을 자국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기 위해 일종의 ‘덫’을 교묘하게 놓았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외화벌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밀수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론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척하면서 비공식적으론 밀수를 눈감아주는 방법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방법이야말로 시 주석이 세 가지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북·중은 운명공동체, 순치(脣齒)의 관계로 정세가 어떻게 흐르든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겠다”고 립 서비스까지 했다. 밀수라는 것은 정상국가가 행해서는 안 될 불법행위이다. 특히 밀수는 상대국의 경제에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의 밀수를 용인하는 이유는 자국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를 옭아맬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또 비정상적인 경제 행위인 밀수를 더 많이 할수록 북한 경제는 중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언제든지 북한과의 국경을 철저하게 봉쇄해 밀수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을 원격 조종할 수도 있다.
   
   
   평양~베이징 국제열차 만원사례
   
   또 다른 방법은 관광이다. 북한은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대외선전과 외화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관광산업은 김정은이 공들이는 분야이다. 관광산업은 김정은이 선언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관광산업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도 받지 않는다. 실제로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은 2013년 원산의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한 데 이어 내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완공을 목표로 원산 갈마지구에 해안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의 명목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14년 6월 11일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건설’이라는 정령을 확정했다. 당시 정령에 따르면 원산 갈마지구와 마식령스키장, 금강산 일대를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정은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원산 갈마지구 건설은 최단기간 내에 완공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광산업은 북한이 돈을 쉽게 벌면서도 체제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외화벌이를 위해 개성공단이나 해외에 노동자를 파견하면 이들이 자본주의에 노출되지만, 국내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면 상대적으로 통제하기가 쉽다. 실제로 관광산업은 과거 폐쇄적이었던 사회주의 국가들(중국·베트남·쿠바)이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택한 사업이기도 했다.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충분하게 유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숫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중국 정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23만7000명의 중국인이 북한 관광을 다녀왔다는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을 뿐이다. 현재는 1년에 10만여명의 외국인이 북한 관광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인을 제외하면 4000~5000명만이 다른 나라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미국 정부는 1년 전 발생한 방북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내린 자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등도 북한 여행 자제령을 내린 상태다. 더욱이 북한이 비핵화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북한으로 몰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관광 제한 조치를 사실상 해제했다. 북한 관광 제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사항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지난해 말 독자적인 제재 차원에서 취했던 조치였다. 중국의 대형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다양한 북한 여행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베이징~평양 간 고려항공 편이나 국제열차 편으로 평양에 도착해 평양 일대와 개성·묘향산·금강산 등을 둘러보는 코스는 ‘3박4일’이나 ‘7박8일’ 등 상품별로 가격이 3180위안(54만원)부터 9999위안(170만원)까지 있다. 지린성 바이산시 창바이현을 통해 북한에 입국해 3박4일간 백두산 동쪽 비탈을 등반하고 삼지연군, 보천보 승전지 등을 둘러보는 ‘북한 혜산·백두산’ 상품도 있다. 북한 민항총국은 최근 광둥성 중국 여행사와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북한의 고려항공이 중국 선양과 평양을 오가는 왕복 항공 노선을 최근 임시로 주 2회에서 주 3회로 늘렸다. 고려항공은 선양, 베이징, 상하이에 정기 취항하고 있다. 평양~베이징 간 국제열차도 최근 들어 운행편마다 만원사례라고 한다.
   
   
▲ 북한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원산 갈마지구 해안관광단지의 모습. photo KCNA

   중국의 전략자산 유커
   
   북한은 유커(遊客)의 대거 방문으로 상당한 규모의 외화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관광 외화 수입 공식 통계는 없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4000만달러 정도를 벌어들였던 걸로 추정된다. 그중 90%가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수입이었다. 문제는 유커가 중국 정부의 ‘전략 자산’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거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국가들에는 유커의 방문을 확대하고 반면 자국과 맞서거나 관계가 나쁜 국가들에는 유커의 방문을 막거나 축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여파로 유커의 한국 방문을 통제했다. 이에 따라 2015년과 2016년에 방한한 유커는 월 평균 50만명과 67만명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5만명으로 급감했다. 유커는 세계 관광산업의 최대 성장동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인 해외관광객은 1억2350만명, 이들이 쓴 돈은 261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 해외관광 지출의 21%나 된다. 유커가 집중 방문하는 국가들은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유커의 방문이 갑자기 중단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유커는 중국 정부가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가 된 셈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도 자국의 국익에 따라 유커를 통제할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이 원산 갈마지구 해안관광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유커가 방문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밀수와 관광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중국이 언제든지 북한의 돈줄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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